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노잼도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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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노잼도시’ 벗어나기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 승인 2019-10-20 11:58
  • 신문게재 2019-10-21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재묵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인터넷상에서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 '노잼도시'라는 것이 있다. '노잼도시'는 한마디로 재미없는 도시를 말한다. 이러한 '노잼도시'의 사례로 대전과 울산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두 도시를 이렇게 특징짓는 데 대한 반론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면 다른 도시들도 재미의 기준에서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바다에 면하지 않은 대부분의 내륙도시의 경우, '노잼도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전과 울산의 경우에도, 나름대로 살기 좋은 도시로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노잼도시'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대전의 경우에는 특별한 명소는 없지만, 살기 편한 장점을 갖고 있는 도시라고 하는 이들이 있고, 어떤 이는 대전을 평화도시로 특징짓기도 한다. 울산의 경우에는 바닷가와 태화강 쪽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제법 많아서 '노잼도시'라 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노잼도시' 주장은 체계적인 학술적 조사연구를 통해 도출된 것이 아니라, 인상과 느낌에 의존한 평가의 결과이기 때문에 온전하게 믿기는 어렵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들 도시들이 정말로 재미없는 도시임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재미'를 잣대로 해서 도시를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오늘날 도시를 평가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이 다수 개발되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행복 지수, 지속가능성 지수, 경쟁력 지수 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종합적 평가 척도들에 비하면 '재미'라는 척도는 어쩌면 도시생활의 극히 작은 부분을 측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노잼도시' 주장에는 귀를 기울여 들어볼 만한 부분이 없지 않다. 만약 젊은 연령층이 생활의 어떤 부분보다도 재미를 중시하고 있고, 따라서 젊은 층은 주로 재미를 잣대로 해서 도시를 평가한다면, '노잼도시'라는 평가는 해당 도시에 대한 청년층의 평가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어떤 도시의 청년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노잼도시'라고 평가한다면, 그들은 끊임없이 보다 재미있는 도시로의 이주를 추구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노잼도시'는 젊은 연령층의 유출을 지속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다시 대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대전은 대학이 집중되어 있고, 따라서 젊은 인구층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대전의 평균 연령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보다는 낮고, 세종, 울산, 광주보다는 약간 높다. 평균 연령의 순위가 어떻든 간에 젊은 층 인구의 유지는 대전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이들의 대전의 자원이자 동력이다. 대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젊은 층이든 대전 소재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외지로부터 이주해온 젊은 층이든 간에, 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대전에 계속해서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기업이 많은 지역으로 이주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일자리를 품고 있는 기업이 젊고 우수한 인력이 많은 지역으로 이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시작된 기업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우수 인력의 확보 필요성 때문이다.



재미있는 도시 만들기는 대전의 해묵은 과제의 하나였다. 스포츠, 문화콘텐츠, 축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Exciting Daejeon 만들기가 시도된 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노잼도시'의 딱지는 여전히 대전을 따라다닌다. 젊은 층이 재미를 실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새롭고 보다 체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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