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과거와 자연으로의 근원적 회귀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과거와 자연으로의 근원적 회귀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승인 2023-11-16 13:38
  • 신문게재 2023-11-17 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일관되게 '돌아가기'를 보여줍니다. 시간상 과거로, 공간상 시골의 자연으로 갑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원형을 찾아,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됩니다. 이 작품 역시 그의 오랜 스타일과 주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의 화마가 덮친 도시를 떠나 시골의 저택에서 자연 속 신비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의 작품에서 과학이나 이성의 틀을 깨는 과정 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인물들은 곧장 새나 물고기, 고양이 등과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사람이 사는 집 지하의 동굴이나 틈은 바로 신비로운 자연으로 이어집니다. 지하철이나 옷장처럼 현실과 상상의 확실한 경계가 있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와 다릅니다. <나니아 연대기> 속 동물과 자연이 의인화된 것인데 비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오히려 인물의 자연화로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은 교훈을 가르치는 위대한 스승이기보다 인간의 출발점이자 근원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뭔가를 잘 배우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구조가 아니라 떠나왔던 근원지로의 복귀 자체가 주제입니다.

전작들이 초등학생이거나 그 이전의 아이들과 동물들이 자연 속에서 교감하는 동화적 스토리인데 비해 이 작품은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접어드는 소년의 정체성 찾기와 혼란스러움을 그려냅니다. 자연물들 역시 유년기 아이들에게처럼 친밀하거나 다정하지 않고 뭔가 공포와 의문으로 다가옵니다. 응전해야 할 도전입니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오게 된 아버지의 고향의 상황 역시 그에게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아버지의 새로운 여자는 이복동생을 임신 중입니다. 자연의 대변인 격인 왜가리가 때로 공포스럽게 또 때로 신비롭게 그를 종용합니다. 으레 청소년기의 용기라면 현실과 미래를 향한 것인 데 비해 작품 속 주인공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를 향한 것입니다. 또 현실을 떠받치는 상상과 인간 세계의 근원인 자연 속으로 끌어들이는 집요한 마력이 그에게 작용합니다. 거기서 그는 정체성의 근원을 만나야 합니다.

제목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원작 소설과 같지만, 세상을 향한 감독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과거 회귀와 문명 비판의 세계관에 대한 옹호입니다. 필자에게는 신카이 마코토 등 새로운 일본 애니메이션의 흐름에 대한 의문으로도 읽힙니다. 자연 판타지와의 불화, 그리고 도시화 문명화된 현실 속 자아를 직면하도록 하는 주제 의식에 대한 반문으로 말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