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기억을 위한 용기, 욕망에 대한 물음 '소년들'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기억을 위한 용기, 욕망에 대한 물음 '소년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3-11-02 13:28
  • 신문게재 2023-11-03 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31101_192706310
영화와 이야기는 과거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기억과 결부됩니다. 생방송이나 연극과 달리 촬영과 편집을 거친 뒤의 일이므로 관객이 보는 영화의 장면들은 누군가의 기억을 통과한 것이 됩니다. 문제는 기억하는 일이 주관의 개입이나 왜곡, 조작의 가능성에 취약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는 욕망이 작동합니다. 그러므로 영화는 이야기처럼 기억을 통한 욕망의 재현이기도 합니다. 혹은 욕망의 정체에 대한 성찰과 질문일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17년의 시간이 경과되었고, 관련된 인물들의 기억은 자연히 소실되었거나 흐려졌습니다. 그러나 중요하게는 의도적으로 왜곡, 은폐하려는 자들과 망각하기를 거부하고 흐릿해진 기억마저 되살리려는 이들의 대립과 갈등이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완전히 오류인 기억을 강제로 주입 당한 채 죄를 짊어지고 수감자로, 전과자로 살게 된 소년들의 경우입니다.



영화는 기억을 위한 용기를 그려냅니다. 기억할수록 상처가 도드라지고, 거대한 힘에 의한 위협이 가해집니다. 그럼에도 이를 무릅쓰는 용기는 처절하고 쓸쓸합니다. 역으로 영화 곳곳에서 상관을 향해 붙이는 경례 구호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충성인가를 묻게 합니다. 그들 뒤에서, 안에서 작동하는 욕망의 정체에 대해 회의하게 합니다. 그들이 위한다는 국가는 무엇이고, 조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의 폭력은 정당한 것인가.

설경구라는 배우를 다시 만납니다. 10월 어느 날 '소년들'의 개봉예정작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이후 아주 오랜만에 포스터 속 그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졌습니다. 그는 힘을 잃었을 때, 상처받았을 때, 고통스럽게 서 있을 때 역으로 가장 위력적이고, 마음을 뒤흔드는 배우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랜 세월을 통과하며 세파와 시류에 휩쓸리며 어쩔 수 없이 원래 먹었던 마음을 잃고 허덕이다가 문득 다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쓸쓸하고 슬픈 눈동자의 사나이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의 세월과 또 그만큼의 무게, 그리고 정서적 깊이와 흔들림을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설경구 외에 달리 떠오르지 않습니다. 힘을 빼고 담담히, 때로는 곡진하게 그의 눈빛이 우리로 하여금 진실을 향하게 합니다.



'남부군'(1990), '하얀 전쟁'(1992), '부러진 화살'(2012)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천착해 온 정지영 감독의 공력을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좋은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죽동2지구 중학교 부지 삭제 논란… 주민들 "이해 어려워" 반발
  2. "중동發 에너지 위기 넘는다" 25일 0시부터 차량 5부제
  3. 불법증축 화재참사 안전공업, 대화동 공장에서도 불법구조물 의혹
  4.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입건…경찰 45명 조사 마쳐
  5.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8선거구 윤정민 "시민 삶 바꾸는 생활정치 실천"
  1. '멀티모달' 망각 문제 해결한 ETRI, '건망증 없는 AI' 원천 기술 개발
  2. 안전공업 2009년부터 화재신고 7건, 대부분 슬러지·분진 화재
  3. 통합 무산 놓고 지선 전초전… 충남도의회 ‘책임론’ 포문열어
  4. 천안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헬기… 담수 과정 중 저수지로 추락
  5.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헤드라인 뉴스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포장 용기와 비닐봉지, 포장지 등 가격이 꿈틀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배달 관련 자영업자 등은 한 달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날까 전전긍긍이다. 25일 대전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음식을 포장하는 배달 용기의 가격이 점차 상승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른 물가 탓에 원재료비와 공공요금, 월세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용기와 이를 담는 비닐 가격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중..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의 최강을 가리는 '제1회 류현진배 중학야구대회'가 25일 대전한밭야구장에서 막을 올렸다. (재)류현진재단과 대전시체육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의 이름을 건 첫 야구대회로,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 28개 팀이 참가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날 개회식에는 류현진 이사장,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희 대전시의장, 김운장 대전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화 이글스 소속인 노시환, 문동주, 강백호, 정우주 등의 현역 프로선수들도 현장에서 중학교 야구팀 선수들을 응..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김태흠 충남지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현 정부가 학교 자체를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일반학교를 영재학교로 전환해 운영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25일 도에 따르면 현재 17개 시도 중 영재학교가 부재한 곳은 충남을 포함해 8곳이다. 이에 도는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캠퍼스를 2028년까지 설립해 반도체·첨단 모빌리티 등 국가 전략기술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가 내포신도시에 영재학교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