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예술로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예술로

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 승인 2022-06-08 14:43
  • 신문게재 2022-06-09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희정=미룸갤러리관장
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대전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예술로 파견 사업을 신청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호구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식주는 인간이라면 피해 가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어떤 사람은 허들을 넘듯 잘 뛰어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번번이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중 나는 후자에 속한다.

지금까지는 시를 쓰면서 허들(의식주) 앞에서 고민도 했지만 그냥저냥 이럭저럭 건너왔다. 운이 좋다고밖에 달리 걸어온 길을 설명할 길이 없다. '운' 속에는 가족의 힘듦도 있고 지인들의 걱정도 등대처럼 존재했다.

놀고먹으며 무언가 한다는 것은 자본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본이 땀의 가치를 평가하고 어떤 돈이 되었더라도 돈이라는 단어 앞에서 땀은 갑이 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도 굳이 동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인정한다. 이런 운명을 거슬러 살다간 잉여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생산성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이 우선순위인데 생각하는 것, 느껴지는 것을 생산의 이름에 자꾸 넣어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귀찮음을 건너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이런 말을 들어줄 단체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있고 예술인 복지재단이 있고 지역에는 문화재단이 있어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기구에 문화예술인이 무언가 소리칠 수밖에 없는 것도 어찌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 갇혀 산다고 무조건 떼를 쓰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도 끝났지만 가끔 이런저런 벽에 부딪히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조직이 앞에서 언급한 단체들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없는 것보다는 났다는 것은 문화예술인도 인정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정부 단체나 지역 단체가 있어 그나마 호구대책이라는 생각도 한다.

'예술로' 사업은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달에 30시간 사회적 기업과 협업을 통해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팀은 어른들이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청춘학교' 라는 협동조합이다. 다양한 장르(문학, 미술, 음악)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 다섯 명이 모여 어르신들이 문화예술 동창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한평생 새끼들 먹여 살리느라 학교 앞은 얼씬도 못 하고 살다 청춘학교에 와 읽고 쓰는 것도 배우고 학력 인정 자격(검정고시 시험)도 얻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문화 활동도 한다. 우리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어르신들이 의식주를 지키고 살다 놓친 문화예술을 맛보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함께 참여해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5월 한 달, 다섯 명이 모여 청춘학교를 알아가는 작업을 하고 각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더불어 공동 작업을 통해 문화예술이 장르의 벽은 있을 수 있지만 길은 하나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을 갖고 있다. 청춘학교에 아침부터 나와 열심히 공부하시는 어르신들 머리를 식혀드릴 수 있는 문화예술이 무엇이 있으며 문화예술로 당신들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징검다리처럼 건널 수 있도록 기획안을 구상한다.

이런 일을 통해 밥벌이 일부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문체부가 예술인 복지재단이 문화재단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각 단체가 문화예술인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 주길 희망해본다. 문화예술인 없는 문체부, 예술인 복지재단, 문화재단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앞에 언급한 단체가 없는 문화예술인도 작금의 현실을 볼 때 팥소 없는 찐빵과 다를 게 없다. 각자 다른 장르의 예술인 다섯 명이 모여 협업을 하고 그 협업으로 청춘학교에 다니고 있는 어르신들을 문화예술의 맛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뭉쳐 있는 것처럼 문화예술인과 정부(지역)가 협업의 길로 갈 수 있기를 무엇보다 바라는 일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심 속 워터파크가 공짜”… 청주시 어린이 물놀이장 ‘피켓팅’ 시작된다
  2. “돈 주면 수용자 챙겨주겠다”… 대전교도소 교감 징역 3년 구형
  3. 3년 간 지연된 작은내수변공원 복합문화체육센터 공사비 문제로 또 늦어지나
  4. 글로벌 우주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ISS2026 충청 우주기업들
  5. 화재 원인 다양·복잡해지는데…소방 화재사례 공유 체계 '미비'
  1. 오석진 "소통·청렴이 최우선"…인수위 첫 업무보고 돌입
  2. [사설] 충청 ‘반도체 패키징 벨트’ 흔들림 없어야
  3. 충남대·공주대 통합 논의 막바지…토론회서 소통 필요성 부각
  4. 충남도, 올해부터 시행되는 읍·면·동장 '주민 대피 명령권' 특별교육… "골든타임 확보 가장 중요"
  5. 대전광역시 선수단 '제5회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 출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의 아들, 2차전도 부탁해` 태극전사 19일 2연승 정조준

'대전의 아들, 2차전도 부탁해' 태극전사 19일 2연승 정조준

2026 북중미 월드컵 1차전 승리로 자신감이 한껏 오른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이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2차전에 승리할 경우 조 1위로 32강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만큼 축구 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멕시코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펼친다. 이번 경기는 사실상 A조 1위 결정전으로 꼽힌다. 양 팀 모두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을 확보한 가운데 이번 경기는 사실상 A조 1위 자리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는 `만스피`다… 코스피 사상 첫 9000선 돌파
이제는 '만스피'다… 코스피 사상 첫 9000선 돌파

국내 유가증권시장 종합지수인 코스피가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하며 '만스피(코스피 1만)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달 15일 장중 처음으로 8000선을 넘어선 지 22거래일 만이며,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6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20.68포인트(0.23%) 오른 8884.92로 출발해 오후 12시 57분께 9000선을 터치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