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공수처 공수거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공수처 공수거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3-17 08:26
  • 수정 2021-03-17 13:33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신기용
신기용 대표변호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했다. 태생부터 그리 축복받지는 못했다. 찬성 측도 반대 측도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다수 여당의 일방적인 의결로 첫걸음을 뗐다.

공수처를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모두 해외의 사례를 들며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적용하려면 과연 우리나라처럼 모든 정치적 쟁점을 수사와 재판으로 해결하려는 관행이 뿌리박힌 나라가 있는지부터 살펴봤어야 한다. 토론과 설득, 염치와 이해가 실종된 정치권의 실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수사체계에 대한 수정보다 선행됐거나 적어도 같이 진행했어야 함이 맞다. 같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더라도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과 흙바닥에 그리는 그림이 같을 수는 없다.



원인에는 눈을 감거나 못 본체 하는데 아무리 찬반 토론을 했더라도 어차피 합의에 이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인 합의조차 없이 출발해버린 것부터 문제다. 이제 공수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찬성이나 반대, 그들의 입장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될 것이다.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사건들을 전담하게 된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수처 현관 앞은 기자들을 모아두고 고발장을 손에 든 사진을 찍는 정치인들과 각종 시민단체 인사들로 붐비게 될 것이다. 매일같이 뉴스를 장식하던 검찰 소식이 공수처 소식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았다.

공수처가 수사할 때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건 수사의 시기와 속도다. 수사가 빠르던, 느리던 누군가는 재촉하고 누군가는 울분을 토할 것이다. 인위적인 수사 시기의 조절도 잘못이지만 동시다발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의적절한 수사를 펼칠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도 걱정이다.



수사를 시작하면 보다 본격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수사의 대상이 야권이라면 공수처를 '정권의 충실한 사찰기관'이라며 공격할 것이다. 누군가는 정권의 '개'라고 호칭하기를 주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 무혐의 처분을 한다면 당장 공수처의 수사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올 것이다.

반대로 여권에 대한 수사를 펼친다면 어떨까. 수사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공수처가 정치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올 것이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러면 그렇지'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상황들 너무나 익숙하다. 그간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늘 벌어지던 일들이다. 공수처는 검찰과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기엔 근거가 빈약하다. 수사의 주체만 검찰에서 공수처로 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 달라진 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수처의 빈약한 조직과 수사경험의 부족은 수사력이라는 또 다른 논란거리만을 한 수저 더 얹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검찰은 인사를 무기로 검사들을 경쟁시키고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에게 중요 수사를 맡기는 방식으로 수사력을 높여왔다. 그러한 방식의 부작용이 검찰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한 큰 원인이 됐으나 반면 수많은 비리와 부패를 처단하는 공을 거두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수처는 검찰과 같은 방식을 택할 수도 없고 택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수사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공수처 검사 개개인의 사명감이나 인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수사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검사들에게 어떤 메리트를 제공한다면 과연 검찰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그렇지 않은 수사 대상이 혼재된 금관유착 등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지나칠 수 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체계로부터 비롯된 혼란의 틈은 부정부패의 씨앗이 자라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한 번 싹튼 부정부패는 잡초보다 강한 생명력으로 사회의 양분을 착취할 것이다.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한 벌써부터 논란은 시작됐다. 이른바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서 피의자가 된 사람들은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피의자들이 공수처를 '우리 편'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공수처는 결국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기소 여부는 자신들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하도급'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만에 하나 검찰의 수사 결과와 공수처의 결론이 다를 때 국민이 겪을 혼란에 대해서는 얼마나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어서 공수처에서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하기 전 공수처장이 이성윤 검사장을 면담했음에도 수사기록에 면담 내용을 기재하지도 않았다는 소식이 뒤를 이었다. 이것이 공수처장이 강조했던 '기존의 수사관행에서 탈피한 인권친화적 수사' 인가. 오히려 이와 같은 깜깜이 수사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잘못된 수사관행이다. 앞으로도 조사를 했으나 그 내용은 검사만 알고 수사기록에 기재되지 않았다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누가 믿고 수사를 맡길 수 있을까.

부디 공수처가 피나는 노력으로 축복받는 존재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만에 하나 훗날 공수처가 잘못한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간 사법 시스템의 혼란 속에 발생한 부작용과 피해는 모두 국민이 감당해야 할테니 말이다. 현재와 같은 논란만 일으키는 공수처라면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도지 못한 채 '공수처 공수거'가 될 수밖에 없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의료원 응급실, 전문의 6인 체제로 24시간 상시운영
  2. [그땐 그랬지] 1990년 설연휴 대전 시민의 안방 모습은?… TV 앞에서 명절의 추억을 쌓다
  3. 대전시 공기관 직원, 평가위원 후보 610명 명단 유츨 벌금형
  4. 천안박물관, '붉은말과 함께하는 설날 한마당' 개최
  5. 한국타이어 '나만의 캘리그라피' 증정 이벤트 성료
  1. 대덕산단 입주기업 대부분 설 연휴 ‘5일 이상’ 쉰다… 5곳중 1곳 이상 상여금 지급
  2. 노은.오정 농수산물도매시장 설 휴장
  3. '보물산 프로젝트'공공개발로 빠르게
  4. 백석문화대, 천안시 특산물 활용 소스·메뉴 개발 시식회 및 품평회 개최
  5. 충남하나센터, 충남 5개 지역 유관기관과 협력해 설맞이 북한이탈주민 백미 지원

헤드라인 뉴스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학교 급식종사자의 근무환경과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해 안정적인 급식 공급을 도모하는 '학교급식법'이 개정된 가운데 대전에서 매년 반복되는 급식 갈등이 보다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된 둔산여고 석식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에는 학교급식 인력 기준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겼다. 학교급식종사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안정적인 급식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법 개정 취지다. 그동안 급식조리사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조리사 한 명당 식수인..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학교 졸업 20주년이 되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풋풋한 마음이 실제로 결실을 맺었다. 13살에서 33살이 된 그들은 20년 만에 교실로 돌아와 13살 과거의 자신이 33살 현재의 나에게 쓴 편지를 수신했다. 대전 원앙초등학교는 2월 14일 오후 2시 20년 전 제1회 졸업생들을 초청해 당시 졸업을 앞두고 '20년 후의 내 모습은'이라는 주제로 쓴 편지의 개봉식을 가졌다. 원앙초는 서구 관저동에서 2005년 3월 31학급으로 개교했고, 2006년 2월 16일 1회 졸업식에서 168명이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 골목부터 달라지던 시절이 있었다. 대문은 누구를 환영하던 활짝 열려 있었고 마당에는 전 부치는 냄새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설빔을 차려입고 골목을 뛰어다녔으며 어른들은 이웃집을 오가며 덕담을 나눴다. 그러나 2020년대의 설은 사뭇 다르다. 명절은 여전히 달력 속 가장 큰 절기지만 그 풍경은 빠르게 바뀌며 이제는 사라지거나 점점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늘어나고 있다. 먼저 귀성길을 준비하는 모습과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1990~2000년대만 해도 명절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흔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