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조직으로부터 유리된 영웅들 '공조2 : 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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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조직으로부터 유리된 영웅들 '공조2 : 인터내셔날'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9-29 17:28
  • 신문게재 2022-09-30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영화공조2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진태의 집에 모인 철령과 잭이 감청을 피해 각기 음악을 틀어놓거나 샤워기 물을 켜 두고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주의사항을 듣는 대목입니다. 한 마디로 진태를 너무 믿지 말라는 겁니다. 철령에게는 한민족이니 어쩌니 해도 어느 순간 미국과 한통속이 될 것을 믿지 말라는 것이고, 잭에게는 겉으로는 적대적이어도 결정적으로 남한과 북한은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겁니다. 이 말 뒤에는 적절히 이용하되 절대로 이용당하지 말라는 당부가 숨어 있습니다.

철령도 잭도 모두 각기 다른 미션과 함께 조직으로부터 이용당하는 상황 속에 있습니다. 누구도 맡기 꺼려하는 일을 맡게 된 진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전반부의 긴장과 갈등은 한국과 북한, 미국 당국의 지시에 따라 겉으로만 한 팀으로 움직이는 이 세 사람이 서로를 적당히 이용하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데서 발생합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진전되면서 자신들의 상황이 국가를 위한다는 대의가 아니라 조직 혹은 조직 속 유력자의 욕망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또한 애초 알고 있는 내용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무고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영화의 진짜 재미는 이 세 사람이 겉으로가 아니라 속내를 함께 하면서부터입니다. 미션에 성공한다 해도 기실 이들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없습니다. 진태는 승진하지 못하며, 철령 역시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뿐 다시 북으로 돌아갑니다. 잭 역시 그러합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건졌고, 회수한 돈은 국제 구호 단체에 익명으로 기부되었습니다. 영화관의 관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의로운 일을 목숨 걸고 수행한 영웅담에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뿐입니다. 이익단체나 다름없는 국가나 정부, 공공기관들. 그리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권과 욕망, 갈등의 진부함과 대비되는 주인공들의 선택과 행동은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본' 시리즈, '블랙위도우' 등 할리우드 영화나 '베를린'(2013) 등 한국 영화에서 만났던 조직으로부터 유리된 영웅을 이 영화에서도 보게 됩니다. 이들은 더 이상 체제, 이념, 대의를 표상하지 않습니다. 대신 역시 조직의 이익에 이용당하는 시민들의 우울한 분노를 대변합니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의 결합과 스타 시스템의 활용을 통해 '범죄도시2'와 함께 성공한 속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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