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많은 콘텐츠 모을 때"… 피해자 시각서 완성된 노근리평화공원

[기획] "많은 콘텐츠 모을 때"… 피해자 시각서 완성된 노근리평화공원

정구도 이사장, 공원 조성 과정에 자문役 유족 목소리 내
"외관 중요하지만 전시실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논의 필요"
한국전쟁 방대한 자료 중 무엇을 전시할지 고민 시점 강조
"운영 주체도 중요… 전체적 컨트롤 주체와 시스템 필요"

  • 승인 2021-11-09 17:23
  • 수정 2022-05-03 09:47
  • 신문게재 2021-11-10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중도일보 창간 70주년 기획-골령골 평화공원, 추모를 넘어 인권의 공간으로]
3. 피로 물들었던 과거, 오늘날 평화를 말하는 방식-노근리편

2012년 문을 연 노근리평화공원은 피해자 시각에서 만들어진 평화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근리 피해자들이 직접 전 세계에 사건을 알리는 데서 시작해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평화공원 조성에 힘을 보탰다.

현재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노근리평화공원 운영에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정구도 이사장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정구도 이사장은 2014년 사망한 정은용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장의 아들이다. 노근리사건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의 시각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평화와 역사 교육의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근리사건은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영동읍 하가리와 황간면 노근리에서 미합중국 군인에 의해 희생자가 발생한 일을 말한다. 폭격을 피해 쌍굴다리 안으로 숨어 들어간 민간인 상당수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KakaoTalk_20211109_155241262
노근리사건이 일어난 경부선 철도교 아래 쌍굴다리. 벽에 그려진 동그라미 등 기호는 당시 폭격과 기관총 흔적 또는 탈알이 박혀 있는 곳에 표시돼 있다. 임효인 기자
노근리평화공원 내 평화기념관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비롯해 오늘날까지 피해 규명을 밝히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노근리평화공원 역시 앞서 조성된 4·3평화공원을 상당 부분 참고했다. 정구도 이사장은 "4·3이 중요한 선례가 됐다"며 "4·3평화재단이 만들어져서 공원을 만들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11109_155238454
노근리평화공원 내 평화기념관 전시품 중 하나. 노근리사건을 전 세계에 알렸던 AP통신 찰스 핸리 기자의 수첩이다.
지난달 21일 충북 영동에 위치한 노근리평화공원에서 만난 정구도 이사장은 10여 년 전 노근리평화공원을 만드는 과정을 돌이켜보며 골령골에 조성될 산내평화공원에 대해 조언했다.

정 이사장은 전문성을 갖춘 자문기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이면서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췄던 정 이사장은 노근리평화공원 조성 당시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유족과 조성 주체 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평화공원은 건축물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다. 외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시실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전문가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금은 콘텐츠를 모아야 할 때"라고도 강조했다. "혼재된 수많은 사건과 중대한 현실적 문제가 있는데 나중에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며 "종합적인 지식과 종합적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 참여해서 진행하지 않으면 건물만 지어 놓고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상처와 실망만 남기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며 "전시기획 수집을 잘 해야 한다. 대한민국 한국전쟁 당시 피해 사안을 대상으로 놓지만 모든 사건을 똑같이 넣을 수도 없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akaoTalk_20211109_155245417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이 과거 평화공원 조성 과정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정 이사장은 현대사의 비극을 치유하는 평화공원이 오랜 시간 미래세대에 양질의 역사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선 운영 주체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밝혔다. 노근리평화공원은 시설 관리를 비롯해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위탁받아 운영한다. 초반엔 시설 관리를 지자체가 맡아서 진행했지만 유족회가 시설 관리를 책임지는 식으로 현재는 운영되고 있다.

정 이사장은 "공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주체를 누구로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주체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계속 바뀌고 그 자리를 떠나면 책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끝으로 "대전이라는 국토 중심에 한국전쟁 추모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사업"이라며 "피해자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면서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위령과 유족의 명예회복·치유 그리고 국민에게 역사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KakaoTalk_20211109_155239339
위령탑.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 뒤흔든 폭로… "김기재, 시장 자격 없다" 피해자 측 초강수
  2. [주말 사건사고] 대전 오류동 식당서 불 1명 경상…금산서 다슬기 채취 50대 심정지
  3. 교육감 선거 막판 표심 어디로…후보들 투표장 선택 의미 담아
  4. 사건은 대전에서, 변론은 서울에서
  5. [건강]반복되는 우리 아이 코막힘···'부비동염' 의심해야
  1. "자살시도 부상자 진료체계 마련 시급"…타지역 이송 10배 늘고 내원환자 급감
  2.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3. [건강]수술했는데도 허리가 계속 아프다면? 요추수술증후군 의심해봐야
  4. 6월부터 온열질환 '위험'…5월 이른 더위에 충청서 16명 병원행
  5.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

헤드라인 뉴스


20대 계약직 등 7명 사상...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종합)

20대 계약직 등 7명 사상...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종합)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등 총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입사한 지 2년도 안 된 20대 계약직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로켓 추진체에 들어가는 공구들을 물로 세척 하는 공정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대전소방본부와 대전경찰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9분께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장비 34대, 인력 101명을 투입한 소방은 오전..

6.3 지방선거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6.3 지방선거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552명.'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하는 충청의 지역 일꾼 숫자다. 지방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이를 견제·감시하는 광역·기초의원,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까지, 새로운 '충청시대'를 열어갈 우리 동네의 참된 일꾼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뽑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발전해 왔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거대한 중앙 정부의 틀 속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정부와 지역별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다. 지방자치 산실..

코스피 신고점 행진에도 못 웃는 충청권 상장사…온도차 `극심``
코스피 신고점 행진에도 못 웃는 충청권 상장사…온도차 '극심''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8700선에 올라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관련주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2.23포인트(3.68%) 오른 8788.38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역대 신고가인 8874.16포인트까지 오르기도 했으며, 장 마감 직전에 상승 폭을 소폭 반납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꼭 투표하세요’ ‘꼭 투표하세요’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