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역사적 진실을 보는 눈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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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역사적 진실을 보는 눈 '올빼미'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12-08 15:18
  • 신문게재 2022-12-08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올빼미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하고 조선의 역대 임금들을 순서대로 외우던 일이 있습니다. 영화는 반정으로 광해군을 몰아내고 임금이 되었으나 호란으로 극한의 굴욕을 경험한 인조 임금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짧은 기록에 상상을 더했습니다.

일찍이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은 카메라를 만년필(camera stylo)로 여겨 영화를 감독의 예술로 생각했는가 하면, 지가 베르토프는 카메라를 눈처럼 여긴 키노-아이 이론을 주창했습니다. 이 영화는 글로 기록된 내용을 카메라를 통해 재현하면서 특별히 목격과 증언 차원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카메라는 사관(史官)의 붓도 되고, 사건의 목격자도 됩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자체로 역사적 증언이라 할 만합니다. 물론 상상이 가미된 것이기는 하지만요.

여러 면에서 이 영화는 2013년 작 <관상>을 떠오르게 합니다. 왕과 고관대작들, 그리고 그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인 궁궐의 이야기를 미천한 신분의 허구적 인물을 통해 그려낸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영화적이기는 <관상>이 더합니다. 관상쟁이 내경(송강호 분)의 시점이 곧 카메라의 시선이 되어 인물들과 그들이 벌이는 사건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내의원 의관인 천 봉사(류준열 분)는 직책상 <관상>보다 훨씬 은밀하고 깊숙한 공간까지 들어갑니다. 트랙인(track in)이거나 줌인(zoom in)과도 같습니다. 특히 침술사인 그는 극도로 감추려 들던 시절의 '나랏님'과 그 일족의 몸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보니 그의 눈을 통해 관객인 우리 역시 그들 또한 한갓 욕망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걸 목도합니다.

밤에 더 잘 보는 주맹증 환자 천 봉사는 왕실의 갈등을 증언함으로써 목격자의 책무를 다합니다. 목숨을 건 용기입니다. 영화는 신분과 서열 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 내의원 말단 의관이 낸 균열에 결국 천지를 뒤덮을 만한 권력도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눠 갖지 못하는 욕망의 극치임을 드러냅니다.



진실을 보기도 어렵거니와 그것을 말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진실 반대편에서 커다란 힘으로 억압하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는 헤겔의 말처럼 영화는 참된 지혜가 어둠 속에서도 진실을 볼 줄 아는 것임을 역설합니다. 역사적 진실의 각성과 함께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경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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