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둘 때 지는 사람이 음식을 사는 형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배달음식은 빨라서 좋다. 주로 짜장면과 짬뽕이 주(主) 메뉴였다. 중국 음식점에서는 단골이라며 이따금 군만두 한 접시를 서비스로 줬다.
그런 까닭에 지금도 군만두는 잘 안 사먹는다. 그때부터 군만두는 '공짜음식'이라는 선입견이 고착화된 때문이지 싶다(^^;). 직장에는 상주하는 직원들이 꽤 많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입때껏 근무하면서 군만두 한 접시를 주는 직원은 없었다. 그야말로 군만두 한 접시의 아량(雅量)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중국 음식점은 단골로 이용할 경우, 군만두 한 접시쯤은 예사로 주는 걸로 알고 있다.
따라서 고된 야근을 하는 자사(自社) 건물의 경비원에게 군만두를 건네면 그는 분명 '참 마음까지 천사인 사람!'이라며 호평을 받기 마련이다. 군만두 한 접시 사먹을 돈이 없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물론 아니다.
주고받는 정이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이 일렁거리는 때문이다. 현재의 근무지로 이동하기 전의 직장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입주업체 중엔 보험사와 항공사도 있었는데 그 회사 직원들의 손이 유달리 컸다.
"야근하시느라 힘드시죠? 이것 좀 드시면서 하세요." 그런 덕담과 함께 건네는 음식군(群)은 실로 다양했다. 군만두는 기본이었으며 김밥, 음료수에 이어 심지어 족발까지... 그렇게 받은 아량엔 공짜가 없었다.
우린 그 회사의 순찰을 할 적에 더욱 신경을 써주었으니까. 목욕이 우정을 두텁게 해주는 것은 상대의 모든 것을 보아서가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이 바로 음식 역시 나눠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의 나눔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준다. 이는 또한 "이번엔 제가 얻어먹었지만 다음엔 꼭 제가 대접하겠습니다!"라는 또 다른 만남과도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된다.
정채봉 작가는 만남을 이렇게 정의했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반면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라고 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 아닐 수 없다.
불경에서 이르길 '물고기를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난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베푸는 사람일수록 주변에 사람이 많이 꾄다.
인색하여 자신만 아는 사람에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평소 아내는 날더러 부족한 사람이라고 흉본다. 툭하면 지인들에게 술과 밥을 사는 때문이다.
아들(딸)을 낳았다고 술 사고,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했다며 밥 사고, 손주를 보았다며 술 내고... 이런 식이다. 가뜩이나 없이 사는 사람이 얻어먹지는 못할망정 습관처럼 지출한다며 면박(面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기 좋아하는 나의 스타일은 쉬 버리기 힘들다. 그런 습관은 '염소가 개울 건너가듯 한다'는 우리 속담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닌 때문이다.
"밥을 남겨 줄 양반은 강 건너서 봐도 안다"는 또 다른 속담이 있다. 이는 사람이 후하고 박한 것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군만두 얘길 하노라니 불현듯 군만두가 먹고 싶다. 근데 요즘 군만두 한 접시 값은 얼마일까?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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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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