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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준호 서산경찰서 청문감사관 |
고문과 폭행, 가혹행위라는 노골적인 침해만 피하면 소임을 다했다고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인권을 "자유권"이라는 협소한 틀에 가둔 채, 공권력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던 소극적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날 국민의 눈높이는 과거의 관성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민은 더 이상 맞지 않을 권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범죄로부터의 안전은 기본이며, 수사와 행정 전반의 투명성, 절차의 공정성, 사회적 약자를 향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치안 현장의 모든 순간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존중되기를 요구한다.
경찰의 일상적 판단과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까지도 인권의 문제로 인식되는 시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찰관의 의무위반은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나 내부 기강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특히 음주운전, 성비위, 갑질로 대표되는 이른바 3대 의무위반은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경찰조직 전체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다.
법 집행의 주체가 법을 경시하고, 권한을 가진 자가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며,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억압하는 순간, 공권력의 정당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음주운전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이며, 성비위는 인간의 존엄과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
또한 조직 내외에서 발생하는 갑질은 위계와 권한을 앞세워 상대방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피해자에게는 일상 자체를 위협하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 모든 의무위반은 발생 순간 이미 인권 침해이며, 동시에 경찰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붕괴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익숙한 "적법절차"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어 온 관행 역시 다시 점검해야 한다. 불심검문 과정에서의 고압적인 언행, 민원 처리의 지연과 무성의, 내부 구성원에 대한 부당한 지시와 압박은 눈에 띄는 위법이 아니더라도 의무위반의 연장선에 있다.
경찰에게는 일상의 업무일지라도, 국민과 동료에게는 지울 수 없는 인권 침해로 남을 수 있다. 이러한 작은 균열이 쌓일 때 현장에는 "인권의 공백"이 생겨난다. 인권은 이제 침해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넘어 의무위반을 사전에 차단하고 경찰 활동의 품격을 높이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인권은 경찰의 손발을 묶는 족쇄가 아니라, 권한 행사 전반을 점검하게 하는 나침반이다. 음주운전과 성비위, 갑질을 단호히 근절하는 것은 징계를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경찰 스스로 인권의 최저선을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경찰청 인권센터 출범 이후 제도와 규정은 상당 부분 정비되었지만, 이제는 현장의 온도가 함께 올라가야 한다. 3대 의무위반 예방 교육 역시 단순한 사례 전달이나 처벌 경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이 왜 인권 침해인지, 왜 경찰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는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규정 중심의 사후 통제에서 벗어나, 일상의 판단과 조직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점검하는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수호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선언한다.
경찰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만큼, 그 행사에는 더욱 엄격한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음주운전 하지 않는 선택, 존엄을 침해하지 않는 태도, 지위를 남용하지 않는 일상의 실천 속에서 완성된다.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 자체가 곧 인권 보호이며 인권 실현이다.
최일선 순경부터 지휘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찰관은 스스로를 인권의 최후 보루 이자 의무준수의 책임자로 인식해야 한다. 경찰을 마주한 국민이 두려움 대신 안도를 느끼고, 조직안의 구성원이 존중받고 있다고 체감할 때,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비로소 회복된다.
인권 침해의 시대는 저물어야 한다. 음주운전과 성비위, 갑질을 단호히 예방하는 일상적 실천 위에서, 경찰이 인권의 수동적 감시자를 넘어 적극적 실천자로 거듭날 때, 인권은 차가운 법전 속 문장을 넘어 국민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가 될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방준호 서산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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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붕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