[이경준]류현진과 위기관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경준]류현진과 위기관리

[논단]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3-09-05 14:22
  • 신문게재 2013-09-06 20면
  •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 인기가 대단하다. 야구에 별 관심 없어보이던 사람들도 류현진 만큼은 예전 박찬호 못지않다고 말할 정도다.

자부심과 뿌듯함이 느껴진다.

투수인 류현진을 특히 돋보이게 하는 데는 미국프로야구의 갖가지 통계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 WHIP(출루허용률)은 매회 주자를 주루에 내보내는 정도를 말하는데, 특급 투수들의 경우 1.0 내외로 평가된다. 류현진도 1.22 정도니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선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상대팀 득점권에서의 관리 능력이다. 즉, 상대팀의 득점기회는 곧 우리팀의 위기로서 위기를 잘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26게임에 등판하며 13승 5패에 방어율 3.02, 피안타율 0.252, 피홈런 13개를 허용한 상황에서, 득점권 피안타율은 0.214, 피홈런은 단 1개뿐이라는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또 소속된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병살타(23개)를 유도하고 있으며, 실점을 목전에 둔 주자 3루의 위기상황에서 피안타율은 0.186에 불과하다. 더욱이 홈런이 없다는 것은 그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고 있다.

신나는 야구 얘기는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는 절대 유쾌하지 못한 얘깃거리로 넘어가야겠다. 우선 며칠 전 일어났던 대구열차 충돌사고 얘기다. 인재다, 시스템부재다 하면서도 사고마다 늘 원인과 결과, 대처에 대해 똑같은 말들이 되풀이된다. 문제는 인명사고가 거의 없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그나마 '불행 중 다행' 또는 '덜 충격적인' 사고로 여겨지며 은근슬쩍 무디게 넘기게 될까하는 걱정이다.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기관사와 상황실 간 소통문제, 승객대피 과정 등 사고 전후 안전관리에 대한 총체적 부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앞서 지난 여름 다섯 명의 고등학생들이 태안의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안전에 관한 인식에서부터 행정관리체계 등 역시나 심각한 수준의 위기 예방과 관리의 부실함을 맛보았던 기억이 엊그제다.

그런데 이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크기나 규모만 다를 뿐, 우리 일상에서 전혀 생소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소소한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위기와 위험에 직간접적으로, 개인적이든 사회적으로든 언제나 봉착하게 된다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위기에 대한 예방과 대처 등 종합적인 생활안전과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게 된다.

위기의 개념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상대적이다. 주관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서 일률적으로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위험한 고비(시기)'로서 안정적이지 못하고 위협에 처하는 상황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기의 범위도 어떤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전통적 측면에서 위기는 국가안보에서부터 자연재난, 국가기반체계의 미비로 일어나는 재난 등을 의미한다. 반면에 오늘날에는 개인적 가치나 사회적 체계 속에서 처할 수 있는 각종 사회심리적 재난들까지도 포함된다.

즉, 사회문제로서의 빈곤과 노동 문제, 아동 및 여성 성폭력, 노인우울·자살 등 위협의 대상도, 위기발생의 원인도 전사회적이고 다양하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협하는 상황이 위기로 여겨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실생활 전 영역에서 물리적, 정신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위기에 대한 안전욕구와 민감성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생활안전과 위기문제의 상호작용에 따른 실효적인 관리방안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전국가적 측면의 요구도 발전하게 됐다. 그 요구가 바로 위기를 예방하거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전략적 접근으로서의 '위기관리'다.

현대사회는 늘 실점을 앞에 둔 '주자 만루'의 위기 상황이다. 반복되는 위기관리의 부재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인·사회적 위기의식의 고취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사회구조적 측면에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의 과정과 내용을 포함한 효과적인 '통합위기관리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류현진처럼 병살타를 잘 유도하면 좋겠지만, 우선 한 주루씩 잡아나가야 한다. 그렇게 우리사회의 실점을 줄여나가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제천서 실종된 40대 남성… 여전히 행방묘연
  2. 일상 속 위험, 예방이 먼저!
  3.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건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4. 21년 만의 행정수도 재추진...3가지 관문 통과가 관건
  5. 원모어아이 v2.0, 조달청 혁신제품 선정...기술력 입증
  1. 국세청, 집중호우 피해 납세자에 세정지원 강화
  2. 매월 22일 '소등의 날' 실천...세종시민이 탄소중립 선도
  3. 타이어뱅크(주)의 서비스 혁신·지역사회 나눔....7월에도 쭈욱~
  4. 19일 오후부터 충청권에 또 폭우…오전까지 침수·담장 붕괴 등 비 피해
  5. 지역 어르신들에게 삼계탕 선물

헤드라인 뉴스


정청래 62.7% 충청서 기선제압 …與 당권주자들 해수부 논란엔 `침묵`

정청래 62.7% 충청서 기선제압 …與 당권주자들 해수부 논란엔 '침묵'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 첫 지역 순회 경선인 충청권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정청래 후보가 62.77%의 득표율로 중원을 민심을 잡으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정작 충청권 강력 반발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논란에 대해 당권 주자와 최고위원 등 세 명의 후보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아 지역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 정청래 후보가 3만 5142표(62.77%)를 획득하며 2만 846표(37.23%)를 얻은 박찬대 의원을 큰 격차로 제쳤다. 투표에는 전체 권리당..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올해로 10회를 맞은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KITS:Korea International Tourism Show)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7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KITS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시산업원이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국내외 관광업계 정보 제공의 장과 관광객 유치 도모를 위한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해 상호 교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KITS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여행 콘텐츠와 국제 관광도시 및 국가 홍보, 국내외 관광 콘텐츠 간 네트워..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선사해주는 꿀벌은 작지만 든든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꿀벌들의 노동 덕분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농산물 중 71종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라는 외래종 진드기 등장에 따른 꿀벌 집단 폐사가 잦아지면서다. 전국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들이밀듯 '꿀벌 살리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전 지역 양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위험한 하굣길 위험한 하굣길

  •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