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안티프래질’ 시대의 정책으로 90%와 10%를 섞는 ‘바벨 전략’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안티프래질’ 시대의 정책으로 90%와 10%를 섞는 ‘바벨 전략’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3-12-20 08:45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051001000682300028171
권선필 교수
한겨울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도 세상 태어나 처음인 것 같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이 이름만 남았지, 도대체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기후변화가 학자들의 이야기나 정치인들의 공방 이슈가 아니라 일상적 삶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계절마다 느끼게 된다. 한겨울에 춥지 않으니 난방비가 적게 들어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여름의 더위에 에어컨 전기료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기도 했다. 새만금에서 잼버리가 'K팝은 일류, 행정은 삼류'라고 요약되는 참사가 돼버린 건 어찌 됐든 폭염으로부터 시작됐다. 통제 불가능한 산불이 수시로 있었고 곳곳에서 물난리에 오송 참사와 같은 인명피해도 여러 건 있었다.

저출생 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 변화는 이제 인구소멸, 민족소멸, 국가소멸 등과 같이 소멸이라는 말에 내놓고 연결하고 있다. AI의 확산으로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고 하지만, 번듯한 일자리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물가는 오르고 급여는 제자리지만, 그나마 일할 곳이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무질서한 현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무질서하고 다양한 모양으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 비선형적이고 비대칭적 변화 등 복잡계적 현상이 일상화된 오늘날의 모습이 바로 '안티프래질(anti-fragile)'을 이야기하는 배경이다. 모든 확실한 것이 희미해져 가고 견고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으며 내일은 오늘과 분명히 다르지만, 더 나쁘게 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만 전해진다. 뭔가 노력을 해도 되는 일은 없고 문제만 커지는 상황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나마 문제가 적어진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세워 살아가려는 태도가 적합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튼튼한 방어막을 쌓아 철저히 방어하려는 노력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오히려 이사할 때 유리인 도자기 혹은 귀중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과 같이 '안티프래질'한 스타일을 추구하라고 귀띔한다.

정부 정책에도 평균에 기초한 정책은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균형발전 정책이나 복지정책 모두 평균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전국 평균에 이르지 못하는 지역이 균형발전 정책의 대상 지역이고, 평균적 삶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하자는 것이 복지정책의 기본적 접근이다.

문제는 이렇게 접근할 때 평균의 측면에서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의 복지가 나아지지는 못하며 반대로 취약계층의 복지가 향상된다고 지역 간 균형발전이 촉진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역의 성장이 거기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을 똑같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 내부의 빈부 격차가 심화한다면 지역의 성장이 특정 계층의 삶의 질을 절대적 혹은 상대적으로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 계층은 지역발전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지역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 수 있다. 지역발전에서 실질적인 사회 분배적 효과가 어떨지를 지역 차원에서 명확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지역발전의 사회 분배적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균질적 공간으로 바라보고 거시적·평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지역 내부의 계층적 차별성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적 부, 신체적 조건, 성별, 나이, 국적 등 사회적 기준에 따른 다양한 계층 간에 지역발전의 효과가 어떻게 차별적으로 배분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빈곤층, 장애인, 여성, 청년층, 외국인 노동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주목해서 관찰하지 않으면 문제를 제대로 치유하기 어렵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건 균형발전이냐 사회복지냐는 이분법적 선택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확히 말하면 균형발전도 추구하고 사회복지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동시에 추구할 때 또다시 평균에 기반한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라는 말도 아니다. 기존의 균형발전과 복지정책에 90% 정도의 노력을 투입한다면 나머지 10% 정도는 매우 극단적으로 다른 접근을 취하라는 제언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전략적 발전정책에도 10% 정도는 투자해야 예상치 못한 정책 성과를 거둘 수도 있는 여지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반대로 가장 취약한 지역의 취약한 계층을 위해 기본소득과 같은 100% 복지보장 등을 해보는 것도 또 다른 예가 될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체육회-더보스턴치과병원, 체육인 구강 건강 증진 업무협약
  2. 아산시 영인면행복키움, 지역복지네트워크 업무 협약 체결
  3. 아산시, '10cm의 기적' 장애 체험 행사 진행
  4. [숏폼영상] 도심 한복판에서 숲속 공기 마시는 방법
  5. 백석대, 건학 50주년 기념 기독교박물관 특별전 '빛, 순간에서 영원으로'
  1. 아산시립도서관, '자연을 담은 시민의 서재' 진행
  2. 남서울대, 제2작전사령부와 국방 AI 협력 업무협약 체결
  3. 천안시, 성고충상담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4.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5.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헤드라인 뉴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대전 유성 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유성온천’입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과거 유성온천은 조선시대 임금님이 행차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유성온천은 과연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까요? 유성온천의 기원은 무려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한 온천과도 같은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다는 유성온천 탄생의 전설을 전해드립니다. 금상진 기자유성온천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을까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한..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6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고초를 겪고 있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핵심 원인으로, 특히 5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정도로 불안정한 투수진은 한화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2일 KBO에 따르면 한화는 올 시즌 11승 17패 승률 0.393의 성적으로, 리그 10개 구단 중 8위에 올라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3승 7패로, 이달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진 상태다. 중위권과는 2경기 차로 뒤처진 상황이며, 9·10위권과는 단 0.5..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전쟁유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전쟁 시설 조성에 동원된 인력과 그 과정도 유적에 포함된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로서 제국 일본의 영역이었으므로 지배를 강압하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준비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그의 저서 '한반도의 일제 전쟁유적 활용, 해법을 찾아'에서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일제 전쟁유적은 일본 침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동원의 역사에서 피해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며 "피해자성이란 피해의 진상을 파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