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전쟁, 사람, 얼굴 '한산 : 용의 출현'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전쟁, 사람, 얼굴 '한산 : 용의 출현'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8-11 15:20
  • 신문게재 2022-08-12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영화한산
이 작품은 전쟁이 사람의 일임을 얼굴을 통해 드러냅니다. 하여 클로즈업 숏이 두드러집니다. 바다가 가장 중요한 배경이고, 거기 배들이 늘어서서 활과 총, 포를 쏘아댑니다. 그러니 익스트림 롱 숏, 군중 신이 단연 많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뒤에, 밑에 사람이 있고, 배를 타지 않았지만 멀리서 전쟁을 총지휘하는 임금도 편지를 통해 확인됩니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물음이 또한 사람들 사이에 오갑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 편인가, 아니면 적인가? 또 하나 당신은 이 전쟁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야심, 비열함, 무모함, 시기, 결의, 의지 등이 흐르는 각각의 얼굴.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순신의 표정은 비어 있습니다. 아무런 야심도, 비열함도, 시기나 질투, 무모함, 결연하고 비장한 의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다가오는 적과의 대결을 신중히 기다리고 준비할 뿐입니다. 이순신 역을 맡은 박해일은 '명량'(2014)의 최민식의 비장한 열정과 다릅니다. 텅 빈 그의 얼굴과 마음은 모든 것을 담아내고, 감당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어쩌면 가장 강한 자의 얼굴입니다.

오래전 '난중일기' 완역본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전쟁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합쳐 10년간 지속되었지만 막상 그의 함대가 적과 맞닥뜨려 싸운 날은 다 합쳐 몇 달이 안 됩니다. 전투를 위해 그가 준비한 많은 일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과의 끊임없는 소통이었습니다. 가깝게는 부하 장수들로부터 멀게는 임금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는 원균 같은 까다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가로부터 온 여조카, 신분이 낮은 첩자들, 일반 백성들, 승려도 있습니다. 그가 치른 수많은 전투의 승리는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른 이들의 마음과 소식을 헤아리며 모든 정황을 종합해 올바른 판단을 내린 데 있음을 알았습니다.

박해일의 차분하고 냉정한 연기로 인해 치열한 전투 장면이 많았던 이 영화 역시 통쾌함뿐 아니라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그의 연기는 '난중일기'를 읽으며 만났던 이순신과 많이 닮았습니다. 감정의 동요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 '헤어질 결심'의 형사 역할과 더불어 박해일은 올 한 해 빼어난 연기를 두 번이나 보여주었습니다. 광복절이 가깝고, 애국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지만, 그의 연기는 이 영화를 이른바 '국뽕'으로만 여기지 않게 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2.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3.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4.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1.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2.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3.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4.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5.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