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지방선거와 민심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지방선거와 민심

  • 승인 2022-06-08 07:50
  • 수정 2022-06-12 12:12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2022020901000453100015711
조선 14대 임금인 선조는 임진왜란 통에 아들 광해군에게 분조(分朝)를 이끌게 했다. 당시 왜의 공격에 도읍인 한양에서 의주로 파천(播遷)하면서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광해군에게 함경도 황해도 등을 돌며 의병을 모으게 했다. 전쟁 속에 더구나 자신의 피란으로 흉흉해진 민심 수습을 아들에 맡긴 셈이다.

임진왜란 발발 초기 선조의 대응을 둘러싼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그렇다고 해도 7년 전쟁을 조선 승리로 매조지 하기까지 분조의 역할은 평가하고 싶다.

동요하는 백성을 다독이는가 하면 왕실 이미지 회복과 조선군 사기 진작 등 1석 3조 효과를 본 것이다. 명의 원군파병까지 조선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기도 했다.



전쟁 속 민심을 다잡기 위한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개전(開戰) 초기만 하더라도 세계 군사력 2위인 러시아 화력에 25위 우크라이나가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는 예상 밖 선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심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있다.

일각의 망명설을 일축한 그는 전선을 동분서주하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SNS로 국제사회와 소통하면서 반전(反戰) 여론 확산과 세계 각국 지지도 이끌어 냈다.

젤렌스키 리더십은 우크라이나 민심을 움직였다. 러시아에 대한 결사항전 의지로 국민이 뭉치는 구심점이 된 것이다.

승자독식의 관점에서 볼 때 정치와 선거도 전쟁과 다를 게 없다. 정치인들도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선거운동 기간 입는 점퍼를 '전투복' 이때 신는 신발을 '전투화'라고 스스로 표현한다. '낙동강 전선' 식으로 전략적 요충지 표현을 전사(戰史)에서 따온 말로 빗대기도 한다.

전쟁에서 민심이 중요한 만큼 정치와 선거에 민심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6.1지방선거 결과 국민의힘은 대전시장 세종시장 충남지사 충북지사 등 중원의 4개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면서 압승했다. 반면 4년 전 충청권에서 4대 0 대승을 거뒀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엔 참패했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이긴 여당이나 진 야당이나 충청 민심을 정확히 읽는 게 중요해진 시간이다.

민주당은 민심이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선거 패인으로 여기저기서 지적된 내로남불, 지도부 분열, 성비위 의혹 등은 일단 차치해 두자.

민주당은 4년 전 지선과 2년 전 총선에서 충청의 지방 및 입법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그 이후 과연 지역민들이 납득할만큼 충청 현안 해결에 전력투구했는지 되짚어 보길 권하고 싶다.

국민의힘도 이번 승리에 대해 우쭐하면 안 된다. 그동안 충청 민심에 부응한 피드백을 받았다고 승인을 지레 짐작하면 오산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불과 22일 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진 탓이 컸기 때문이다. 충청 나아가 국민 민심이 새 정부에 대한 견제론보다는 국정 안정론에 치우친 결과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원팀 시너지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라는 충청의 준엄한 명령임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