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31]‘제천 청풍승평계’의 재발견’…국악관현악단 역사, ‘반전 드라마’ 쓸까

[10년간의 취재기록-31]‘제천 청풍승평계’의 재발견’…국악관현악단 역사, ‘반전 드라마’ 쓸까

제천 청풍승평계, 국악관현악단 인정되면 국내 서양식 오케스트라보다 ‘33년’ 앞선다
“우리만 몰랐다”… 제천지역의 숨겨진 보물 ‘청풍승평계’
대한민국 국·공립 예술단 국악지휘자 협회와 제천시, ‘적극 검토’

  • 승인 2021-11-29 10:50
  • 수정 2021-11-29 13:23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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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국악관현악단<이정필 지휘자 제공>
우리나라 국악계가 1893년 제천시 청풍면에서 조직된 국악단체 '청풍승평계'에 대한 본보 '10년간의 취재기록-30편' 보도 이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 청풍승평계에 대한 고증절차를 시작하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청풍승평계가 학계에서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의 역사도 새롭게 써야할 판이다. 특히, 국악관현악단은 그동안 짧은 역사 등으로 '서양 오케스트라 모방 편성이다'라거나 '음악 구성이 일부 어색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청풍승평계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받을 경우라면 상황은 말 그대로 '반전 드라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과 국내의 서양식 오케스트라(관현악단) 역사는 어떨까. 분석해 봤는데, 생각처럼 국악관현악단이 늦지 않다. 무엇보다 청풍승평계가 공식적으로 '최초' 타이틀을 움켜쥔다면 국내의 서양식 오케스트라 창단보다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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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모 서양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관현악단 <강인모 지휘자 제공>
한국 양악계에 따르면 서양음악은 18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소개됐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 등을 통해 찬송가 형식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1900년도 초반에 군대 군악대에서 양악 관현악단이 조직된 것이 국내 서양식 오케스트라의 씨앗이었다. 공식적으로 봤을 때, 국내 최초의 서양식 오케스트라는 1926년 중앙악우회다. 선교사 부츠 여사와 박경호 피아니스트가 창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악우회 단원은 10여명으로 시작한다. 단원 10여명 중 한명이 그 유명한 홍난파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서울 종로 등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연주 연습을 했다. 성악과 피아노, 바이올린 등 소규모로 연주됐다. 중앙앙우회는 해를 거듭하면 발전한다. 첫 창단 당시, 단원 10여명으로 시작했다면 현재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경우 100여명까지 연주된다. 서양음악이 100여년동안 계승, 발전했다는 얘기다.



1893년 제천시 청풍면에서 조직된 국악 관련 단체인 청풍승평계는 단순한 국악단체냐, 아니면 국악관현악단이냐를 두고 고증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청풍승평계가 최초 타이틀을 획득하다면 공식 '국악관현악단'이 된다. 이럴 경우 공식적인 우리나라 최초 서양 오케스트라 중앙악우회보다 33년 앞선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통 국악관현악단이 서양 오케스트라보다 수십 년 먼저, 대중들에게 연주됐다는 얘기다.

이정필 대한민국 국·공립 예술단 국악지휘자 협회 회장(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은 "대한민국 국·공립 예술단 국악지휘자 협회 차원에서(제천 청풍승평계 발굴 사업을)적극 검토해볼 생각"이라며 "내년도 사업에 예산을 세워 '제천 청풍승평계'에 대한 학술 세미나 등을 개최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천시도 현재 적극 검토 중이다.

강인모 서양 오케스트라 지휘자(안양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안양시민오케스트라 지휘자·노블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한국의 서양식 오케스트라에 관한 연구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데, 1926년 중앙악우회가 공식적인 우리나라 첫 서양 오케스트라"라며 "서양음악은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음악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국악은 그렇지 못한 것처럼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국악이 음악적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중·고교 당시, 우리나라 음악교육이 서양음악에 집중돼 있었고, 국악은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몇해 전 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보고 우리 국악도 음악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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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규 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안산시립국악단. <임상규 지휘자 제공>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국악학자)은 "기록으로 전해지는 '청풍승평계'의 악기 편성과 연주자들 구성 등으로 봤을 때 '청풍승평계'는 외국 악단을 맹목적으로 흉내낸 조직은 아니라고 보여진다"면서 "외래 음악문화를 비판 수용하고 한국 고유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반영해 전통사회의 음악을 근현대적인 악단 형태로 만들고 모국 음악 언어의 정통성을 간직한 진보적인 단체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65년 창단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현재 학계의 공식적인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이다.

그런데 이보다 72년 앞선,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 면모를 갖춘 악단이 존재했는데, 바로 '청풍승평계'라는 국악 관련 단체다. 청풍승평계는 128년 전, 제천시 청풍면에서 창단됐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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