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넬슨신 "대전은 꿈을 키워 온 도시…애니메이션 박물관 이전 추진

  • 정치/행정
  • 대전

[단독인터뷰] 넬슨신 "대전은 꿈을 키워 온 도시…애니메이션 박물관 이전 추진

열세 살에 꿈을 품은 도시, 아흔의 결심으로 돌아오다
“부분 이전 아닌 전부 이전”… 대전 이전 의지 밝혀

  • 승인 2026-02-01 16:44
  • 수정 2026-02-12 16:37
  • 신문게재 2026-02-02 7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60130-넬슨 신1
넬슨신이 29일 대전에 방문했다./사진=이성희 기자
"나의 꿈을 키워준 도시 대전에서 성장할 또 다른 미래의 넬슨신을 보고 싶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거장으로 아흔의 노(老) 감독 넬슨신은 중도일보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넬슨신 박물관' 대전 이전 추진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움직이는 이미지의 탄생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거쳐온 영상 기술의 흐름, 그리고 그가 평생 붙들어 온 기계와 기록들을 제2의 고향 대전의 후학 양성을 위해 기증하는 것이다.

넬슨신은 지난달 29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유성분원에서 본보와 만나 경기도 과천에서 운영 중인 '넬슨신 애니메이션 아트박물관'의 전 소장품을 고향 대전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천 박물관에는 단순한 그림이나 원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시각 원리에서 출발한 애니메이션이 영화와 영상으로 확장돼 온 과정을 보여주는 물적 기록들이 집적돼 있다. 초기 영사기와 축음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과도기의 장비들, 최근의 영상 편집 장비에 이르기까지 기계류만 2000여 점에 달한다. 여기에 영상 자료와 소프트웨어 등은 수만 점에 이른다. 넬슨 신 감독이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던 움직이는 이미지를 향한 집요한 애정이 그대로 쌓인 공간이다.

그는 "부분 이전이 아니라 수만 점 전부를 옮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60여년 동안 한길만 걸어온 시간"이라고 말한다. 1960년대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해 올해로 아흔을 맞았으나 힘들었던 기억보다 아름다운 장면들만 남아 있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건강을 걱정할 나이가 됐지만, 그는 "정신을 움직이는 일이 사람을 젊게 만든다"며 "머리를 쓰는 힘은 아직 충분하다"고 했다.

넬슨 신에게 대전은 출발점이다. 황해도 출신인 그는 한국전쟁 난리 통에 북에서 남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당시 열세 살 무렵이었는데 그는 대전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당시 팍팍했던 가족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붓을 든 것이다.

고사리 손으로 익혔던 그림 실력을 살려 볼 심산이었는데 이내 소질을 확인했다.

극장 영화 홍보 간판을 따라 구경하며 흉내를 냈고, 먹을 갈아 신문지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보문고에 다니며 그림 장학생으로 지낸 기억도 대전에 남아있다. 그에게 대전은 '태어난 곳'이 아니라 '꿈을 갖게 한 도시'인 셈이다.

그가 박물관 이전지로 대전을 염두에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천 박물관은 공간이 협소해 더 이상 소장품을 온전히 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고, 대전의 문화시설과 환경을 둘러보며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넓은 공간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도시에서 자신의 모든 소장품을 한데 모아 제대로 보존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가 구상하는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과거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과거의 장비와 기록이 현재의 기술,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의 애니메이션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조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신 감독은 "단순히 옛것을 늘어놓는 전시는 의미가 없다"며 "과거와 현재가 연결될 때 비로소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살아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조성될 넬슨신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이응노미술관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그러했듯 지역 예술가의 이름을 건 공간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한 개인의 수집을 넘어 애니메이션과 영상이라는 예술 장르의 기억을 도시가 함께 보존하는 사례가 되는 셈이다.

넬슨 신은 대전의 젊은 창작자들을 향해 "이제는 말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됐다. 중요한 건 두려워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서 공부하는 것"이라며 "그 공부 역시 결국 머리를 쓰는 일이다. 젊을수록 더 많이, 더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최화진 기자

20260130-넬슨 신
넬슨신이 29일 대전에 방문했다./사진=이성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급식종사자들 "교육청 임금체불" 노동청에 진정 신청
  2. '결국 일자리'…천안·청주, 청년친화지수 전국 상위권
  3. [춘하추동]다문화 사회와 문화 정체성
  4.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7선거구 김현옥 "현장서 답을 찾는 실천형 정치"
  5. 역할 커진 의용소방대… 처우 개선·내부 개선 함께 가야
  1. 자녀 둘 기혼 숨기고 이성에게 접근해 6천만원 가로챈 40대 '징역형'
  2. 345㎸ 송전선로 대전 5개 자치구와 충남 14개 시군 영향권…"정부차원 재검토를"
  3. 퇴행성 관절염도 치료 시대 열리나… 연골 '방패' 단백질 찾았다
  4.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5. 지역서 키운 쌍둥이 경찰의 꿈… 건양대 글로컬캠퍼스서 현실로

헤드라인 뉴스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주말만 되면 버스가 줄지어 들어오는데, 여기는 애초에 다 못 받는 구조예요. 그마저도 줄어들면 더 뻔한 거 아닌가요." 대전 서구 관광 명소인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고질적인 주차난이 인근 사회복지시설 이송로 확장 사업으로 심화될 우려가 크다. 도로 확보를 위해 대형버스 주차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될 계획인데, 밀려나는 수요를 수용할 대안이 없어 도리어 도로 혼잡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구와 대전시에 따르면 응급차량 통행을 위한 장태산 진입도로 확장 공사가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1주차장 일부가 도로와 보행로로 편입돼 대..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 93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부진으로 고용의 질적 회복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18일 충청지방데이터청의 '2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의 취업자 수는 322만 8100명으로 지난해 316만 8800명과 비교해 5만 9300명 증가했다. 지역별 취업자 수는 대전만 감소했고 세종·충남·충북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대전의 경우 취업자 수는 79만 5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00명(-0.6%)..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외 정부부처의 추가 이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후속 과제에 대해선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도로 상정된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 등 수도권 잔류 중앙행정기관의 정부세종청사 이전 표류가 대표적이다. 지방시대위원회를 필두로 업무 효율화와 연관성상 이전이 시급한 대통령 및 총리 직속위원회 이전도 수년째 메아리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에 이은) 추가 정부 부처 분산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전라와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