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우리에겐 이전과 다른 풍요로움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우리에겐 이전과 다른 풍요로움이 필요하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승인 2022-02-06 08:49
  • 수정 2022-02-06 08:52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은영 사무처장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의 공약과 정책 방향을 알아보는 정책토론회가 바로 며칠 전에야 열렸다. 그 간 후보자 개인에 대한 이슈만 봐야 했던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했고, 핵발전에 대한 찬반 수준에 머물렀던 각 후보자의 환경공약과 인식을 그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고, 2023년에는 파리 협정의 이행 및 장기목표 달성 가능성을 평가하는 제1차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 5년 단위로 시행된다. 2050 탄소중립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약속이 아니라 한국이 전 세계에 한 약속이다. 이 의무는 곧 선출될 다음 정권이 그 책임을 이어가기에, 대통령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선거 또한 그렇다. 온실가스 감축과 지역의 기후대응과제를 비껴갈 수 없다.

이제 '탄소중립 선언'만으로 '탄소중립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법과 제도가 준비돼 시행령이 곧 내려올 테고 이제는 실제적인 정책이 얘기돼야 한다. 이제 수립될 지역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온실가스 발생요소를 방관한 채, 감축 방법만 고민해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그에 맞는 도시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환의 기점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하나는 지역의 생태수용력이다. 지역의 산과 하천, 목초지나 농경지 등은 자원을 재생산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는 기후위기에서 지역을 견디게 한 든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에 남겨온 생태발자국이 한계치를 넘겨 기후위기를 초래한 이상, 이제는 지역의 생태수용력을 더 높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적어도 지역의 산과 하천이 비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원'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 이제는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그 시작은 산림이나 농경지, 하천을 개발하는 사업에 '강력한 한계'를 설정해 규제하는 도시계획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도시계획을 기후위기 대응을 기준으로 다시 살피고, 지역생태에 기반한 개발계획들을 짚어보는 것이 맞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생태수용력을 높이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강화할 정책과 버려야 할 정책을 따져야 한다. 산에 드높은 타워나 시설을 만들고 자연하천에 없어도 될 제방을 쌓거나 아파트를 세워 경관을 사유화하는, 그야말로 산과 하천을 볼모 삼아 이익과 표를 얻으려는 정치공약들 또한 사라져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 현실을 외면한 그야말로 텅 빈 약속이다.

또 하나는 지역 생태공간의 공공성 확보다. 최근 월평공원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 취소처분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개발사업자가 대전시 민간특례사업 취소 처분에 대해 낸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공원을 보전해야 할 공익이 사업자 측의 피해를 보호해야 할 사익보다 크다"는 취지로 대전시의 손을 들어줬다. 도시의 녹지공간을 누군가 사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고, 뭇생명 또한 공존해야 할 곳임을 다시 상기시켜 준 판결이었다. 이미 시민들은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공론화 과정에서 '개발보다 보전'이라고 결정했었고 대전시는 그런 시민들의 뜻을 이행해가고 있다. 지역의 생태수용력을 높이며 도심 생태공간의 공공성을 확보해가는, 기후위기 시대에 행정이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생태수용성과 공공성을 고려한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도시전환에 있어 필수일 수밖에 없다.



물질적 풍요를 최우선으로 하기엔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라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우리에게는 이제 이전과 다른 풍요로움이 필요하다. 녹색평론 편집인이었던 고 김종철 님의 '내 목소리를 낮춰야 들리는 새들의 노래와 벌레들의 소리, 풀들의 웃음과 울음'이야 말로 '세상을 진실로 풍요롭게 한다'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탐욕'이라는 바이러스가 우리를 이러한 풍요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경고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향한 경고다. 멀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지역의 산과 농경지에 송전탑을 박아 온 전기를 써야 하는 방식이, 산에 높은 타워와 모노레일을 만들고 하천에 시설물을 만들자는 제안이 과연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것인지 반문해야 한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5.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