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영화의 꿈을 이뤄낸 여섯 명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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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영화의 꿈을 이뤄낸 여섯 명의 시민들

배기원 대흥영화사 감독

  • 승인 2021-09-22 10:40
  • 신문게재 2021-09-23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배감독 고화질2
배기원 대흥영화사 감독
대전 곳곳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곳은 소제동이다. 대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철도관사촌이 있는 동네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건축 양식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잘 활용되고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공간이 재개발로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철거 전까지 영화에 담기 위해 영화사를 이전하였고 일 년 동안 이 동네의 모습을 담는 일년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년만 프로젝트는 사계절 영화 프로젝트다. 소제동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각각의 단편영화로 만들고 4편의 영화를 묶어 장편영화로 완성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 프로젝트의 첫 작품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하루'라는 단편영화다. 하루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어떤 하루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름 이야기인 만큼 여름 하(夏)에 눈물 루(淚)를 써서 여름의 눈물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인간의 생애를 사계절과 비유하자면 여름은 아마도 청년기가 될 것이다. 성년이 되기 전 거치는 과정의 아픔과도 같은 이야기다.

지난 6월에 '신베릴라 오디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시민 배우를 모집했다. 3주간의 오디션 과정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해 그들만의 캐릭터와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필자는 그들에게 받은 영감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써놓고 그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뽑는 일반적인 오디션과는 달리 먼저 배우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신개념 오디션으로 기획하였다. 기성 배우라면 꺼렸을 요소지만 일반 시민이기에 가능했다. 이 오디션이 추구하는 것은 '꿈을 실현하게 하는 오디션'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영화를 보며 배우를 꿈꿔보기도 했을 것인데 그 꿈을 실현하는 장을 마련해 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오디션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뽑힌 여섯 명의 시민은 한 달간의 연습 기간을 거쳐 영화를 만들어냈다.

촬영된 영상 소스를 편집하여 음악을 입히고 영화로 완성했다. 극장을 빌려서 시사회를 열면 좋지만, 코로나 상황을 생각하여 비대면 시사회를 계획했다. 출연한 배우들과 스태프, 후원자들, 주변 지인들을 모시고 온라인 시사회를 진행했다. 시사회에서 영화 편집본을 처음 접한 이 여섯 명의 시민 배우는 매우 감격스러워했다. 생각만 지녔던 영화배우의 꿈을 이루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필자의 입장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비록 짧은 독립영화이지만 영화라는 매체 속에 담긴 본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일이다. 아마도 극장 스크린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또 다른 감동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사회를 마치고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했다.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 출품된 이 작품은 948편의 참가작에서 당당하게 본선 작에 뽑혔고 인기상 투표에서 772표를 얻어 1위로 네티즌 인기상을 받게 되었다.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월부터 시작하여 3개월 만에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과연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 무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했던 시간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인기상을 받아든 순간 기쁨의 함성을 질렀을 것이다. 아직 본상이 남아있어서 추가로 어떤 상을 받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는 이뤄냈다는 것이다. 서로 응원하며 소통하며 합심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을 함께 바라보는 순간 이미 우리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가을 영화를 준비 중이다. 신베릴라 2기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될 시민 배우들과 함께 가을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 지금 혹시 꿈꾸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문을 두드리시길 바란다. 장담하건대 이보다 더 멋진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그 무엇도 이뤄낼 수 없다. 지금 바로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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