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 대표. |
호수공원 후미진 곳의 갈대는 바람에 휘날리며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철새가 유유히 호수 위에 노닙니다. 세월은 이렇게 그 무더운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겨울을 향합니다.
어르신 두 분이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십니다. 아무 말 없이 힘겹게 걷지만, 맞잡은 손 이상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얼굴에 가득합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인데, 한없이 부럽습니다. 아침에 산책하는 공원은 어르신들이 많고, 저녁에는 강아지와 함께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강아지 유모차를 끌고 가는 분들의 표정 역시 밝기만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저녁 약속이 있어 식당가를 찾았습니다. 화려하고 근사한 식당이 아닌 조금은 좁고 막걸리 한 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오래된 전집에 들어갔습니다.
젊은이는 없고 60대로 보이는 분들이 3테이블에 앉아 있습니다. 파전과 동태전을 시키고 주전자 막걸리를 부탁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모두 추억입니다. 어릴 적 이야기부터 살아온 직장 이야기. 살아온 기억이 살아갈 날의 힘이 되겠지요. 살아갈 날이 적으나 자식에게 아쉬운 소리 않고 잘 살자고 합니다.
식당가 골목에 쓰러져 있는 분이 있습니다. 만취하여 정신을 잃은 듯합니다. 옆에 가 일어나라고 소리쳐도 미동이 없습니다. 손에 휴대폰이 있는데 잠금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근처 파출소에 데려다주니 마음이 편합니다.
하루 살며 기록에 남길 일들이 많이 있지만, 다음 날 돌아보면 의미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왜 그럴까요? 병원 침대에 누워 떨어지는 낙엽만 봐야 하는 중환자에게는
그토록 걷고 뛰고 싶은 하루인데, 이 소중한 하루 조금만 주변을 보며 함께 나누면 어떨까요?
홍석환 대표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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