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시선과 시간의 복합과 교차 '봄날'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시선과 시간의 복합과 교차 '봄날'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5-05 16:26
  • 신문게재 2022-05-06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영화봄날
한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읍니다. 영화 '봄날' 역시 자식들과 배우자, 손주들, 이웃들, 이러저러한 관계로 엮인 사람들이 모입니다. 흩어져 있을 때 그들의 문제는 잠재적이었습니다. 감옥에 갔다가 막 출소한 장남과 부동산업자로 성공을 노리는 차남 형제도 이런 일이 아니었던들 1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을 사이입니다. 다 큰 자식들 역시 엄마에게 큰 상처를 안기고 못 본 지 오래인 아버지를 새삼스레 찾았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 모이니 잠재적이던 문제들이 터져 나옵니다. 폭력배 출신인 주인공과 그가 거느렸던 무리가 모여드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입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강 인사치레만 하고 흩어질 일을 그들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폭발합니다. 뒤얽힌 과거사에 대한 앙금, 혹시나 했으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에 대한 실망, 현금이 유독 많이 모이는 현장을 빌미로 한 돈 욕심 등이 거침없이 표출됩니다. 경건하고 조심스러워야 할 장례식장이 난장판이 됩니다.

짧은 시간 많은 이들이 모여 뒤얽히며 벌이는 소동은 일쑤 코미디로 흐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호성, 동생인 종성, 호성의 딸 은옥, 아들 동혁, 어머니, 동네 친구인 양희, 기타 많은 이들의 시선에 의해 다른 이들의 행위가 목도됩니다. 이 영화의 관심사가 단지 사건의 전달과 묘사에 있지 않음을 알게 합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시선을 통해 영화 속 인물들은 욕망 표현의 주체이면서 아울러 의미 해석을 수행하는 관찰자가 됩니다.

그리고 시간. 그들이 벌이는 난장판은 그저 우발적인 일회적 사건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였던 감정과 관계, 갈등의 표출입니다. 장례 절차 역시 시간에 따라 진행됩니다. 다시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영화는 1년이 지난 뒤 호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만삭의 딸을 위해 한약재 등등의 농산물을 보내기도 하고, 배우인 아들이 출연한 드라마를 보기도 합니다. 그새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으로 시간은 많은 일을 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던 봄 막 출소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던 장례식과 쓸쓸한 겨울 마루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의 호성은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아직 살아있지만 머잖아 찾아올 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는 듯합니다. 호성 역을 맡은 손현주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단만필] 서글프지 않은 이별을 배우기까지
  2. '민주 박수현·국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자 등록 완료
  3. 충남교육감 후보자 등록 첫날, 이병도·김영춘·이병학 등록 마쳐… 이명수 15일 등록으로 변경
  4.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빛바랜 스승의날 '씁쓸한 교사들'
  5. 목원대 라이즈 사업단, 동아리로 학생 창업 역량 키운다
  1.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말도 안 되는 민원 안 받게…" "민원 안전장치 필요"
  2. 2022년 화재참사 현대아울렛 점장·소방업체 소장 실형 구형
  3. 대덕경찰, 오정중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상담
  4. 중국에서 돈 벌겠다 출국 후 보이스피싱 가담한 30대 징역형
  5. [스승의 날] '스승이 제자에게' 대전교사노조 범시민 교권회복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14일 시작된 가운데 여야 최대 승부처 충청권 시도지사 매치업 구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가 정권교체로 이른바 공수교대 뒤 재대결이 이뤄졌거나 정치가와 행정가의 승부, 보수와 진보 진영을 서로 바꿔 경쟁하는 경우까지 꿀잼 매치가 즐비하다. 대전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는 4년 만의 리턴매치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가 공수를 교대했다는 점이다. 2022년 제8회 지선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여당이었던 이 후보가 연임을 노리던 허 후보에..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대전시댄스스포츠연맹은 16일 한밭체육관에서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대전댄스스포츠연맹이 주최·주관하고 대전시와 대전시체육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댄스스포츠를 비롯해 라인댄스, 힙합, 방송댄스, 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가 함께한다. 전국 각지에서 선수와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참가자들은 장르별 무대를 통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과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눈길을 끈다. 대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되는 라인댄스 무료 워크숍은 참가..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이 걸린 금강벨트에서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등록을 마친 뒤 거세게 충돌했다. 각각 내란청산과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 지방 권력 쟁탈 혈전에 돌입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한 여당은 설욕을 위해, 당시 대승을 거둔 제1야당은 수성을 위한 건곤일척 혈투가 본격화된 것이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