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전기차가 친환경?… 탄소를 줄이려면 자전거 투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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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전기차가 친환경?… 탄소를 줄이려면 자전거 투자가 맞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1-08-04 08:20
  • 수정 2021-08-05 15:41
  • 신문게재 2021-08-05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이재영 박사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다. 더운 정도가 아니다. 이상고온으로 연어가 물속에서 익는다는 뉴스까지 들린다. 섬뜩하다. 기후위기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느낌이다. 기후위기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전기차'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탄소중립 2050', '한국판뉴딜'이 추진되고 있고, 그 한가운데 '전기차'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몇 년 간 수조 원을 전기차 구입 지원에 사용했고 앞으로도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대전만 하더라도 2020년에는 320억 원, 2021년에는 더 늘려서 589억 원을 전기차, 수소차 구입 지원에 배정했다.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건설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대체로 대전시 자전거 관련, 한 해 예산이 50~100억 원 수준이니 대략 10배쯤 된다.

이렇게 정부나 지자체가 전기차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면서 동시에 다른 정책보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일까? 반드시 그래야만 논리적으로 설명이 된다. 친환경의 대명사격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살펴보자.

우선, 이산화탄소의 경우, 전기차는 배기가스가 없으므로 주행 중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전과정을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얼마나 될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발전원료를 봐야 한다. 원료별로 배출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석탄화력발전에서는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823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우리나라의 발전원료는 2017년도 기준 원자력 26%, 화력 66%(석탄 43%, LNG 23%), 재생에너지 5%, 기타 1% 정도 된다. 유럽은 전기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60%가 넘는다. 원료비율을 감안해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하면 평균 451g/kWh이 산출된다. 이걸 다시, 전기차의 전비(평균 5.5㎞/kWh)를 이용해 ㎞당 배출량으로 환산해 보면 ㎞당 약 103g/㎞의 이산화탄소가 산출된다.

이 정도의 배출량은 현재 운행중인 가솔린이나 디젤을 이용한 내연기관차의 최대 86%에서 최소 54% 수준이다. 유로6 배출허용기준을 따르는 요즘 생산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120g/㎞과 기존 자동차의 배출량 200g/㎞(기준에 따라 150~230g/㎞ 정도 차이) 내외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신차를 기준으로 보면 일반차와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g/㎞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셈이다.

이 결과를 대전시에 적용해 보면, 589억 원(3700대 기준)을 전기차에 투입해 감소시킬 수 있는 순 이산화탄소량은 연간 800톤(신차 및 하루평균 35㎞를 기준으로)에서 2200톤(일반차) 정도다. 8백톤은 연간 대전시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0.007%이고, 승용차 약 3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이다. 과연 이 만큼을 줄이자고 약 6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반면, 전기차 지원예산의 예산 1/10을 투입하는 자전거는 연간 5만 7천톤~7만 2천톤을 절감시키고 있다.

전기차 지원정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4조 2천억 원을 투입해야 절감할 수 있는 양이다. 따라서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은 것이 전기차를 이용한 탄소절감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기차의 미세먼지는 어떨까? 역시 발전과 주행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원료별 배출계수를 적용해 산출할 수 있다. 대략 17.5㎎/㎞(전비 5.5㎞/kWh 기준)의 미세먼지를 배출시킨다. 일반차에서는 배출되지 않는 미세먼지다. 주행과정에서도 전기차의 미세먼지는 일반차보다 적지 않다. 관련 연구들을 보면, 둘 다 22㎎/㎞ 내외로 거의 차이가 없다. 미세먼지 대부분은 배기가스가 아닌 타이어, 엔진, 브레이크, 도로재비산 등에서 약 90% 정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라도 전기차가 유리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동급 승용차 보다 약 400㎏ 내외 더 무겁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몸무게 70kg인 성인 5명을 항상 태우고 다니는 셈이다. 이 무게는 에너지 소모와 타이어, 브레이크 마모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 승용차의 타이어는 약 5년 주기로 교체하는데, 전기차 타이어 교체주기는 일반차보다 30% 정도 짧은 3.5년 정도가 된다. 즉, 타이어는 일정수준 마모돼야 교체하는 것이므로 전기차의 단위시간당 미세먼지의 발생량이 더 많다는 뜻이 된다.

결론적으로, 다소 거칠게 계산된 측면이 있지만 위 내용은 사실이다. 따라서 적어도 화력발전이 60%가 넘는 현재의 발전구조하에서는 전기차를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다른 친환경 수단보다 효율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같은 이유로 자전거를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친환경적이며 예산효율도 수 백배 더 높기 때문이다.

늦은 여름 매미 울음소리가 피를 토하는 듯 절박하다. 곧 이 여름도 끝날 것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더 세게 내 삶을 흔들어댈 것이 분명하다. 나부터라도 더 자주 자전거를 타야겠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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