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6일째 리뷰 '신포동 장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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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연극제] 6일째 리뷰 '신포동 장미마을'

  • 승인 2018-06-22 21:27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신포동 장미마을1
인천 대표 십년후의 창작극 '신포동 장미마을' 공연 모습.
인천 대표 십년후의 작품 '신포동 장미마을'은 배금주의에 물든 현대인들의 세태를 가볍고도 풍자적으로 그려낸 소동극이었다. 돈을 좇는 인간의 물욕을 끊임없이 희화화 하면서도 달관의 태도로 바라보는 작품의 시선이 세련미를 더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결말에 필연성이 부족하다는 흠결에도 연극적 상황 설정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을 갖고 있었다.

국면 전환이 수없이 일어나는 이야기이지만 '신포동 장미마을'에는 큰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개발과 보물찾기를 두고 옥신각신 말이 오가지만 단발성 해프닝에 그친다. 서사를 추동하는 힘은 오직 욕망에 있다. 작품은 주인공 최 씨를 비롯해 결국 마을사람 모두가 돈을 추종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물욕 앞에서 속절없이 휩쓸리고 마는 인간의 속물성을 러닝타임 내내 지속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의 속물성은 극중 연극적 연출 방식과 상황 설정을 통해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주민들의 관심이 현실적 목표인 재개발에서 허황된 목표인 보물찾기로 옮겨감에 따라 이야기는 사실성보다 풍자성이 짙어진다. 중국에서 온 소녀 혜령이 지도를 건네며 보물을 언급하자 주민들은 단번에 보물을 황금으로 단정한다. 보물찾기에 광적으로 집착할 뿐 아무도 지도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풍자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연출 방식에서도 연극 특유의 컨벤션이 자주 쓰이는데, 등장인물이 선보이는 정지 동작과 과장된 몸짓은 보물찾기가 풍자적 상황임을 강조한다.

풍자적 시선은 대단원에 이르러 한 층 성숙된 인간관으로 발전해 삼삼한 여운을 자아내기도 한다. 창작자는 물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등장인간의 모습을 달관의 태도로 바라보면서 연민과 동정의 시선을 담는다. 보물찾기 광풍이 지나가고 속물적 인간 최 씨가 옛사랑을 추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모순된 존재가 인간일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만 결말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점은 흠결로 남는다. 보물이 황금이 아니라 가족사가 담긴 소중한 물건이었다는 전말은 연극의 설정 상 어느 정도 노정된 측면도 있지만 편의적 선택이라는 인상을 준다. 전개에서 아무런 단초도 제공하지 않은 채 결말에서 모든 것을 폭로하는 고루한 관습이 그대로 답습된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13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무대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 백 모(46) 씨는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며 "무게 잡지 않고 재밌게 표현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교수 류 모(36) 씨는 "연극 장르 고유의 특성을 잘 살린 무대였다"며 "배우들의 양식화된 연기가 작품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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