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4. 고진감래(苦盡甘來)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4. 고진감래(苦盡甘來)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2-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아무나 쓸 수 없는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서를 발간한 뒤 가장 난감한 것은 공짜로 책을 달라는 사람이 있어서다.

상식이겠지만 힘들게 출간한 저서는 사서 보는 게 예의다. 또한 그래야 애착을 갖고 끝까지 읽는다. 즉 공짜로 얻은 책은 잘 읽지도 않거니와 심지어 라면 받침 용도로까지 허투루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책은 서점에서 구입하는 게 편하지만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10% 할인까지 해준다. 단 한 권일지라도 별도의 택배료는 받지 않는다. 4년 전 첫 저서를 냈을 때 일이다. 직장 상사에게 사인을 해서 책을 건넸다.

당시 직장 상사는 내가 근무하는 곳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일을 했다.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갔다. 그러자 이를 바라본 경비원이 "나도 한 권 주쇼." 이러는 거다.

가지고 간 책은 달랑 한 권뿐이었기에 그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서점에서 사보시면 됩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그러자 단박 서운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초등학교 동창 중 일부는 수십 권이나 구매하여 감동을 주었다. 당연하겠지만 저자로선 이런 독자가 가장 고맙다! 서두에서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은 퍽 힘든 과정이라고 했다.

그럼 왜 그런가를 경험자의 입장에서 이실직고한다. 우선 한 권의 책을 집필하자면 최소한 서너 달이 걸린다. 다음의 난관은 출판사를 만나는 과정이다. 유명 작가는 순탄하겠지만 무명작가에겐 이 과정이 가장 힘들다!

첫 번 째 저서를 출간할 당시 노크한 출판사는 300군데도 넘는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냉갈령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 자포자기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힘들게 쓴 글을 사장시킨다는 건 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하루에 십여 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이메일로 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또한 간절히 원하는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마침내 모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튿날 상경하여 가까스로 출판계약을 했지만 그때부턴 원고를 다시 다듬어야 했다.

해(年)가 넘어가면 "어제는~"이 "작년의 어느 날엔"으로 바뀌는 때문이다. 더욱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것은 오타(誤打)의 돌출이다. 분명 잘못된 글을 고쳤지 싶었는데 며칠 지나서 살펴보면 흡사 못처럼 뾰족하게 나와 있는 것이다.

그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비로소 책으로 발간되자 마치 장원급제한 듯 기분이 좋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으로 조앤 K. 롤링 작가는 거부(巨富)가 되었다. 그녀 역시 성공하기 전에는 극심한 가난과 고통에 몸부림쳤다.

때문에 자신의 글이 출판사들로부터 냉대를 받을 적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녀가 '해리포터'를 떠올리고 출판할 때까지 7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또한 무명작가에 대한 출판사의 냉대 경향성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공짜로 책을 달라고 한 경비원과 달리 지인들 대부분은 서점 혹은 인터넷을 통하여 내 저서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리곤 사인을 해달라고 할 적의 감동은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었)다.

헬렌 켈러(Helen Keller)는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해지고 야망이 고무되며 성공이 이뤄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19개월 되었을 때 심한 병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났으나 그 여파로 청각과 시각을 잃었다.

그녀의 부모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권유로 보스턴에 있는 퍼킨스 맹아학교에서 앤 설리번을 헬렌의 가정교사로 모셔온다. 덕분에 헬렌 켈러는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 졸업이라는 과업을 성취했다.

헬렌은 미국 시각장애인 기금의 모금운동을 벌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등 자신의 일생을 장애인들을 위해 바쳤다. 헬렌 켈러 역시 [사흘만 볼 수 있다면]과 [신앙의 권유], [나의 종교], [암흑 속에서 벗어나], [나의 생애] 등의 작품을 남겼다.

책은 사서 보자. 조앤 K. 롤링과 헬렌 켈러 역시 공짜론 책을 주지 않는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통닭 거리'와 '화성행궁'의 조화… 수원이 미식 관광지로 뜬다
  2. 빈집털이 예방부터 절도범 검거까지…대전경찰, 추석 연휴 맞춤형 순찰·신속 대응
  3. 고속도로 통행료 20번 넘게 안 낸 차량 37만대…4년 새 두 배
  4. 세종 명물 '낙화축제', 국내 대표 콘텐츠로 발돋움한다
  5. "계좌에 '급여' 정보 표시 안할 땐 금리 감면 혜택 못 받는다"
  1. 몸짓으로 채우는 원도심…대전ART마임페스티벌 10월 16일 개막
  2. 천안시, '백석마을아이파크' 서북구 제43호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
  3.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추석 맞이 민생활동… "이웃에게 따듯한 온기를"
  4.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5. 대전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무너진 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헤드라인 뉴스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에 일제강점기 금을 수탈한 광산의 존재가 근래에서야 알려진 가운데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가 또다시 발견됐다. 또 갑천습지 산책로가 유실된 지점에서 돌을 차곡차곡 쌓아 하단 기초를 다진 흔적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산책로가 일제의 금 광산에서 채석한 돌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974년까지 관찰되는 광산 입구 26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 그리고 월평공원이 있는 서구 월평동에서 광산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굴 입구 추정지가 새롭게 발견됐다. 갑천을..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내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대전지역 형사사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시작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검토한 뒤 필요한 부분을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찰청 역시 폐지되고 대전지검과 대전고검은 각각 대전지방공소청과 대전고등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의 수사 부담과 책임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를 맡은 경찰 단계에서 사..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두 배로 늘어 2027년이면 전 학년에 적용되지만, 국·공립 중학교 세 곳 중 한 곳에는 정보교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전을 비롯해 강원,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는 정보교사 배치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기준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06곳(64.2%)에 그쳤다. 나머지 951곳(35.8%)은 정보교사 없이 정보 수업을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