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슬픈 열대에 갇힌 대학생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슬픈 열대에 갇힌 대학생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 승인 2021-08-30 08:15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이성만 교수
어김없이 대학에도 가을 신학기가 찾아왔다. 클럽과 사무실은 문을 열었거나 열고 있지만, 강의실은 여전히 잠겨 있다. 어느새 학생들은 교육을 두려워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처지다.

한국의 대학에 유학한 기숙사 학생들은 20여 개월이나 매일 침대에서 책상까지의 두 걸음은 여전하지만. 팬데믹 이후 강의실을 방문한 적은 거의 없다. 내국인 20학번 학생들처럼, 저주받은 유학생들은 3학기 동안이나 학과의 휑한 실습실의 한 모퉁이에서 노트북만 두드리며 홀로서기 공부에 열중이다. 사무실, 지하철, 술집은 만원사례로 분주하고 들썩이는 데도 우리네 학생들로 가득해야 할 강의실은 적막강산이고, 복귀될 가능성도 거의 없을 듯하다.



어느 학생의 하소연이다. "저는 의욕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저는 CSR을 좋아합니다. 17살 때부터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해서 기내 승무원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그의 좌절감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중단된(?) 학업과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잊히고 말 것을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 학생에게 지난 학기의 텅 빈 강의실은 자신의 자아상과 학업 성취도 사이에 큰 격차를 만들어 냈다. 전염병 이전에 그는 최고 학점을 받는 학생이었다. 그는 머리를 흔들며 현재의 성적을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 "비대면 강의와 세미나에서는 질문을 훨씬 적게 하게 됩니다. 대면에서는 편하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딴 판입니다. 실시간 강의를 켜면 모두가 듣기 모드로 바뀝니다." 교수와의 접촉 없이는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한다. 강의내용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현장에서 전개되는 생생한 담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봄 학기는 많은 학생에게 정서적 전환기였다. 교실 수업에 대한 희망은 높았지만 폐쇄된 강의실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선술집과는 달리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지만, 대학의 대면 강의는 수적 제한도 있고 이웃 학생과의 일정 거리도 유지해야 한다. 또 다른 학생의 직설이다. "아무도 우리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개학, 가족, 노인 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정치에 의해 소외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어느 대학 관계자는 일반 중등학교와는 달리, 대학이 오프닝 담론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실제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 기술적으로 대학은 중등학교보다 온라인 실시간 교육으로의 전환이 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학기는 많은 토론 없이 쉽게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경험적 사례를 꼽기도 한다.

한국에 유학 온 학생들의 피해는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비대면 강의는 학문적 퇴보의 의미뿐 아니라 문화적 고립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중앙아시아 유학생은 지난 학기 초 대전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학생 기숙사로 옮겼지만, 한국 학생들이 자택에 머물다 보니 기숙사는 이미 사막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유학생은 장기간 대전에서 머물고 싶지만, 사막에 내던져진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외롭기 그지없습니다. 대면 강의도 없고 사회적 접촉도 거의 없습니다. 도서관만 들락거립니다. 당연히 제 한국어 실력도 덩달아 퇴보했답니다."

학생들은 열을 올린다. "대학도 이제 문을 닫을 만큼 닫았어요. 이제 정상화할 대비책이 있어야 합니다." 2년제 대학의 학생들은 대면 강의 한 번 없이 졸업할 판이다. 그들도 9월 가을 학기에는 대학 건물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하지만, 델타 변이 창궐과 방역 실패로 낙관적인 기대는 거품처럼 꺼질 기세다. 대다수 대학은 이미 개강 콘셉트를 나름대로 구상한 상태지만, 지금까지의 공식적인 발표는 예나 진배없다. 선별적 대면 강의와 행사를 고려하고 있다지만, 대학생에 대한 예방 접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폭발적인 감염률로 캠퍼스로의 빠른 복귀에 대한 희망도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