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어떻게 답할 것인가? '드라이브 마이카'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어떻게 답할 것인가? '드라이브 마이카'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1-13 17:23
  • 신문게재 2022-01-14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드라이브 마이 카
이 영화는 세 겹의 공간과 그에 따른 이야기의 층위를 지닙니다.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연극으로 공연하는 무대, 연극의 연출가이자 주인공이 카세트테이프로 작품 전체의 대사를 들으며 연습하는 자가용 승용차, 그리고 실제로 살아가는 삶. 삶을 닮은 허구인 연극과 연극을 닮은 실제인 삶이 경계를 이루는가 하면 연속되기도 하면서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해야 할 대사가 정해져 있는 연극은, 그러면서도 언어를 넘어선 가슴 속 진실이 묻어나야만 감동을 일으키는 힘이 생깁니다. 연출가인 주인공은 배우들에게 상투적으로 훈련된 억지 감정을 빼기 위해 천천히 기계적으로 읽는 연습을 오래도록 시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훅 올라오는 진실한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실제 삶에서는 연극의 정해진 대사처럼 말하고, 적당한 선에서 사람을 대하며 행동합니다. 가슴 속 깊은 진실의 감정과 거기서 우러나오는 언어를 말하지 못합니다. 가장 가까운 부인의 외도마저 거리를 지키며 회피합니다. 관계를 지키려는 의도가 오히려 내밀한 진실을 직면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주인공 가후쿠가 몰고 다니는 19년 된 차에는 늘 녹음된 연극의 대사가 흘러나옵니다. 그가 늘상 배역을 맡아온 바냐 아저씨의 대사만 빠져 있습니다. 진실한 감정이 묻어나는 대사를 연습하는 그는 정작 무대 위에서 체호프의 희곡 대사와 현실의 자신을 경계 짓지 못하고 흔들립니다. 눈이 많이 내린 홋카이도의 어느 언덕에서 임시로 고용된 젊은 여성 운전자와 지나온 상처를 나누며 그도 그녀도 삶의 진실을 직면할 용기를 얻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도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등 서로 다른 언어들과 수어(手語)가 사용되는 영화 속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은 상대 배우의 대사에 대답하며 자신을 표현합니다. 언어를 넘어선 진실의 감정으로 소통합니다. 때론 타인들 앞에서, 또 자신 앞에서 우리는 어떤 언어로 어떻게 답하며 살고 있을까요? 영화는 새해 벽두부터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작품은 꽤 깁니다. 러닝타임이 세 시간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밀도와 긴장을 유지합니다. 이른바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며 칸, 골든글러브 등에서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