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들의 고뇌와 갈등 '이터널스'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들의 고뇌와 갈등 '이터널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12-16 15:53
  • 신문게재 2021-12-17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이터널스
좀 별나지만 저는 이름난 영화를 오래도록 뒀다가 나중에야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터널스'도 그랬습니다. 예전에 '매트릭스'나 '본' 시리즈처럼 말입니다. 유달리 바쁜 것도 아니고 그새 다른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보고 난 뒤 어쩌면 개봉 끝물에 가서야 보는 까닭을 생각하니 유행 따라 휩쓸리기보다 차분히 들여다보며 의미를 깊이 헤아려 보려는 심사였습니다.

요사이 많은 영웅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올 들어 본 '블랙 위도우', '007 노 타임 투 다이', '듄' 등보다 훨씬 더 합니다. 수천 년 전 지구에 와 사람들 틈에 살면서 악당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영웅들인데 그들은 사람들 비슷하게 갈등도 하고, 고뇌도 합니다. 그러니 시원하고 통쾌하고 스트레스 싹 날려 주는 맛이 없습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세상사 골치 아프고 답답한데 스크린 속 영웅들의 고뇌와 갈등까지 봐야 하는 게 여간 무겁지 않습니다.

'본' 시리즈나 '블랙 위도우'는 그래도 인간 영웅이니까 능력은 출중한데 거대 조직에 이용 당하는 걸 거부하고 투쟁하는 모습이 현대 사회 직장인들의 고충을 대변해 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절대자 신과 인간들의 딱 중간에서 미션을 준 신에 대한 믿음도, 인간들에 대한 애정도 흔들리는 영웅들을 보여 줍니다. 그러니 관객들은 동일시도 몰입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동료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투쟁을 보노라면 저래서 악당들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제대로 막아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듭니다.

마블이 스타들을 동원해서 만든 영화이니 비주얼이나 특수 효과 등은 확실히 빼어납니다. 그러나 서사 영화의 뼈대는 역시 이야기입니다. 세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끝에 뭘 말하려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복잡합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다가 한 가지도 확실히 전달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어떤 이는 죽고, 어떤 이는 떠나고, 어떤 이는 남았는데 석연치 않습니다. 떠나는 데도, 죽는 것에도 이유가 있어야 했습니다. 사람처럼 어른도 되고, 사랑도 하고, 가정도 꾸미고 싶다는 스프라이트가 그 중 설득력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영웅도 고뇌하고 갈등하는 판이니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고민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2.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3.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4.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1.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2.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3.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4.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5.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