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들은 등산을 떠난 친구들이 하산할 때까지 일편단심(?) 술에 탐닉했다. 기자 역시 주당족이었기에 그날도 만취하여 어찌 돌아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전의 관문이랄 수 있는 복합터미널과 목척교 인근엔 관광버스들이 진을 치고 있다. 모두 등산객들을 태우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걸맞게 대한민국 등산 인구는 1,5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처럼 요산요수 (樂山樂水)를 누리는 국민이 많다는 것은 사시사철이 뚜렷한 우리나라만의 특화된 기쁨이라 하겠다.
하지만 등산을 효과적으로, 건강하게 누리는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정서에서 [산에 가는 사람 모두 등산의 즐거움을 알까 - 여우와 늑대는 등산의 즐거움을 알까] (저자 이명우 & 발간 행복에너지)를 소개한다.
딱딱하고 삭막한 콘크리트 문화권에서 일탈하여 산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름 모를 꽃들과 새들도 합창하며 반겨준다. 각종의 산나물과 나무열매, 버섯들도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책은 등산을 소재로 한 책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명산을 사진으로 보고 즐기는 화보가 아니다. 더 나아가 등산의 정의와 역사를 소개하고, 등산 중에 만날 수 있는 장엄한 자연과 역사의 유산을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인문학적 지식서적의 면까지 지니고 있다. 더불어 평범한 사람이 등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5가지 단계와 산이 가지고 있는 네 가지 사계절의 매력 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공감 가는 문장으로 담아내어 푸짐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등산 인구가 많다보니 세계적인 아웃도어 장비 브랜드들도 대한민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가격과 히말라야에 오를 경우에만 필요한 고가의 등산장비까지 구입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진정한 등산의 즐거움을 모른 채 마치 여우와 늑대처럼 이 능선 저 계곡을 헤매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라며 꼬집고 있다. 맞는 주장이다.
기껏 동네 야트막 산을 오르면서도 백여 만 원에 육박하는(혹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총천연색의 아웃도어로 치장하는 이들을 쉬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떤 경우엔 마치 패션모델인 양 차리고 나선 여인들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을 보자면 등산을 가더라도 정상까지 오르긴 하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에 휩싸이곤 한다. 최근 지인이 등산을 갔다 하산하던 중 실족하여 다리를 크게 다쳤다.
이 책은 '등산 사고의 예방'(P.251~256)에서 이러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는 법까지 자세하게 일러주고 있다. 오들오들 떨며 힘들게 오른 겨울 산행 정상에서의 별미는 뭘까?
버너로 떡라면이나 오뎅을 끓여 손을 호호 비벼가며 소주를 곁들여 먹는 '환상의 맛'까지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어 군침을 돌게 만든다.(P.130) 이밖에도 식용 산나물의 종류, 몸에 좋은 버섯 구분법 등의 소개는 이 책만이 지닌 알토란 보너스다.
=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보자 한강수야(漢江水)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병자호란 때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이 남긴 시조다. 이 글은 고국을 떠나는 슬픔과 나라를 걱정하는 충심을 절절하게 담고 있다.
그는 후에 청나라에 끌려가 6년간의 포로 생활을 했다. 영화<남한산성>을 보면 그 의 강직(剛直)이 묻어난다.
경동고 후배들과 지금도 매년 5월이면 '경동인 삼각산 사랑 산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저자의 글과 사진에서 진정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푼푼한 마음씨까지 느낄 수 있어 넉넉하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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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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