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 '양산팔경'과 함께 가을 속으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거기 그곳] '양산팔경'과 함께 가을 속으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승인 2021-10-30 05:00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컷-거기그곳











소지섭, 손예진 함께 자전거 타고 달리던 풍경이 이곳에

 금강둘레길 걸으며 8경에 담긴 '전설' 알아가는 재미도

 

 

중도일보는 매주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드라마·영화 속 장소들을 소개하는 '거기 그곳'을 연재합니다. 촬영지로서의 매력, TV 속 색다른 모습의 장소들을 돌아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금강둘레길
충북 영동군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출처=영동군청 홈페이지
충북 영동군 양산면을 끼고 흐르는 금강 일대 명승 8곳을 일컬어 '양산팔경'이라 불리운다. 8개 명승 중 강선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용암 6개가 모여 있는 금강 변에 그 경관을 따라 걷는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이 있다. 둘레길이라면 보통 산의 둘레를 도는 길인데, 영동의 둘레길은 '물의 둘레'를 걷는다. 송호관광지를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있는 금강을 따라가다 강을 건너 출발한 자리로 거슬러 되돌아오는 6km 순환형 코스로, 길이 가파르지도 굽이치지도 않아 다 돌아보기에 1~2시간이면 충분하다. 푸르른 하늘과 어우러진 금강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와 혼자서, 또는 둘이서 도란도란 감상하며 걷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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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출처=네이버영화
2018년도에 개봉한 이장훈 감독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 한 영화는 소지섭과 손예진, 두 주연배우의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주목 받았다. 원작의 세월을 털어내고 한국식 정서를 입혀 다시 태어난 영화의 배경 또한 아련한 추억 속 첫사랑이 떠오를 만큼 아름답고 정겹다. 영화의 무려 30%가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하는데, 내딛는 걸음마다 비경이 펼쳐지는 양산팔경 속 숨은 촬영지를 찾아가보자.
여의정 copy
양산팔경 6경 여의정. 출처=영동군청 홈페이지
매표소에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 숲과 '6경'으로 꼽히는 여의정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여의정은 송호관광지 솔밭 바위 위에 세워놓은 정자로 만취당 박응종 선생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강선대와 마주하며 그와 버금가는 절경을 만들어 내는 정자가 여의정이다. 조선시대 때 연안부사(延安部使)를 지낸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해 강 언덕 위에 정자를 짓고 자신의 호를 붙여 '만취당'이라 한 것을 1935년에 후손들이 다시 짓고 '여의정'이라 이름을 고쳤다. 여의정을 감싼 송림은 박응종이 전원(前園)을 마련한 후 주변에 손수 뿌린 소나무 종자가 자라 가꿔진 것이다. 100년 묵은 송림이 무려 1만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송호관광지는 28만 4000㎡ 규모의 부지에 방갈로, 풀, 산책로, 놀이터 등을 갖추어 놓고 관광객들을 언제나 반갑게 맞이한다.

강선대 copy
양산팔경 2경 강선대. 출처=영동군청 홈페이지
여의정에서 봉곡교를 사이에 두고 있는 자리잡은 '2경' 강선대는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곳이다. 강선대는 낙락장송과 석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지어진 이름이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오롯이 서 있는 육각정자로 멀리서 보면 주변 노송들과 어울려 우아하고 고상한 멋이 흐른다. 정자 위에 서면 푸른 강물이 거칠게 부딪치는 바위 절벽이 아찔하다. 강선대는 물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 삼합을 이룬 곳이라고도 한다. 양기(陽氣)강한 바위와 음기(陰氣)의 물을 소나무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조선의 이안눌과 '한우가'로 유명한 임제의 시가 정자 안에 걸려 있어 풍류를 더한다. 책 한권을 읽으며 사색하기에도 좋다. 영동군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돼 있다.

용암 copy
양산팔경 8경 용암. 출처=영동군청 홈페이지
묵묵히 금강의 물살을 견디고 있는 '8경' 용암의 경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용이 강선대로 내려와 목욕하는 선녀를 보느라 승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 곳이라는 강선대와 목욕하는 선녀를 보느라 승천하지 못하고 강가에 남게 되었다는 용암의 이야기가 짝을 이뤄 흥미롭다. 여름이면 푸르게, 가을이면 색색이 단풍으로 강가를 화려하게 수놓는 송호관광지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비봉산 copy
양산팔경 3경 비봉산. 출처=영동군청 홈페이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3경' 비봉산은 양산면 수두리에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높이가 460m이다. 낮은 구릉지에 속하지만 양산면에서는 비교적 높은편이다. 산세보다 정상에서의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산책 삼아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양산면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옛날에는 고층산 또는 남산이라 했는데 봉황이 하늘을 나는 형상이라 하여 비봉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용소봉에서 뻗어 내려 한창 크고 있을 때 물동이를 이고 가던 동네 아낙이 "산이 크는 것을 보소!"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함벽정
양산팔경 5경 함벽정. 출처=영동군청 홈페이지
송호리에서 금강을 따라 약 500m 올라가면 강가, 커다란 나무에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서 있는 정자가 함벽정이다. 양산팔경 '5경'인 함벽정은 봉황대의 동쪽 강변 바위에 있는 정자로 이 강변 백사장에는 물새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비봉산 낙조를 볼 수 있는 위치 때문인지 옛날 선비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모여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지고 학문을 논했다고 한다. 예부터 함벽정에서 보이고 들리는 경치를 '함벽정팔경'이라 해 따로 즐겼을 정도로 풍치가 탁월하다. 비록 지금은 보고 들을 수 없지만 함벽정에 올라 눈을 감고 '함벽정팔경'을 상상해보면 시간은 어느새 과거로 흐르고 한바탕 꿈을 꾸는 듯하다.

봉황대 copy
양산팔경 4경 봉황대. 출처=영동군청 홈페이지
봉황이 깃들던 곳이라는 봉황대는 8경 중 으뜸가는 경치로 꼽힌다. 처사 이정인이 놀던 곳으로 누각은 없어지고 바위만 남아있다. 봉황대는 포구 앞 절벽위에 있던 누각인데 예전의 정자는 소실되고, 2012년 지금의 정자가 세워졌다. 봉황대 앞산인 붕화산에는 과거 통신 수단의 하나로 쓰이던 봉수대가 있었다. 그 옛날 봉화대 앞으로 돌아오는 돛단배의 풍경이 아름다워 양산팔경 '4경'으로 꼽았으며, 지금도 금강변을 산책하는 관광객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지금
수두교에서 촬영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장면. 출처=네이버영화
부지런히 걷다보면 출발했던 송호관광지로 돌아가는 다리가 등장하는데 어딘가 낯설지 않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했던가. 이곳이 바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등장한 수두교이다. 소지섭과 손예진 커플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너고 뒷배경으로 평화로운 시골 노을 풍경이 그려지던 바로 그 장면이다.

서산으로 기우는 해가 수두교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금강 수변공원도 마지막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가을빛으로 반짝인다. 산을 넘은 해는 마지막 붉은빛을 금강에 토해내며 사라진다. 해가 어스름하게 질 때 쯤 시간을 잘만 맞춰 가면 이 낭만적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다리 끝에 이르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안내간판 또한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출발지이자 도착지까지 약 2km 금강수변공원을 따라 걷는 길이 쭉 이어진다. 짧아진 가을을 더 진하게 즐기고 싶다면 금강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비봉산까지 등산해보는 걸 추천한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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