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8강 식부지덕(*婦之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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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8강 식부지덕(*婦之德)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6-05-20 13:4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28강 *婦之德(식부지덕) : 며느리의 덕(德)

○글 자 :*(며느리 식), 婦(지어미 부/ 며느리 부), 之(어조사 지), 德(큰 덕)

○출 처 : 한국인의 설화(韓國人의 說話), 한국고사성어(韓國故事成語)

○비 유 : 집안의 부녀자가 일을 잘할 때 칭찬하는 말.

○내 용 : 며느리가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정성을 다함

5월은 가정(家庭)의 달이다.

가족이 혈연,혼인으로 인한 '사람' 중심의 관계를 의미한다면,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생활하고 정서적 안식을 누리는 '공간과 삶의 단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또한 가정에는 가장(家長)이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만 역시 중심(中心)이 되는 사람은 며느리다.

우리 나리의 대가(大家) 집에서는 조상 대대로 불씨를 이어받는 전통이 있었다. 오늘날처럼 불을 얻는 일이 쉽지 않았던 때라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키는 것이 부녀자의 의무이기도 했다.

한 사대부(士大夫) 양반 댁에서 새 며느리를 맞았다. 그녀는 비록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으나 마음씨가 착하고 부지런하며 예의범절이 바른 규수(閨秀)였다. 며느리에게 살림을 넘겨주던 날, 시어머니는 특별히 일렀다.

"새아가야, 너를 맞게 되어서 참으로 기쁘구나!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에는 선조(先祖)로부터 이어받은 불씨가 있다. 이제 이 불씨를 너에게 넘겨줄 테니, 너도 웃어른들을 본받아서 꺼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라.""예. 어머니!" 며느리는 불씨를 돌보는 일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며칠 후, 새벽에 밥을 짓기 위해 부엌으로 나간 며느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씨가 꺼져 있었다. 간밤에 불씨를 화로에 담아서 그토록 잘 다독여 놓았건만 어찌 된 일인지 차가운 재만 남이 있었다. 며느리는 시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노발대발하실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생각 끝에 그래도 자기의 처지를 이해해 줄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고 생각해 남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이야기를 들은 남편도 처음에는 놀랐으나 이내 걱정하는 아내를 위로하였다."너무 걱정하지 마오. 내가 새 불씨를 만들어 줄 테니 다시는 꺼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남편은 부싯돌로 새로이 불씨를 만들어 주었다. 며느리는 무사히 위기를 넘겼으나 마음속으로는 죄송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이튿날 또 불씨가 꺼져 있었다.며느리는 기가 막혔다. 한 번 꺼뜨린 것만으로도 어른들을 뵐 면목이 없는데, 연거푸 두 번씩이나 꺼뜨렸으니, 자신이 생각해도 상서롭지 못한 일인 듯싶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야. 어젯밤 늦도록 불씨가 이상이 없었는데 밤사이에 꺼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야."며느리는 누군가 일부러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번에는 남편도 화가 나서 도와주지 않아 시어머니로부터 호된 꾸중을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이었다. 며느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불씨가 든 화로를 감시하고 있었다.

한밤중이 되었다. 며느리는 밤이 깊어지자,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온종일 고달프게 일을 한데다가 불씨 때문에 마음을 졸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졸고 있던 며느리는 인기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색 저고리에 회색 바지를 깨끗하게 차려입은 열두어 살 되어 보이는 소년 하나가 부엌문으로 들어서더니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불씨가 담긴 화로(火爐) 앞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며느리의 가슴은 놀라움으로 방망이질을 치듯 두근거렸다. 그런데 해괴하게도 그 소년은 화로에 오줌을 누는 것이었다.

"이 녀석! 너, 누구냐?"며느리는 그 소년의 옷자락을 움켜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소년은 날렵하게 빠져 밖으로 도망쳤다. 며느리는 있는 힘을 다해 소년이 가는 대로 내를 건너고 언덕을 지나 가시덤불 속을 지나서 정신없이 쫓아갔다. 약을 올리듯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면서 달려가던 소년은 더 이상 도망갈 힘을 잃었는지 한 나무 밑에 멈춰 서는 것이었다.

"꼼짝 마라! 너는 이제 잡혔다." 그런데 소년은 순식간에 땅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좋다. 네가 땅속으로 숨는다고 못 잡을 것 같으냐? 내 기어이 너를 잡고 말 테다."며느리는 분한 마음에 맨손으로 정신없이 땅을 팠다. 바로 그때 한 때의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산으로 올라왔다. 시댁 사람들이었다.

"여보!, 여기서 무얼 하고 있소?"남편이 피투성이가 된 아내의 손을 감싸 잡았다. 며느리는 눈물을 흘리며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예사로운 일이 아니구나. 그곳을 더 파보는 것이 좋겠다." 함께 따라 나온 시어머니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남편을 비롯한 장정(壯丁)들이 땅을 파고 들어가니 널따란 바위가 나왔다. 그래서 그 바위를 힘껏 젖혔다.

"오 이럴 수가……!"그곳에는 커다란 항아리가 하나 있고, 그 속에는 금은보석(金銀寶石)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그 집안과 시부모의 뜻을 받들려는 며느리의 효심(孝心)에 하늘이 복(福)을 내려주었다고 생각했다.

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자효쌍친낙 가화만사성)/ 자식이 효도(孝道)하니 양부모 즐겁고, 집안이 화목(和睦)하니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 얻는 소중한 교훈이다.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교수님-수정
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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