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세 '먹방'과 '조미료'에 대한 유감

  • 오피니언
  • 시론

[시론] 대세 '먹방'과 '조미료'에 대한 유감

  • 승인 2016-08-31 14:05
  • 신문게재 2016-09-01 31면
  •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최근 '먹방'이라 불리는 음식을 만들고 먹어보는 프로그램이 대세다. 많은 매체에서 앞다퉈 요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요리사들은 언제나 자신만의 조리 비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한 첨가물 등도 손수 만들어 이용한다. 참 멋진 조리사라 할 만하다.

사실 시판되고 있는 MSG 조미료는 다시마와 여러 재료를 다리고 끓여서 만든 '나만의 조미료'와 성분이 같다. 그런데도 직접 만들기 위해 많은 주부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개인이 만드는 조미료는 만들 때마다 재료의 양이 조금씩 달라져 매번 다른 맛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먹방' 프로그램에 나오는 조리사들은 이미 상품화된 간편한 MSG조미료 사용을 기피한다. 일부 시선처럼 '판매되는 MSG조미료'는 우리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한때 MSG(monosodium glutamate: 글루타민산 나트륨)를 '화학 조미료'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MSG는 사탕수수를 주원료로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를 발효 조미료라 부르지 않고 화학 조미료로 부른 이유는 식품공정 분류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마치 MSG를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드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MSG가 들어간 음식점을 착한 음식점에서 제외시키며 일반인들에게 MSG는 유해한 물질로 더욱 깊게 인식되어버렸다.

하지만 MSG는 단언컨대 우리 몸에 유해한 물질이 아니다.

MSG는 도쿄제국대학(동경대학)의 이케다 기쿠나에교수가 1908년 처음 다시마에서 확인한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MSG의 주성분은 글루타민산과 나트륨인데 이중 글루타민산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신체를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이며, 다시마, 소고기, 토마토와 같은 식품에 포함되어 있다. 다른 동물의 젖에는 없지만 사람, 즉 엄마의 젖인 모유엔 포함되어 있다. 간혹 엄마 젖에서 우유로 바꾸면 아이가 잘 먹지 않는 이유도 MSG 부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MSG가 많이 들어간 중국 요리를 먹은 뒤 가슴 답답증, 구역감,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1986년 이중맹검(실험자-피실험자 모두 실험 조건을 모르게 진행) 실험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호주-뉴질랜드 식품기준처, 일본식품안전위원회는 모두 MSG가 안전하다고 평가했으며,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는 MSG를 식품에 첨가하는 한계량을 제한하지 않는 식품첨가물로 기재했다. 최근 우리나라 식약처(KFDA)도 “MSG 독성 평가를 한 결과 인체 안전기준치인 일일섭취 허용량(ADI)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즉 많이 섭취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발표된 2000여편의 논문과 100년간 사용해 왔다는 점이 바로 MSG의 안전성을 증명한다.

발효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생산 가능한 MSG조미료를 손수 만들려는 노력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조미료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수고로움 등 기회비용의 낭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MSG를 사용하면 또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바로 소금의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MSG에 함유된 나트륨 양은 소금에 포함된 나트륨의 3분의 1수준이다. 즉 같은 맛을 내더라도 MSG를 사용하면 소금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적은 나트륨을 포함한다. MSG의 저염 효과는 건강관리 측면에선 희소식이다. 식약처는 일반 소금과 함께 MSG를 함께 사용하면 전체 나트륨 섭취를 20~40%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맛소금이 바로 소금과 MSG를 섞은 것이다.

맛있게 먹고, 건강도 챙기고, 또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금대신 MSG조미료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정성 가득한 '나만의 조미료'도 좋지만 앞으론 '먹방'을 비롯한 모든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서 편안하게 MSG조미료 사용이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1.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2. 인천 부평구, 주민 참여형 ‘별빛굴포 은하수길’ 개최
  3.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5.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