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길 위의 가족 혹은 현실과 판타지 사이 '브로커'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길 위의 가족 혹은 현실과 판타지 사이 '브로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6-23 13:31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브로커
영화 '브로커'는 로드무비입니다. 도망자이거나 고객을 찾아 나선 이들 그리고 몰래 숨어든 아이. 또 갓 태어나 버려졌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아기가 허름한 차를 타고 동행합니다. 그러나 갈등과 화해, 우정과 성장의 서사로 이루어진 전통적 로드무비와 약간은 결이 다릅니다. 오히려 감독의 전작 '어느 가족'과 유사합니다.

통상 몸 둘 곳, 마음 둘 곳 없이 떠도는 이들은 불행합니다. 집이 있고, 가족이 있다면 그렇게 길 위를 떠돌 리 없을 테니 말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렇습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전통적 가족이 해체되면서 파편처럼 떨어져 겉도는 인생들을 봅니다.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사회 구조의 균열과 모순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고발하고 냉철하게 비판하는 주제 의식을 담지 않습니다.

빈집, 남의 집, 전기도 수도도 끊긴 가운데 몰래 숨어 살아가는 불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작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길 위를 떠돌며 여관방을 전전하게 된 이들을 다룹니다. 혈연은 아니나 숙식을 함께 하고, 위안과 돌봄을 나누는 유사 가족 이야기입니다. 리얼리즘과 판타지 사이의 어디쯤입니다.

그런데 어딘지 어색합니다. 캐릭터의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베이비박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기를 훔쳐 돈을 받고 파는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는 험하게 살아온 인생사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선량하고 해맑은 '선한 사마리아인' 같습니다. 신생아 입양 브로커를 현장에서 체포하려고 잠복하는 경찰관 역시 그렇습니다. 상황과 역할, 전사를 고려할 때 아무런 계기도 없이 현실에서 판타지로 옮겨간 듯한 캐릭터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작품 속 상현 역으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 역시 그의 연기의 본령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상찬이 아닐까 싶습니다. 순박함과 비열함, 치열함과 무력함, 몰입과 해이의 변모에 능란하고 순발력 넘치는 그의 매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몇몇 글에서 보이듯 영화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수작이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소영 역의 이지은(아이유)만이 살아있습니다. 처연하면서도 결기 있고, 종내 버릴 수 없는 애끓는 모성애까지 제대로 그려냅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줬던 연기자로서의 재능이 한 단계 도약하여 향후 큰 발전이 기대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