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8. 주객전도(主客顚倒)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8. 주객전도(主客顚倒)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2-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꼴찌에서 2020 수능 만점자로…"학원·과외 없이 혼자 노력했다" 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 군의 희망 스토리]라는 기사를 보았다.

'꼴찌에게 박수를'이란 말이 있지만 실제로 꼴찌에겐 박수가 오지 않는다. 되레 무시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꼴찌에서 2020 수능 만점자로'의 주인공인 송영준 군은 고등학교 첫 시험 127명 중 126등을 한 학생이 2020 수능에선 만점을 받았다고 해서 일약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송 군은 홀어머니 아래에서 사회적 배려자 대상자 전형으로 외고에 입학했다고 한다. 송 군은 중1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홀어머니를 생각하며 학업에 매진했다고 하니 그간의 고생이 여실히 보이는 듯 했다.

더욱이 송 군이 더욱 가까이 다가올 수 있었던 친근감은 초등학교 시절, 공부방을 다닌 것과 중학교 1학년 때 잠시 학원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학원과 과외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부분 역시 우리 아이들과 비슷하여 참으로 기특했다. 언제부턴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명문대는 물론이요 소위 'IN서울 대학'에도 가기 힘들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현상은 대한민국을 '사교육공화국'으로 변질시키는 숙주와 촉매와 작동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워낙 천문학적이어서 그 누구도 규모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어떤 부작용과 불편함은 빈부격차의 심화와 심지어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까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올리는 부작용까지 낳은 지 오래다.

다 아는 것처럼 '주객전도'는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서로 뒤바뀐다는 뜻으로, 사물의 경중·선후·완급 따위가 서로 뒤바뀜을 이르는 말이다. 그야말로 '인간승리'를 일군 송영준 군의 리얼 스토리를 좀 더 살펴보자.

송 군은 고교 첫 시험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받아 좌절감을 느꼈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학생들한테 지는 게 기분이 나빴기에 학교 공교육 수업에 더욱 집중했다.

대저 열심히 하는 학생을 보면 선생님들도 덩달아 기운이 솟는 법이다. 송 군의 수능 만점 결과 도출엔 담임 선생님의 역할도 컸다는 부분이 방증이다.

여기에 삼성장학재단과 조현정재단 등에서 고교 3년간 장학금 1000만 원을 지원한 것도 천군만마(千軍萬馬)로 작용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경험자는 잘 알겠지만 홀어머니(홀아버지)와 애면글면 살면서 공부하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난관과 포기의 유혹이 무시로 찾아와 괴롭히는 건 다음 수순이다. 그렇지만 송 군은 그런 꼬드김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한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의지가 그예 수능 만점자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송 군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수시 결과를 기다리며 중학생들에게 '동기부여'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 합격증을 받기도 전에 알바까지 생각하는 걸 보니 장차 동량이 될 가능성까지 확실해 보였다.

사람은 대부분 데자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잦다. 더욱이 그러한 상황이 실제 자신이 느꼈다면 그 감도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난했기에, 돈이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사교육은 그림의 떡(畵中之餠)이었다. 하지만 불만과 불평 대신 아이들이 선택한 건 공교육의 더욱 충실이었다.

사람이 세상에 대하여 느끼는 기쁨과 슬픔의 크기는 그가 세상을 살면서 경험하고 부대낀 애증(愛憎)의 크기와 같다. 송영준 군의 서울대 최종합격을 응원한다.

그리하여 후일, 우리 아이들과도 반가운 동문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적으로 역시 공부는 학교가 답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자 공약 돋보기] 22년 희망고문 '행정수도특별법', 악순환 끊는다
  2. 세종 5-2생활권 첫 주택 공급 포문…'우미린 센터파크'
  3. [강미애 세종교육감 당선자 공약 돋보기] “입시가 강한 교육” 12년 체제 확 바꾼다
  4. 전신주 구리 접지선 훔쳐 한전에 2500만 원 손해 끼친 50대 검거
  5.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1. 신고 30초 만에 경찰 등장… 대전서 8천만 원 보이스피싱범 현행범 체포
  2.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3.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6월26일 금요일
  4. 종사자 소진 예방과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 위한 전문 심리상담 지원
  5. [박헌오의 시조 풍경-21] 벌목장의 텃새

헤드라인 뉴스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발전 공기업 5개사의 '통합 본사' 체제 전환과 입지 유치전이 전국 주요 지자체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2040 탈석탄 로드맵이 중장기 통합 수순으로 이어지면서다. 분산 구조가 경쟁에 따른 비효율과 사업장 안전 저해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는 판단도 담겨 있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충청권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부발전(태안)과 중부발전(보령) 본사를 품고 있는 충남과 남동발전이 자리잡고 있는 경남 진주, 남부발전을 안고 있는 부산, 동서발전이 위치한 울산이 당장 경쟁 후보 지역으로 분류된다...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