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행복한 교사 모임 '소풍'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행복한 교사 모임 '소풍'

김혜진 천안신방중학교 교사

  • 승인 2023-07-13 17:35
  • 신문게재 2023-07-14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천안신방중 증명사진(김혜진)
김혜진 교사
오늘은 유독 바쁜 날이다. 5시간 수업인데 하필이면 오늘 아이들의 다툼이 터졌다. 쉬는 시간마다 이 아이 저 아이 붙잡고 이야기하며 퍼즐 조각 맞추듯이 서로의 입장을 조합해 막힌 데를 뚫어주느라 화장실 갈 새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니 온몸에 힘이 쫙 빠지고 내적 갈등이 생겼다. '오늘 모임을 가? 말아?' 하지만 '소풍' 참석 여부에 대한 갈등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집에 가서 당장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모임에서 얻는 배움과 감동이 훨씬 값진 것임을 오랜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소풍'은 학교 밖 학습공동체를 의미한다. 2017년 7월부터 나무학교에서 만난 국어 교사들이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모여 수업 고민을 함께한다. 나는 18년도부터 모임의 서기를 맡아 5년 넘게 우리의 만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의 모임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여는 시로 박노해 시인의 <동그란 길로 가다>를 한 줄씩 읽고서 한 달 동안 지낸 이야기와 현재의 마음을 돌아가며 나눈다. 전투적인 하루를 보낸 데다 개인적인 고민이 있던 나는 이미 시를 읽자마자 마음이 무장 해제된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은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다니는 것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한 줄 시가 갖는 매력은 이런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음의 실타래가 봄눈 녹듯 녹아내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발견해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 국어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모임 참석자들이 눈빛과 호흡만으로도 연결되는 순간이다.

다음 순서는 '공감하며 대화하기'를 주제로 한 수업 사례 나눔이다.

지식적인 부분을 다룬 단원이 아니라 수업 설계부터 쉽지 않았던 선생님의 고민에 공감하고, 학생들과 할 활동을 미리 해보며 교사 아닌 학생의 입장을 체험해 본다.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가장 듣고 싶은 말' 설문조사 결과 순위를 맞히는 게임을 하며 정답을 맞히지 못한 학생의 좌절감을 발견하고 설계했던 수업을 일부 수정하기로 한다.

다음은 점자 동화책 만들기 실습 활동이다. 동아리 시간에 학생들과 점자를 찍고 동화책을 완성해 장애 아동을 위해 기부까지 했다는 선생님의 경험담이 훈훈하다.

직접 챙겨온 휴대용 점자 인쇄기로 간단한 문구를 찍어보며 이걸 학교에 가서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자신이 가진 걸 기꺼이 나누어 주며 모임을 기획한 선생님들과 어떤 활동도 마음을 열고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들어주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일치한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소풍 모임에만 참석하면 나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이 되고, 서로 온기를 나누며 스스로 옳은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짐승들과 마주 앉아 나는 자꾸만 한 숭어리 꽃 같은 빛깔을 어쩌지 못한다. 쓰다듬으며 조금은 떠는 꽃잎 꽃잎 조그만 몸뚱아리 속에 가만히 들어와 쉬는 하늘 그 하늘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저들이 좋아서 어쩌지 못할 때가 있다."

한성기 시인의 <산에서 1>을 닫는 시로 오늘 모임의 벅찬 감동을 갈무리한다. 연대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함께 손잡고 동그란 길을 담대히 걸으며, 성장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나의 손길 하나로 조금씩은 떠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품으며 나는 다음 달도 즐겁게 소풍을 갈 것이다./김혜진 천안신방중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남 올해 들어 보합 없이 하락만 '꾸준'
  2. '눈물'로 떠나보낸 故 이해찬 총리...세종시서 잠들다
  3. 해양수산부 외 추가 이전은 없다...정부 입장 재확인
  4. 천안법원, 예산에서 천안까지 음주운전 혐의 40대 남성 집행유예
  5. 천안시태조산청소년수련관, 2월 7일 '설맞이 전통놀이 한마당' 개최
  1. 천안시, 근로 취약계층 자립에 69억원 투입…자활지원 계획 수립
  2. 천안시농업기술센터, '클로렐라' 시범 무상공급
  3. 천안시, '어린이기획단' 40명 모집
  4. 천안 은지·상동지구, 국비 80억원 규모 '배수개선사업' 선정
  5. 천안두정도서관, 독서동아리 모집… 정기독서 모임 지원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통합 이젠 국회의 시간…법안 처리 가시밭길

대전충남 통합 이젠 국회의 시간…법안 처리 가시밭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 통합법을 당론 발의하면서 충청권의 이목은 이제 국회에서 차려질 여야 논의테이블로 쏠리고 있다. 여야가 제출한 두 개의 법안을 병합 심사해야 하는 데 재정 등 핵심 분야에서 두 쪽의 입장 차가 워낙 커 가시밭길이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충남대전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로써 대전 충남 행정통합 관련법은 지난해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서산태안)이 제출한 법안을 포함해 모두 2개가 됐다. 국회는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이 복수이면 통상 병합 심사에 해당 상임위원회 대안..

6·3 지방선거 4개월 앞… 막 오른 `금강벨트` 경쟁
6·3 지방선거 4개월 앞… 막 오른 '금강벨트' 경쟁

6·3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최대 격전지인 금강벨트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된다. 당장 3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 이뤄지면서 선거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충남행정통합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여부 등이 변수로 꼽히며 여야 각 정당의 후보 공천 작업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전·세종·충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 120일 전인 3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현재 행정통합..

한·미 기준금리 동결 기조…대출금리 상승 거듭
한·미 기준금리 동결 기조…대출금리 상승 거듭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고채·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함께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390%다. 일주일 전인 1월 23일(연 4.290∼6.369%)과 비교해 상단이 0.02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혼합형 금리의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040%포인트 오르면서 이번 상승을 주도했다. 최근 시작된 시장금리의 상승세는 한국과 미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일부터 정당과 후보자명이 게재된 현수막 부착 금지 3일부터 정당과 후보자명이 게재된 현수막 부착 금지

  • 추워도 즐거운 겨울스포츠 추워도 즐거운 겨울스포츠

  • 故 이해찬 전 총리 발인 하루 앞으로 故 이해찬 전 총리 발인 하루 앞으로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