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영화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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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영화는 살아 있다!

배기원 대흥영화사 감독

  • 승인 2021-04-07 15:52
  • 신문게재 2021-04-08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3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극장의 추억이 있다. 유명 영화가 상영되는 날이면 줄을 서서 영화관에 입장하고 통로에 앉거나 뒤에 서서 관람하기도 했다. 좌석이 별도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서 비어있는 좌석을 찾아 앉았으며 극장 측에서는 정원 이상의 사람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맨 앞 좌석 밑에 종이박스를 깔아줬고 사람들은 특석이라며 그곳에 앉아 목이 아프지만, 스크린을 올려다보며 영화를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만한 풍경이지만 아주 어렸을 적의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학생 때는 단체관람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학교에서 단체로 몰려가서 영화를 보기도 했었다. 몇몇 극장에서는 철 지난 영화와 에로 영화를 섞어서 동시상영이라는 이름으로 두 영화를 차례대로 틀어주기도 했었다. 이러한 극장 문화는 멀티플렉스라는 복합 상영관의 등장으로 지역의 극장들과 함께 추억 속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멀티플렉스가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극장에 가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넓은 극장 안에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대형 화면의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앉아서 영화를 본다. 전기세는 나올까, 인건비는 나올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대형 배급사의 횡포에 사람들은 작은 영화들, 다양성 영화의 형평성을 외치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극장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특히나 대전에는 오랜 세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하며 버텨온 대전아트시네마 극장이 있다. 멀티플렉스도 힘든데 예술극장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가릴 것 없이 영화계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가운 희소식이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미국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물론 정 감독은 미국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이고 미나리는 미국영화이지만 과거 한국인들이 미국에 정착하던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고 한국 배우가 출연했으며 거의 한국말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의 국적을 떠나서 자랑스러운 배우 윤여정이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상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내 배우들이 선정하는 상이므로 배우로서는 동료들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또한, 이 상으로 아카데미상 수상까지 기대하게 되었으니 우리 영화계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평생 묵묵히 연기에 임해 온 한국 노장의 진가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다.

코로나가 세상을 많이 바꾸어 놓고 있다. 극장에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니 안방극장을 활용하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게 되고 컴퓨터와 핸드폰을 통해 영화를 보게 된다. 극장의 큰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로 함께 보는 영화의 맛은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집안에서, 전철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는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영화의 역사가 변화하는 과정에 놓여있을 수도 있다. 이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극장 문화도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화가 극장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어두컴컴한 영화관 안에서 함께 보고 웃으며 울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위태로운 영화 산업 속에서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영화 그 자체 콘텐츠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영화의 힘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영화를 알리고 영화계도 발전하다 보면 할리우드를 뛰어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의 시선이 바뀌고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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