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15. 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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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15. 화등

열다섯의 ‘반란’

  • 승인 2017-08-11 00:01
  • 홍경석홍경석


열다섯이면 중학교 3학년쯤 되겠다. ‘사내아이가 열다섯이면 호패를 찬다’는 속담이 있기는 하지만 그 나이면 보통 부모님 품에서 어리광을 피워도 될 나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평탄치 아니한 사람에겐 그마저도 사치로 치부된다.

박복하여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도 전부터 소년가장이 되었다. 그리곤 고향역 앞에서 구두닦이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의 졸업식 날에도 돈을 버느라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나라도 벌지 않으면 가장의 능력을 상실한 홀아버지와 영락없이 굶어죽기 딱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열다섯이 되던 해, 고생하는 이 아들을 보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 하시는 아버지가 더욱 원망스러웠다. 하여 야간열차를 차고 상경했다. 초등학교 선배를 만나 인천의 철공장에 취직했다.

허나 그곳의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기계에 손목이 잘라지는 등 아비규환의 산재현장은 영화 ‘군함도’의 공포, 그 이상이었다. 따라서 열다섯의 어떤 반란(叛亂)은 고작 보름 여 만에 끝났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출구 없는 가난은 여전했고 아버지의 병은 더욱 깊어만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된 도리를 더함과 함께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더욱 견고해졌다. 고 최진실 씨의 딸 최준희 양이 자신이 외할머니로부터 당하고 있다는 각종의 구박과 핍박의 사례 따위를 SNS에 올리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 겨우 열다섯이라는 나이에 그처럼 심각한 정신적 혼란까지 겪고 있다는 보도에 동병상련으로 가슴이 시렸다. 최준희 양은 지난 8월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젠 뭐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면서 “나 진짜 너무 불쌍한 것 같다. 신이 있긴 한 걸까”라는 글을 적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앞서 최준희 양은 지난 주말엔 모 소셜미디어에 외할머니 정 모 씨(72)와의 갈등을 폭로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고 해서 이 또한 네티즌들의 관심사로 부상한 바 있다. 최준희 양은 SNS를 통해 그의 외할머니 정 모 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당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그래서 하루하루가 사는 게 아니었고 정말 지옥 같았으며, 죽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서 어느 날인가는 새벽에 유서를 쓰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었다. 자해의 방법으로 커터 칼로 손목도 그어 보았고 샤워기로 목도 매달아보고 했지만 살고 싶은 의지가 조금 있었는지 항상 실패했고 그때마다 흉터만 남고 “결국 전 죽지 못 했다”라고 고백했다.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외할머니는 어머니의 친정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외손녀는 사랑스런 ‘내 딸이 낳은 딸’이다. 고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진대 왜 그처럼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같은 동네의 유모할머니께선 피 한 방울조차 섞이지 않은 나였지만 엄마 없이 자란 녀석이라며 친손자 이상으로 챙겨주셨거늘…….

“그대의 이름 앞에서는 울지 마세요 ~ 나는 이미 떨어진 꽃잎이에요 ~ 백 년도 못 살면서 거꾸로 선 너의 모습 ~ (중략) 사랑의 이불자락을 소롯이 덮어 주고 화등 하나 챙겨 들고 미움만 떠납니다 ~” 김수희의 <화등>이다.

김수희가 들고 있는 등이 화등(華燈)인지 화등(花燈)인지 아님 화등(禍燈)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노래의 내용처럼 인간은 백 년도 살지 못한다. 최준희 양이 외할머니와 어서 화해하고 다른 집 열다섯 아이처럼 칭찬과 관심만 받으면서 서로의 벌어졌던 사이를 촘촘하게 사랑으로 박음질했으면 좋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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