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일경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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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일경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박정용 한남대 교수

  • 승인 2026-08-13 17:00
  • 신문게재 2026-08-14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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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용 한남대 교수
6월 말,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역별로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것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지의 출현이다.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꾸준히 해왔던 청년 일경험 사업은 여러 형태가 있다. 청년도전지원사업, 청년인턴 지원사업, 청년 행정체험연수 등. 모두 청년들이 일 경험을 쌓는 통로였다. 그런데 올해 새롭게 신설된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사업'은 기존 경로와는 다른 지역 중심, 가치 중심의 일경험을 제공한다.

기존의 일경험 모델을 보자. 청년들은 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가거나, 행정기관에서 일을 배우거나, 창업에 도전했다. 이 일경험 모델의 공통점은 모두 기존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의 일경험이라는 것이다. 반면 올해 신설된 사업은 19~34세 미취업 청년들이 마을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단체에서 5개월간 근무하게 된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고,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이다. 이런 조직에서의 일경험은 '취업 스펙'과 '직무 기술'만 쌓는 것이 아니라, 청년을 지역 사회의 문제 해결자로 성장시킨다. 단순한 일경험을 넘어 사회적 역량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자본주의와 국가주도 경제의 대안적 경제 모델이다.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공동체 회복, 사회적 약자 지원이 핵심 가치인 경제 생태계다. 그동안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논의되던 관련 법안은 4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지 13년 만의 일이다. 아직 본회의 의결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지만, 마을기업·협동조합·사회적기업·자활기업·소셜벤처 등 5대 주체를 '사회연대경제'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고, 그동안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협동조합(기획재정부), 자활기업(보건복지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정책을 통합해 행정안전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이번 청년 일경험 사업이 행안부 주도로 추진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행정안전부는 청년에게는 경력 형성의 기회와 보람을, 지역사회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 사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필자의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대전시가 선정된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 민관협력체계 구축 및 확산 사업과도 연계성이 높다.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그것을 푸는 조직들이 필요한 인재를 구하고, 청년들은 그 과정에서 일 경험을 쌓고 자신의 역량을 발견한다. 일자리, 지역 문제 해결, 청년 역량 강화가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하는 셈이다.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기존의 청년 일경험 사업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예비창업가에게는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를 직접 보고 배우는 무료 비즈니스 스쿨이 되고, 일반 기업에서의 경험과 결합하면 시장 경제의 논리와 사회연대경제의 가치를 모두 아는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지역을 보는 눈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흔히 청년들이 대전을 떠난다고 말한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사실은 지역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대전이 보유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은 하나의 거대한 일 경험 생태계다. 그곳에서는 수익성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지역적 의미도 함께 고민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의 문제를 푸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청년 일경험이 '급여를 받으며 기술을 배우는 것'에서 '지역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문제를 푸는 경험'으로 전환된다면, 지역을 보는 눈, 지역의 문제를 푸는 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용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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