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말 잘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오래된 변명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말 잘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오래된 변명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승인 2021-09-13 10:38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2021052401001293200052041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수결에 의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원칙상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관권과 금권이 동원되고 지연과 혈연에 더하여 학연까지도 제 세상을 만난다. 짧은 기간이지만 선출직을 꿈꾸는 이들의 저자세와 공손함도 당연한 모습이 된다.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다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다양한 방법과 관련된 논의는,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한 이후 철학적 사유의 단골 주제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꽃피우기 시작한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언어를 매개로 하여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의 내용과 기법이 강조되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소크라테스((Socrates) 와 플라톤(Plato),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등 서양철학의 비조라고 할만한 사람들 모두가 언어 구사 능력의 습득과 실천, 다양한 표현 기법을 통해 설득과 동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침서를 내거나, 언어능력 향상을 위한 아카데미 설립과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련하고 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설득력있는 방법론을 수사학에서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사학의 주장과 요지는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설득의 대원칙을 담은 교본으로 존중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사람을 진정한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로고스 (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를 모두 담는 언어의 내용과 구사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로고스는 논리를 뜻한다.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말솜씨는 많은 사람을 이성적으로 설득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악의적인 상대방까지도 내 편으로 만든다. 그러나 논리만을 앞세우는 말솜씨는 상대의 마음까지도 움직여 내 편으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진심을 다해 거들어 주는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에토스적인 요건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사람은 타인이 말이 옳다고 믿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도덕적이며 윤리적 정당성과 함께 말하는 내용에 담긴 도덕적 정당성과 당위성을 살피는 본능적 경향이 있다.



에토스는 타인을 진정으로 승복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파토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파토스는 자기가 주장하는 내용 관련하여 본인 스스로의 자기 확신과 진정성을 말한다. 자기가 이야기하는 내용과 결과에 관한 확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이야기는 옳고 바르며, 우리 모두의 이익 실현과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완수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현란한 수사학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대표로는 소크라테스를 빼놓을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의도를 교묘하게 위장한 세련된 말솜씨는 진실을 감추고 현실을 왜곡하는 부정적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니 수사학은 속임수라고 호통한다.

오늘날 우리는 말의 홍수, 언어의 범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로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말의 성찬 속에서 진실과 거짓이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잘못된 말 한마디가 초래하는 왜곡과 편향이 대중을 선동하고 조작하여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선한 자의 믿음과 진실이 설 자리를 뺏는다.

선거가 시작되면 세상은 말로 뒤집히고 말로 엎어질 것이다. 온갖 아첨과 장밋빛 청사진이 우리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아침에 약속하고 저녁에 무시하는 이들도 등장할 것이다. 정말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인간 부류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어떤 거짓말도 능히 쏟아낼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거짓말 구사 능력자들이다.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해대는 거짓된 능력자를 구별하고 퇴출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말로서 흥한 자는 말로 망하고, 말이 많으면 반드시 실수가 따른다는 오래된 금언이 여전히 유효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벼랑 끝 대전충남 통합 충청출신 與野 대표 '빅딜'만 남았다
  2. 빨라지는 6·3 지방선거 시계… 여야 정당 & 후보자 '잰걸음'
  3. 대전·충남 통합 표류 속…정부 통합 시·도 교육 지원 가시화
  4. [주말사건사고] 대전·충남서 화재·산업재해 잇따라… 보령 앞바다 침몰어선 수색도 나흘째
  5. 국제존타 32지구 3지역 대전 Ⅶ클럽,차세대 여성 인재에게 장학금 수여
  1. 해방기 대전 문학 기록 ‘동백’ 7집 발견…27일 테미문학관 개관과 함께 공개
  2. 대전 새학기 급식 정상화됐지만 파행 불씨 계속… 학비노조 "교육청과 교섭 일정 못정해"
  3. [월요논단] 충청권 희생시켜 수도권 살리려는 한전 송전선로 철회하라
  4. 공공기술 이전 기반 대덕특구 창업기업 '액스비스' 특구형 딥테크 혁신
  5. 항공·관광·고교 교육까지…충청권 대학 지산학관 협력 봇물

헤드라인 뉴스


벼랑 끝 행정통합…금강벨트 시도지사 경선링도 직격탄

벼랑 끝 행정통합…금강벨트 시도지사 경선링도 직격탄

벼랑 끝에 몰린 대전·충남 행정통합으로 6.3 지방선거 충청권 광역단체장 경선링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는 타 시도와 달리 충청권은 차갑게 식은 지 오래며, 국민의힘도 김태흠 충남지사가 후보등록을 미루는 등 후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경선 일정 지연 등이 현실화 될 경우 후보자 및 공약 검증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고스란히 지역 주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섰지만, 대전·충..

충남경찰,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사망 관련 안전 책임자 8명 송치
충남경찰,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사망 관련 안전 책임자 8명 송치

지난해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충현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한국서부발전 안전책임자 등 관계자 8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상훈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10일 도경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태안화력발전소 안전사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대장은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사망에 있어 한국서부발전, 한전KPS, 한국파워O&M의 관리감독자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며 서부발전 1명, 한전KPS 4명, 한국파워O&M 3명 등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선반 방호장치 미흡과 안전관리 소홀로..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홍보를 위해 지역 가맹택시인 '꿈돌이택시'를 활용한 '꿈돌이 선거택시'를 운행키로 했다. 대전선관위는 9일 선관위 대회의실에서 애니콜모빌리티(주)와 '꿈돌이 선거택시'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꿈돌이택시(꿈T)'는 대전시 공식 캐릭터 '꿈씨패밀리'가 UFO에 탑승한 디자인의 차량표시등을 부착한 지역형 가맹택시로, 애니콜모빌리티가 대전시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협약식에서는 양 기관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 뒤 꿈돌이택시에 직접 탑승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퍼포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