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인권 상징공간 고민 필요

[기획]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인권 상징공간 고민 필요

2024년 평화공원 준공 앞두고 유해발굴 진행 중
하드웨어 절차 진행 속 소프트웨어 고민은 부족
'역사 교육의 장' 위한 전시·교육 콘텐츠 논의 필요
국내 희생자 유족회 협력·국내 유사 시설 차별화도

  • 승인 2021-11-07 13:54
  • 수정 2021-11-11 15:32
  • 신문게재 2021-11-08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중도일보 창간 70주년 기획-골령골 평화공원, 추모를 넘어 인권의 공간으로]
1.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진실과 화해의 숲으로
2. 피로 물들었던 과거, 오늘날 평화를 말하는 방식-제주4·3편

3. 피로 물들었던 과거, 오늘날 평화를 말하는 방식-노근리편

4. 홀로코스트를 기억·교육하는 독일의 자세
5. 셰필드대에 남겨진 그날의 기록을 찾아서
6. 인권의 평화공원을 위해선-각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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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7일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모습. 임효인 기자
한국전쟁 전후 대전에서 일어난 참혹했던 역사가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동구 산내 골령골에서는 2024년 산내평화공원(가칭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을 앞두고 이곳에 매장된 수천여 구의 유해 발굴이 진행 중이다. 지난 2일 962구의 유해가 올해 발굴돼 영면에 들어갔다. 피로 물들었던 땅속 유해를 밝은 곳으로 꺼내는 과정은 국가 폭력의 과거를 반성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이자 과거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산내평화공원은 골령골에서 일어난 학살뿐 아니라 한국전쟁 전후 한반도에서 일어난 모든 민간인 학살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무자비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나아가 인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소중한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탄생해야 한다. 아픈 역사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국가의 잘못을 인정할 때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산내평화공원이 아픈 역사를 바로 바라보며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는 공간으로 조성되기 위해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과 방향을 6회에 걸쳐 제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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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골령골에서 진행된 발굴 유해 세종 추모의집 임시 유해 안치식 현장에 새롭게 설치된 표지판.

대전 동구 낭월동 산13번지. 좁은 2차선 도로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면 채 치유되지 못한 현대사의 비극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선 한국전쟁 전후로 수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제대로 된 혐의도 없이 무참하게 땅속에 묻힌 생명이다.

이곳에선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의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이 진행 중이다. 정부 주도의 발굴은 무려 13년 만이다. 2024년 완성될 산내평화공원(가칭 진실과 화해의 숲)을 조성하면서 땅속에 묻힌 유해를 밝은 곳으로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활동을 종료하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유해발굴과 단일 화해·위령시설 건립을 정부에 권고했다. 2016년 대전 산내 골령골이 그 대상지로 선정됐다. 골령골은 단일 학살지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으로 최대 7000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는 산내 골령골 9만 8601㎡ 면적에 401억 7500만 원을 들여 추모관을 비롯해 전시·교육관과 역사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토지 매입과 유해 발굴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말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설계 중이다.

하드웨어적인 공간 조성이 첫발을 내디뎠지만, 전시·교육을 위한 공간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에 대한 고민은 미비한 상태다. 한국전쟁 전후 모든 민간인 학살을 기리는 공간으로 기획된 만큼 이곳을 찾을 많은 희생자 유족과 미래 세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는 공간의 외형만큼이나 중요하다.

2015년 시민단체 등 민간 중심으로 유해발굴에 나섰던 한국전쟁기 민간인희생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골령골 유해 발굴 이후 조사보고서를 통해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이나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 2024년 준공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3년가량. 내년 한 차례 유해 발굴이 이뤄진 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하는 한편 이곳에 어떤 전시 시설과 교육 콘텐츠를 마련할지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전시·교육을 위한 공간 설계 과정에 이 같은 고민이 병행돼야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골령골에서 일어난 학살뿐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망라해야 하는 만큼 전국적인 희생자 유족회와 유사 시설 운영 주체들과의 논의·협력도 요구된다. 이를 통해 앞서 조성된 제주4·3평화공원과 노근리평화공원 등 유사 시설과 차별화도 필요하다.

동구 관계자는 "행정 절차상 하드웨어적으로 선행돼야 할 부분에 대한 과제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콘텐츠에 대한 부분도 조금씩 고민을 하고 있다. 전국 유족회와 교류하고 있고 해외에 있는 자료를 전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시 기획을 위한 인력 충원 계획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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