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백지계획, 국토 불균형 완화할 절호의 기회"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백지계획, 국토 불균형 완화할 절호의 기회"

  • 승인 2021-06-03 09:15
  • 수정 2021-08-08 10:54
  • 신문게재 2021-06-03 1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컷-검색에




박병호 충북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1977년 중화학공업단 기획단 연구 참여
공주 장기지역 장군산과 금강 활용 설계
"세종시 중심의 청주·대전 광역화를" 당부





박병호 교수(교수 제공)
박병호 충북대 명예교수
"시작은 경제부흥과 안보상의 이유였지만, 결과적으로 국토 균형발전에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그동안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박병호 명예교수는 본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40년 전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에 의미를 이같이 설명하고,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 문제를 진단했다.



행정수도 백지계획은 1970년대 후반 청와대를 중심으로 임시행정수도를 마련하는 구상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7년 2월 서울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임시행정수도 건설 구상을 발표하고, 곧바로 이를 추진할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는 4년에 걸쳐 5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으로 72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46권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1979년 5월 공주 장기지역에 지형에 임시행정수도 기본계획 반영한 최종보고서 2권을 박 대통령에게 제출됐다. 1987년부터 1991년까지 국토의 중심부인 충청권에 입법과 사법, 행정 3부 기관을 모두 옮겨서 25만 명의 행정도시를 건설한 다음 1996년까지는 업무상업지구를 둬서 최대 100만 명의 자족형 수도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박병호 명예교수는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IST) 지역개발연구소 연구원으로서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 기획단에 참여해 실제 지형을 바탕으로 광역권 개발계획과 타당성 조사, 민간기업의 참여방안 등을 연구했다.

박 명예교수는 "백지계획이 입안될 때 시대 상황을 보면 경제부흥이 강조되고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전국 일일생활권 구축이 중요하게 다뤄지던 때"라며 "휴전선에 가까운 서울의 안보상 문제와 지나치게 과밀한 혼잡문제를 해소하는 자족도시를 목표로 백지계획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임시행정수도의 입지 조건으로 서울에서 1시간 내에 위치하고, 경부선 주변으로 교통망이 양호하며, 20~30분 거리에 비행장 건설이 가능한 인구 50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제안했다.

백지계획
박병호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세종시에 기증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1979, 이하 백지계획) 분야별 보고서' 원본.

박병호 명예교수는 "당시 임시행정수도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통일을 염두에 두고 통합적인 수도는 또 어딘가 있어야되겠다는 생각을 담고 있던 것"이라며 "공주 장기지역을 유력한 후보지로 실제 지형에 행정수도 도시계획을 설계했는데 장군산이 남산에 유사하고 그 아래 금강은 한강의 굽이와 대칭되도록 백지계획에 반영됐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원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당시 백지계획에서는 옆으로 길게 펼쳐져 날개를 편 새의 모양으로 중심에 청와대와 행정·사법·입법부 그리고 관할 시청이 위치하도록 설계됐다. 최종 연구서를 작성한 중화학공업추진위 기획단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연구단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유력한 예정지인 공주 장기지역을 오가며 연구를 수행했다.

박 명예교수는 "연구실에서 기숙사까지 600m밖에 안 되었지만, 사무실 바닥에서 쪽잠을 자면서 연구에 임하고, 보안상의 이유로 지형을 보러 이동할 때도 승합차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갔다"라며 "박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집무실 책상에서 발견된 백지계획 보고서가 기획단에서 제출한 자료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으로 1980년 8월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가 해체되면서 추진동력을 상실했고 지금껏 추진위의 정확한 규모의 연구보고서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할 정도로 잊혔다. 박 명예교수는 "백지계획은 정책으로 실행되지 못했지만, 보안상 이유로 표지는 뜯어내고 안에 내용만 복사해 여러 대학에서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교육에 쓰인 교과서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라며 "당시에 일이 잘 추진되었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토의 불균형이 더 완화되었던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행정복합도시 세종을 중심으로 한 청주와 대전의 광역화를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