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철]늑대로부터 여성의 신장을 보호하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심승철]늑대로부터 여성의 신장을 보호하라

[중도마당]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 내과 교수

  • 승인 2010-09-06 14:15
  • 신문게재 2010-09-07 20면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 내과 교수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 내과 교수
최근 TV 속에서 구미호(九尾狐)가 활개를 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전설의 고향'이란 프로그램에서 처음 출몰한 이후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더니 올해에는 두 방송국에서 동시에 출몰하는 난동(?)을 피우고 있다.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 내과 교수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 내과 교수
구미호는 한국에서 구전되는, 황금빛 털에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태를 한 동물이다. 여우는 몸통의 길이에 비해 꼬리 길이가 긴 것이 특징으로, 영어 이름인 '폭스(fox)' 도 '꼬리'라는 의미의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스스로 굴을 파기도 하지만, 굴 파기를 싫어해서 오소리의 굴을 빼앗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구미호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천적인 늑대와 사냥개다.

여우와 늑대는 천적이므로 정반대의 이미지가 있다. 여우는 대개 남성을 홀리는 여성으로 묘사되며, 구미호가 인간으로 둔갑할 때도 여성인 경우가 많다. 반면 늑대는 여성에게 접근하는 엉큼한 남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한 여우는 인간의 간을 먹는다고 설화에 주로 등장하는데 반해 늑대는 여성의 콩팥, 즉 신장을 공격한다는 얘기가 세상에 도는데, 그것이 바로 '루푸스'란 병 이야기다.

루푸스란 라틴어로 늑대라는 뜻이다. 이런 이름이 붙여지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루푸스 환자들의 특이한 증상으로 코를 중심으로 양쪽 뺨에 붉은 발진이 생기는데, 늑대 뺨의 털 색깔이 다른 부분과 다르며 늑대가 주로 뺨을 할퀴어 생긴 상처 모양과 비슷하여 늑대(루푸스)란 병명이 지어졌다.

루푸스 환자 중 절반에서 신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방치하면 그 중 80%의 환자가 결국 신장 기능을 잃어버려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태로 발전한다.

그러나 루푸스 환자에서 신장손상을 예방하는 치료제가 있는데 바로 '싸이톡산'이라는 약이다. 이 약으로 치료하면 신장에 염증이 생긴 환자 중 90% 이상에서 신장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싸이톡산은 좋은 효능으로 인하여 30년 넘게 루푸스로 인한 신장염의 대표적인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으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난소의 기능을 저하시켜 불임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루푸스 환자들이 가임기의 여성이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다행히 루푸스로 인한 신장염의 치료를 받으면서 불임을 피할 수 있는 한 가지 해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셀셉트'란 약이다. 약효면에서 싸이톡산에 뒤떨어지지 않으며 난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불임을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도입되어 현재 시판 중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셀셉트란 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실제로 복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있다. 왜냐하면 셀셉트는 한달에 치료 비용이 20만~30만원 정도인 고가약인데 루푸스로 인한 신장손상시 바로 보험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기준에 따르면 루푸스로 인한 신장손상시 싸이톡산으로 우선 치료받고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만 셀셉트를 보험으로 처방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환자들은 불임이 걱정되어 셀셉트를 복용하고 싶어도 불임을 일으키는 싸이톡산을 복용한 후에야 셀셉트를 복용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놓여 있다. 만일 보험이 적용된다면 루푸스란 질환은 희귀난치병으로 지정돼있기 때문에 한달에 2만~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다. 인구 증가 정책의 일환으로라도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루푸스 환자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멀지않은 미래에 환자들이 불임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고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2.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12월24일 수요일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