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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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1-12-26 10:56
  • 신문게재 2021-12-27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필자는 난시가 심하다. 안경을 벗으면 사물이 겹쳐 보이고 희미하게 보여서 불편함이 여러모로 많다. 얼마 전 이사를 하고 난 뒤 어느 휴일 아침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에게 아내가 심하게 잔소리를 했다. 욕실 안 욕조와 세면대 사방에 머리카락과 잔털이 어지럽게 있는데, 매번 뒷정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평일에는 일찍 출근해 부딪힐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아내의 불평이 새삼스럽다고 생각하며 다시 욕실에 들어가 보았다. 뭐가 지저분하다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내는 안경을 건네며 안경을 쓰고 다시 보라고 했다. 안경을 쓰고 본 욕실과 욕조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난시 때문에 작고 얇은 머리카락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난시 때문에 정말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변명해 보았지만, 얼른 내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마다 관점이라는 틀이 있다. 그 틀 안에 갇히면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안경을 쓰기 전과 안경을 쓴 후에 인지할 수 있는 것이 완전히 달랐던 것처럼 말이다.

법원으로부터 조정위원에 위촉되어 매주 조정을 진행하면서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너무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조정위원 입장에서는 사건을 직접 경험한 게 아니기 때문에 주로 양당사자의 이야기만을 듣고 사실관계를 정리해야 하는데, 적절한 증거도 없는 경우에는 사건을 파악하는 것조차 너무나 어렵다. 그런데, 때로는 너무나 간단하고 쟁점이 분명한 사건인데도 상대방의 주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난감할 때가 있다.

돈을 빌린 것은 인정하지만 얼마 안 되는 돈을 받자고 소송까지 제기해서 법원에 오가게 하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난다며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내었던 어느 채무자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돈을 빌렸을 때를 돌아보면, 어려운 사정들을 늘어놓으며 약속한 날짜에 분명히 갚겠노라고 말하면서 사정을 했을 것이다. 그 이후 돈을 갚아야 할 날짜가 훨씬 지났는데도 연락조차 잘되지 않아 채권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법원에 호소하게 된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런 이유로 법원에 오게 된 채무자는 갚지 못하게 된 사정을 이야기하며 미안함을 표시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시덥지 않은 일로 법원에까지 오게 했냐면서 돈은 이제라도 갚겠지만 소송비용은 전혀 부담할 수 없다고 따졌다. 이런 사람은 뻔뻔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자기 시각에 갇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못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때로는 서면상으로는 분명한 입장차로 조정이 불가능할 것 같은 사건들이 의외로 간단히 조정되는 경우들도 있다. 서면을 제출할 때는 격앙된 어조로 거칠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지만, 정작 만나서는 상대방에게 그간에 자신이 처한 사정을 토로하면서 진심으로 도움을 구할 때 채권자도 기한이나 금액을 일부를 양보하고 판결에 준하여 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조정이 되는 사건들의 대부분은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 달라'고 당부하는 조정위원의 말에 따라 경청하는 경우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너무나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다. 이 시가 우리 마음에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풀꽃을 보듯이 귀중하고 사랑스러운 관점으로 보면 상대방에게도 귀하고 사랑스러운 점이 보여진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몰두하는 일이 너무 많아 우리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갈등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내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다른 안경을 쓰듯 관점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면 그 사람과 느끼던 거리의 격차는 의외로 쉽게 극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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