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박수를'이란 말이 있지만 실제로 꼴찌에겐 박수가 오지 않는다. 되레 무시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꼴찌에서 2020 수능 만점자로'의 주인공인 송영준 군은 고등학교 첫 시험 127명 중 126등을 한 학생이 2020 수능에선 만점을 받았다고 해서 일약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송 군은 홀어머니 아래에서 사회적 배려자 대상자 전형으로 외고에 입학했다고 한다. 송 군은 중1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홀어머니를 생각하며 학업에 매진했다고 하니 그간의 고생이 여실히 보이는 듯 했다.
더욱이 송 군이 더욱 가까이 다가올 수 있었던 친근감은 초등학교 시절, 공부방을 다닌 것과 중학교 1학년 때 잠시 학원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학원과 과외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부분 역시 우리 아이들과 비슷하여 참으로 기특했다. 언제부턴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명문대는 물론이요 소위 'IN서울 대학'에도 가기 힘들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현상은 대한민국을 '사교육공화국'으로 변질시키는 숙주와 촉매와 작동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워낙 천문학적이어서 그 누구도 규모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어떤 부작용과 불편함은 빈부격차의 심화와 심지어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까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올리는 부작용까지 낳은 지 오래다.
다 아는 것처럼 '주객전도'는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서로 뒤바뀐다는 뜻으로, 사물의 경중·선후·완급 따위가 서로 뒤바뀜을 이르는 말이다. 그야말로 '인간승리'를 일군 송영준 군의 리얼 스토리를 좀 더 살펴보자.
송 군은 고교 첫 시험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받아 좌절감을 느꼈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학생들한테 지는 게 기분이 나빴기에 학교 공교육 수업에 더욱 집중했다.
대저 열심히 하는 학생을 보면 선생님들도 덩달아 기운이 솟는 법이다. 송 군의 수능 만점 결과 도출엔 담임 선생님의 역할도 컸다는 부분이 방증이다.
여기에 삼성장학재단과 조현정재단 등에서 고교 3년간 장학금 1000만 원을 지원한 것도 천군만마(千軍萬馬)로 작용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경험자는 잘 알겠지만 홀어머니(홀아버지)와 애면글면 살면서 공부하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난관과 포기의 유혹이 무시로 찾아와 괴롭히는 건 다음 수순이다. 그렇지만 송 군은 그런 꼬드김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한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의지가 그예 수능 만점자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송 군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수시 결과를 기다리며 중학생들에게 '동기부여'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 합격증을 받기도 전에 알바까지 생각하는 걸 보니 장차 동량이 될 가능성까지 확실해 보였다.
사람은 대부분 데자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잦다. 더욱이 그러한 상황이 실제 자신이 느꼈다면 그 감도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난했기에, 돈이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사교육은 그림의 떡(畵中之餠)이었다. 하지만 불만과 불평 대신 아이들이 선택한 건 공교육의 더욱 충실이었다.
사람이 세상에 대하여 느끼는 기쁨과 슬픔의 크기는 그가 세상을 살면서 경험하고 부대낀 애증(愛憎)의 크기와 같다. 송영준 군의 서울대 최종합격을 응원한다.
그리하여 후일, 우리 아이들과도 반가운 동문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적으로 역시 공부는 학교가 답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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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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