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겠지만 힘들게 출간한 저서는 사서 보는 게 예의다. 또한 그래야 애착을 갖고 끝까지 읽는다. 즉 공짜로 얻은 책은 잘 읽지도 않거니와 심지어 라면 받침 용도로까지 허투루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책은 서점에서 구입하는 게 편하지만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10% 할인까지 해준다. 단 한 권일지라도 별도의 택배료는 받지 않는다. 4년 전 첫 저서를 냈을 때 일이다. 직장 상사에게 사인을 해서 책을 건넸다.
당시 직장 상사는 내가 근무하는 곳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일을 했다.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갔다. 그러자 이를 바라본 경비원이 "나도 한 권 주쇼." 이러는 거다.
가지고 간 책은 달랑 한 권뿐이었기에 그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서점에서 사보시면 됩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그러자 단박 서운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초등학교 동창 중 일부는 수십 권이나 구매하여 감동을 주었다. 당연하겠지만 저자로선 이런 독자가 가장 고맙다! 서두에서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은 퍽 힘든 과정이라고 했다.
그럼 왜 그런가를 경험자의 입장에서 이실직고한다. 우선 한 권의 책을 집필하자면 최소한 서너 달이 걸린다. 다음의 난관은 출판사를 만나는 과정이다. 유명 작가는 순탄하겠지만 무명작가에겐 이 과정이 가장 힘들다!
첫 번 째 저서를 출간할 당시 노크한 출판사는 300군데도 넘는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냉갈령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 자포자기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힘들게 쓴 글을 사장시킨다는 건 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하루에 십여 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이메일로 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또한 간절히 원하는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마침내 모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튿날 상경하여 가까스로 출판계약을 했지만 그때부턴 원고를 다시 다듬어야 했다.
해(年)가 넘어가면 "어제는~"이 "작년의 어느 날엔"으로 바뀌는 때문이다. 더욱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것은 오타(誤打)의 돌출이다. 분명 잘못된 글을 고쳤지 싶었는데 며칠 지나서 살펴보면 흡사 못처럼 뾰족하게 나와 있는 것이다.
그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비로소 책으로 발간되자 마치 장원급제한 듯 기분이 좋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으로 조앤 K. 롤링 작가는 거부(巨富)가 되었다. 그녀 역시 성공하기 전에는 극심한 가난과 고통에 몸부림쳤다.
때문에 자신의 글이 출판사들로부터 냉대를 받을 적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녀가 '해리포터'를 떠올리고 출판할 때까지 7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또한 무명작가에 대한 출판사의 냉대 경향성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공짜로 책을 달라고 한 경비원과 달리 지인들 대부분은 서점 혹은 인터넷을 통하여 내 저서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리곤 사인을 해달라고 할 적의 감동은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었)다.
헬렌 켈러(Helen Keller)는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해지고 야망이 고무되며 성공이 이뤄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19개월 되었을 때 심한 병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났으나 그 여파로 청각과 시각을 잃었다.
그녀의 부모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권유로 보스턴에 있는 퍼킨스 맹아학교에서 앤 설리번을 헬렌의 가정교사로 모셔온다. 덕분에 헬렌 켈러는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 졸업이라는 과업을 성취했다.
헬렌은 미국 시각장애인 기금의 모금운동을 벌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등 자신의 일생을 장애인들을 위해 바쳤다. 헬렌 켈러 역시 [사흘만 볼 수 있다면]과 [신앙의 권유], [나의 종교], [암흑 속에서 벗어나], [나의 생애] 등의 작품을 남겼다.
책은 사서 보자. 조앤 K. 롤링과 헬렌 켈러 역시 공짜론 책을 주지 않는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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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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