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태양계 경제권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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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태양계 경제권을 향해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승인 2023-12-14 17:24
  • 신문게재 2023-12-1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우리나라가 우주에서 성과를 내면서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갖고 협력을 원하고 있고, 또 국제회의도 한국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에 국제우주탐사조정그룹(ISECG) 고위급회의가 한국에서 열렸다. ISECG는 우주탐사 연구기관들의 모임으로 각국의 우주탐사계획 및 연구현황 등을 공유하고 공동의 글로벌 우주탐사 비전과 로드맵, 개발시나리오를 마련해 상호 협력에 도움을 주는 협의체다. 현재 미국의 NASA, 유럽의 ESA, 일본의 JAXA 등 26개국의 우주연구기관들이 가입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항우연이 회원기관이다. 우주기술은 전략기술에 속하기 때문에 상호 기술을 주고받는 협력은 하지 않는다. 기술력이 되는 국가들이 각자의 예산을 투입해서 국제협력 임무를 찾아내고 협업을 수행한다. 대신 그로 인해서 나오는 성과인 과학데이터는 공유하고 대외에 공개한다.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위성과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주탐사분야에 진입했다. 물론 기술력이 되니까 우주탐사를 한다거나 다른 선진국들도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논리는 막대한 예산이 동반되는 현실상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주탐사에 발을 디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을 먼저 말하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우주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학적 탐구, 국민의 자부심 고양 수준이 아니라 경제적 이득이 되고, 미래 국가번영의 토대, 더 나아가서 미래 국가생존의 필수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토가 크지 않고 자원도 많지 않다. 지구상의 경쟁에서는 자원이 많은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대우받고 경제적으로도 혜택을 본다.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와 석탄, 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철광석, 최근 들어서는 첨단장비에 들어가는 희토류까지 우리나라는 어느 하나 마음 편히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심지어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공장에서 나오는 한정적인 부생수소 외에는 달리 생산하지 못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면 되지만 전기 또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태양광패널로 전기를 얻는다고 해도 수소를 대량생산하기에는 우리 국토가 그리 넓지 않다. LNG를 개질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도 수입해야 한다. 결국 수소도 수입하는 구조가 된다. 어느 것 하나 여유롭지 못한 상황인데, 최근 세계경제의 둔화는 더더욱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이 잘돼야 그 돈으로 자원을 수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가 어려워지면 우리나라는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로 눈을 돌리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보인다. 달의 헬륨3나 물, 소행성벨트의 다양한 광물자원들, 심지어 목성처럼 대기가 수소로 이루어진 행성도 있고,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처럼 메탄 바다로 이루어진 행성도 있다. 지구상의 대한민국은 영토도 작고 자원도 적지만, 대신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또 과학·기술력과 첨단산업·제조업이 발달해서 얼마든지 지구를 박차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22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은 항우연을 방문해 우주경제비전을 선포했다. 우주가 경제의 토대가 되고 미래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며 다음 세대의 활동공간이 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ISECG는 인류가 달, 화성과 그 너머의 행성들에 거주하거나 현지자원 활용을 위해 확보해야 할 도전적 기술들을 나열하고, 각 국가에 기술확보와 상호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한 정보를 참고해 우리는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기술개발에 계속 매진해서 우리의 확장된 기술력으로 우주탐사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타 선진국들과 다양한 탐사미션을 수행해 결과적으로 그 과실을 누려야 한다. 지구상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우주상의 대한민국으로, 아울러, 태양계 전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원을 활용하고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국가로 거듭나는, 이른바 태양계 경제권의 핵심주역이 될 것을 희망한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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