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문화, 비장애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문화, 비장애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 승인 2019-07-17 18:04
  • 신문게재 2019-07-18 18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김유진
화가가 작품 활동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할 때 직접 비교해 볼 수 없다면 어떨까. 파란 계열 물감에도 하늘색부터 감색까지 다양한 종류의 색상이 있다. 화가라면 자신의 작품에 필요한 물감을 눈으로 직접 보고 고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장애 예술인에게는 이 마저도 어려운 일이다. 시각장애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몸이 불편한 예술인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있는 화방은 매우 드물다. 목발을 짚고 다니기에도 한계가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색이 아닐 가능성을 늘 염두해야 한다. 막연하게나마 '장애 예술인들은 작품 활동이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재료 수급부터 난항일 줄은 몰랐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은 첫 단계부터 쉽지 않다. 원하는 재료를 갖춰 작품을 완성시키고 이 작품들을 전시할 공간들을 찾는 것 역시 어렵다. 대전지역 한 예술가는 "작품 전시에 적합한 갤러리를 찾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대다수의 갤러리는 휠체어 진입이 어렵게 돼있다"고 말했다.

미술 분야 장애 예술인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작품 출판을 거절당하거나, 전시장 대관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연극인들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정말 그랬다. 영화, 드라마 속 장애인 캐릭터는 대부분 비장애인 배우들이 맡아 연기를 했다.



예술인이 아닌 장애인들에게도 문화를 접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다.

장애 종류는 신체적 장애 12가지와 정신적 장애 3가지 등 총 15가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은 시각, 청각, 지체, 정신 장애에서 그친다. 대다수의 문화기관에 설치된 장애인 배려시설은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거나 청각 해설 도슨트를 갖추지 않는 등 이 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은 곳들도 많다. 영화관의 배리어 프리 상영관(장애인들을 위해 자막, 해설 등을 제공하는 상영관)은 여전히 도입되지 않은 곳이 더 많고, 음악당으로 향하는 길의 점자블록은 여전히 은색 빛을 띠고 있다.

매년 4월만 되면 장애인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관심은 그때 뿐 장애인의 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은 사그라든다. 이들의 불편은 예술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장애인 배려시설은 문화를 향유하려는 장애인들에게도 걸림돌이 된다. 문화는 비장애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출입구에 경사로를 놓고, 도로에 노란 점자블록을 설치한다고 해서 비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지는 않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지방법원·검찰청' 8부 능선 돌파...과제와 기대효과는
  2. 개혁신당·조국혁신당, 충청공략 가속화… 첫 토론회와 당원 스킨십도 강화
  3. 어버이날 맞이 효 콘서트 대노복 노래자랑
  4. 이장우 시장 "소진공 이전 재고해야"
  5. [지식재산 날개다는 法] 특허법원 미완의 관할집중… 가처분·형사 논의 활발
  1. 대전 3대 하천 준설 두고 지역 환경단체 반대… 대전시 "응급조치 필요" 반박
  2. 충남도 '지적·측량분야' 미래기술 역량 확대 나선다
  3. [문예공론] 단풍나무의 노래
  4.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5.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연내 착공 추진

헤드라인 뉴스


[르포]키오스크는 늘어가는데… 디지털 배움터 예산 반토막

[르포]키오스크는 늘어가는데… 디지털 배움터 예산 반토막

"레몬 차…아이스…카드를 이렇게 넣고, 다음은…" 지난 3일 오후 대전 동구 판암동 한 카페 안. 지난 6개월간 대전 동구에서 진행한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을 받고 키오스크 이용에 능숙해진 전경숙(70)씨를 만나봤다. 이 교육은 동구가 디지털 취약계층 해소를 위해 관내 종합사회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진행한 '찾아가는 디지털 체험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씨는 키오스크를 꾹꾹 조심스럽게 터치하며 'TEA' 메뉴 카테고리를 찾아 '아이스', '매장 컵' 등 차례대로 선택하며 마지막 결제 단계에 카드를 투입, 메뉴 주문을 끝냈다. 한..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2700원?... 구독료 결제 사기성 쇼핑몰 주의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2700원?... 구독료 결제 사기성 쇼핑몰 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광고해 임의로 디지털 콘텐츠 구독료를 결제하는 사기성 해외쇼핑몰 피해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8일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국제거래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올 2월 처음 확인됐고, 4월까지 11건 접수됐다. 상담 내용을 보면 정체불명의 해외 쇼핑몰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2700~3600원 수준에 판매한다고 광고했다. 광고를 보고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6개 상자 중 운동화가 들어있..

충청권 최초 국제크루즈 `코스타세레나` 첫 출항… 7일간 일본·대만 여정
충청권 최초 국제크루즈 '코스타세레나' 첫 출항… 7일간 일본·대만 여정

충청권 최초의 국제크루즈선인 '코스타세레나'호가 처음 출항해 일주일간 여정을 떠난다. 충남도는 8일 서산 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2024 서산 모항 국제크루즈선 출항식'을 개최했다. 출항식에는 전형식 도 정무부지사, 백낙흥 도 정책수석보좌관, 성일종 국회의원, 이완섭 서산시장, 백현 롯데관광 대표이사 사장, 프란시스코 라파 코스타 아시아총괄이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출항식은 축사, 관계자 감사패 및 꽃다발 증정, 축하 퍼포먼스, 기념촬영 등 순으로 진행했다. 이날 코스타세레나호는 2600명의 승객과 1100명의 승무원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

  •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백미 기탁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백미 기탁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