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고전문학을 연극으로 읽다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고전문학을 연극으로 읽다

서경동(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 승인 2021-11-01 11:14
  • 신문게재 2021-10-28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20190722-0874--
서경동(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지난 24일까지 대전 고도소극장에서 연극 '사랑을 한다는 것'이 올려졌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사랑을 묻다'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사랑을 묻다. 원작은 존경과 연민 사이, 헌신과 외면 사이,

애증과 사랑 사이, 매혹과 혼란 사이에서 '사랑의 감정'의 모순과 욕망을 이야기한다.

'감정의 혼란'은 동성애를 다룬 작품으로 지성적인 대학교수가 자신에 이성의 힘으로 사회의 명예를 지키려 한다. 내면의 감정 속 충동으로 자신을 누르지만 사회 안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으로 무너져가는 인물의 내면을 보여준다.



"정열은 정신이 그러하듯이, 항상 흐르고는 있지만 영원히 만족될 수 없으며, 완전히 흘러 버릴 수도 없는 그런 것입니다." - '감정의 혼란'중에서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연정을 느끼게 된 사람과 공유되지 않은 관계 속에 자신의 사랑에 빠져 집착적이지만 모순적으로 지고지순한 여인의 한 생애를 걸친 사랑의 감정을 보여 준다.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 않은 채 긴 시간에도 변함없이 한 사람만을 지켜보는 사랑이란 마음의 희생성을 생각하게 해 준다.

"사랑하는 분이여! 나는 결코 그 시간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잠에 빠졌을 때, 내가 당신의 호흡 소리를 들었을 때, 나 스스로 당신 곁에 있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어둠 속에서 너무나 행복해서 흐느껴 울기까지 했습니다." - '모르는 여인의 편지' 중에서

'달밤의 뒷골목'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이라 믿고 결혼을 하지만 자신의 사랑과 상대의 사랑의 엇갈림 속에서 서로를 받아드리지 못 한다. 사랑이 애증 적으로 변해가는 감정을 통해 사랑의 치열성과 그 끊어내지 못하는 감정이 얼마나 서로를 파멸시키느냐를 보여준다.

"나는 울면서 무릎을 꿇고 그 여자에게 돈을 내바쳤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나는 그 여자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그 여자를 나락으로 밀쳐 떨어뜨린 것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 저는 칼 한 자루를 샀습니다." - '달밤의 뒷골목'중에서

극단 라일락의 5번째 작품으로 자칫 무거 울 수 있는 극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무겁지만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있게 만들었다. 젊은 관객들도 쉽게 공감하고 느끼게 풀어나갔다. 고전 문학을 현대로 풀어내면서 색다른 무대와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였다.

정선호 연출은 "우리는 항상 사랑이 뭘까? 생각한다. 많은 사랑 이야기를 담을 순 없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사랑에 관한 소설로 만든 공연으로 사랑을 한다는 것에 생각해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슈테판 츠바이크 작품은 내면의 심리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공연을 보고 잠깐 사랑이 뭘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건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자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된다. 깊이 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무대화한다는 건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소설을 희곡으로 가지고 오면서 무대화한 작품들은 많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본 동화책부터 읽기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본 고전 책이라든지 바쁜 현대를 살면서 책 한 권 읽는 여유를 대신해 주며 문학을 배우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현장에서 본다는 건 연극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서울로 향한다. 고전 문학을 6시간의 긴 호흡으로 만든 연극을 보러 간다. 읽기에도 벅차던 문학을 무대화한 작품을 보고 싶다.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고전 문학을 또 한 번 읽어봐야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