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절에 이르면 '홍대에서 버스타고 쌍문동까지 서른아홉 정거장'이라는 구절에 닿는다. 39정거장이나 되니 추측하건대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시내버스를 타는 셈이다. 여기에 러시아워까지 가세하면 더 늦어지는 건 상식이다.
근무 때면 건물 전체를 순찰한다. 각 층마다 두 곳을 태그(tag)하는데 21층이므로 모두 마흔 두 곳(42)이다. '홍대에서 쌍문동까지 서른아홉 정거장'보다 세 정거장을 더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짜증이 많이 났다. 더운 여름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겨울엔 급격한 온도 탓으로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순찰의 영역이 건물 밖까지인 까닭에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직원들의 불평불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생각을 바꿨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 있다. 그처럼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순찰을 차라리 운동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돌린 것이다.
그러자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졌다. 종아리에도 힘이 붙는 느낌이었다. 운동을 일부러 찾아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딱히 '사서(買) 운동'을 한 경우라면 10대 때 배운 복싱이 유일하다.
덕분에 그로부턴 애먼 매를 맞지 않았다. 언젠가 지인의 문병을 갔다. 병실에 들어서니 지인은 목발을 짚고 있었다. '당뇨발'로 인해 한 쪽 발의 일부를 절개(切開)하는 수술을 받았대서 충격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당뇨의 심각성을 새삼 절감했음은 물론이다. 당뇨병 환자들이 합병증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높은 혈당이 몸에 영향을 미쳐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때문이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당뇨발'은 당뇨병 혹은 그에 따른 합병증(신경병증과 말초혈관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족부의 손상을 말한다.
즉, '당뇨병성 족부병변'을 통칭해 이르는 말이다. 좁은 의미로는 족부에 난 창상이나 궤양 등을 지칭할 수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궤양이 없더라도 궤양이 생길 위험이 높은 상태부터 궤양이 발 전체에 침범한 궤저까지 족부의 다양한 병변을 모두 '당뇨발'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당뇨발은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전체 당뇨병 환자 중 당뇨발 증상을 가진 환자는 최대 약 25%까지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성 족부질환으로 하지절단 수술을 받는 환자의 85%는 이미 궤양이 선행되어 있었다고도 한다.
이를 계산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 30초마다 당뇨병성 합병증으로 족부가 절단되는 셈이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론이겠지만 당뇨 환자에 있어서도 운동요법은 정말 중요하다. 운동은 당뇨병의 혈당을 조절하는 때문이다. 꾸준한 운동은 포도당 대사를 호전시키고 인슐린 감수성을 증진시킨다.
즉 인슐린이 일을 잘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천천히 오래하는 유산소 운동 뿐 아니라 근력 운동도 당뇨병 환자에게서 혈당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튼 오랜만에 본 지인이 당뇨까지 습격하여 고생하는 모습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화장실까지 따라가 용변을 쉬이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머리까지 감겨준 다음엔 병원 편의점에서 간식과 도시락에 이어 준비한 금일봉까지 건네고 병원을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꾼다. 하지만 생로병사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다만 죽기 전까지 최대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슬기로운 방법이다. 그것은 자식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지혜이기도 하다.
본업과는 별도로 투잡인 시민기자로 현장출동을 하고, 취재와 인터뷰까지 극성스레 처리하는 평소의 습관이 나로선 '제2의 운동'이다. 운동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防牌)이기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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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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