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목척교(木尺橋)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목척교(木尺橋)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 승인 2024-04-03 17:41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조부연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목척교는 대전광역시 동구 중앙동과 중구 은행동을 잇는 대전천의 교량이다. 현재 모습의 원형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건설했던 폭 5m, 길이 70m 크기의 나무다리였다. 1929년에 콘크리트 교량으로 다시 지어졌다. 도시화 과정에서 하천을 숨기는 복개천(覆蓋川)이 속속 만들어질 때인 1974년 목척교는 묻혔다.

복개된 다리 양옆에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가 들어섰다가 2008년 철거되면서 목척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2010년 8월, 목척교 복원 및 구조물 설치 공사가 완료되었다.

목척교라는 이름이 붙은 설화가 두 가지 있다. 일제가 놓았던 나무다리 자리에는 원래 징검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새우 장수가 지게를 받쳐 놓고 쉬는 모습이 마치 목척(木尺) 같다고 하여 목척교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유래가 있다. 다른 하나는 일제가 만든 나무다리의 촘촘한 나무 기둥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지난해 목척교와 주변의 수변공간을 새로 단장하는 '목척교 야간경관 개선사업'을 2023년 5월에 마무리했다. '대전 0시 축제'를 앞두고 개선 사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철재 조형물에 현란한 조명을 달아 매일 밤 레이저 조명 쇼를 연출한다. '대전 0시 축제와 연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명소를 자랑했다.



필자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낮에 멀리서 바라본 목척교의 조형물은 목척교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생김새부터 불편하다. 게다가 주변의 도시 모습과 너무나 생경하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대전천의 흐름을 가로막는 거대한 철벽처럼 느껴진다. 보문고등학교 옆의 하상도로를 지나 목척교 방면으로 자주 차를 몰곤 한다. 그때마다 '저 철재 조형물을 걷어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항상 한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싶었다. '대전의 새로운 야간명소로 재탄생한 목척교'라는 일간지의 인터넷판 기사에 여러 개의 날 선 댓글이 달려있다. "목척교는 과거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 시절이 제일 좋았더랬다. 거꾸로 가는 대전이다. 목척교 주변의 포장마차가 그립다. 교통혼잡만 만들어낸 세금 낭비다."라는 비판적인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밤에 화려하게 변신하는 목척교를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치적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렁각시처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야경의 화려함이 전부가 아니다. 새벽부터 한밤까지, 레이저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의 목척교는 철재 조형물에 가려있다. 한낮에 다리 위를 오가는 행인과 분주히 움직이는 차량을 견뎌내는 목척교는 밤에도 쉬지 못한다.

마치, 철재 조형물은 목척교 교각 옆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뱀과 흡사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척교 교각 바로 옆에 무지막지한 콘크리트 기초를 만들고 철재 조형물을 올려놓았다. 해괴한 모양의 상부 구조물이 시선을 끌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모름지기 다리는 상판을 받치는 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멋진 다리는 기둥도 멋지다. 그런데 우리의 목척교, 기둥은 거대한 나무 그늘에 가려 키가 크지 못한 화초 같다. 거대한 철재 기둥에 가려 애처롭기까지 하다.

젊은 시절을 대전에서 보낸 사오 육칠 팔구십 먹은 대전시민이라면 홍명상가 앞 물다방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중앙데파트 앞 광장과 쌍벽을 이루는 만남의 장소였다. 밤이건 낮이건 약속 장소는 둘 중 하나였다. 커피 자판기에서는 쉴 새 없이 뜨거운 커피가 담긴 종이컵이 튀어나왔고 달큰한 커피향이 주변을 감쌌다.

해가 뉘엿해지면 중앙, 아카데미, 대전극장으로 삼삼오오 찾아들었고 깊은 밤이면 다시 모여 광장 주변 포장마차에서 연탄 내 맡으며 술에 취하곤 했다. 그때 포장마차의 백열등 불빛이 레이저 조명 못지않았다. 그 시절 우리는 광장에 서서 여명과 노을을 바라봤고 왕복 4차선 아래에 묻혀있던 목척교를 잊지 않고 있었다.

백 년 전 징검다리를 건너던 새우젓 장수가 목척교의 철재 조형물을 본다면 지게를 세우던 목척(木尺)을 휘두를 것만 같다. '깡깡 깡깡' 쇠기둥을 후려치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이 소리는 목척교 기둥 사이를 흐르며 이렇게 바뀐다. 목척교는 말한다. 제발 이 흉물을 걷어내 줘!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상수도사업본부 송익수 수질관리과장, 어버이날 기념 특별후원금 기탁
  2. 굿네이버스 대전지부, 다감커피 좋은이웃가게 현판 전달식
  3. 대전YMCA 청소년 장학회 함께 해요
  4. 지금 우리 가족 대화, 안녕한가요?
  5. 사랑의 사다리 밴드,대덕구 소외계층 80가정에 밑반찬 봉사
  1. 정림종합사회복지관 행복나눔 효(孝) 팔순잔치
  2. 초뭉이와 함께 하는 천사의 소원
  3. 동갑 배우 '강하늘·신혜선', 국세청 홍보대사로 재회
  4.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뷰 맛집'...혹서기 전 가보자
  5. 농식품부, 식품 및 외식업계와 간담회로 '물가안정' 유도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919억 원 규모 업무협약 체결

대전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919억 원 규모 업무협약 체결

대전시는 3일 대전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919억 원 규모 투자, 200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대전상공회의소 정태희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시스템스 박승국 대표 ▲㈜넥스윌 서원기 대표 ▲대한문화체육교육협회 김상배 회장 ▲㈜디엔에프신소재 김현기 대표 ▲㈜에스제이 김명운 대표 ▲㈜케이이알 김민표 상무 ▲㈜플레토로보틱스 박노섭 대표가 참석했다. 기업들을 산업단지별로 나눠 살펴보면, 유성구 장대산단으로 ▲전자전, AESA 레이다 시험장비 등 통신 전문업체인 ㈜넥스윌..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수두룩…"신원확인·모니터링 강화해야"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수두룩…"신원확인·모니터링 강화해야"

<속보>=대리 지원, 지원시간 뻥튀기 등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사례가 만연한 가운데, 활동지원사 신원확인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일보 2024년 5월 2일자 6면 보도> 2일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장애활동지원 사업으로 활동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가사, 사회생활 등을 보조하는 인력이다. 하지만, 최근 대전 중구와 유성구, 대덕구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민원이 들어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대부분 장애 가족끼리 담합해 부정한 방식으로 급여를 챙겼다는 고발성 민원이었는데, 장..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대입에서 충청권 의과대학 7곳이 기존 421명보다 389명 늘어난 810명을 모집한다. 올해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에는 정부 배정안 대로 970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전지역 의대는 199명서 156명이 늘어난 355명을 2025학년도 신입생으로 선발하고, 충남은 133명서 97명 늘려 230명, 충북은 89명서 136명 증가한 225명의 입학정원이 확정됐다. 2일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과 함께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공개했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증원 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