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긴장의 서사, 이완의 노래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긴장의 서사, 이완의 노래

웡카

  • 승인 2024-03-07 17:39
  • 신문게재 2024-03-08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0307_094554772
이 작품 <웡카>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노래의 비중이 있지만 그래도 기본 축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래와 이야기가 복합된 구성에서 노래는 정서적 집약과 긴장, 이야기는 사건의 전개와 함께 정서적 이완을 담당합니다. 대표적으로 서양의 오페라와 우리나라의 판소리가 그러합니다. 이 경우 노래 부분은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이나 사건 전개와 다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부분의 독자성'이라는 용어로 설명됩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 오페라의 아리아나 <춘향가> 중의 '이별가', '쑥대머리' 등 판소리의 유명한 대목 등이 그렇습니다.

영화 <웡카>는 위의 일반적 노래/이야기 복합 구성 작품과 결을 달리합니다. 서사적 전개가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노래가 오히려 정서적 이완을 경험하게 합니다. 주인공 격인 윌리나 누들이 계속해서 자유가 억압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 속으로 더욱 빠져들기 때문에 서사는 진행될수록 정서적 긴장이 고조됩니다. 억압하는 세력의 행위는 힘과 정당성이 반비례합니다. 그들은 보유한 지위와 행사하는 힘이 셀수록 오히려 더 악하고 불의한 길로 치닫습니다. 역으로 윌리와 동료들의 선하고 의로운 꿈과 도전은 갈수록 공격당하는 약자의 입장에 처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악한들에게 노래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노래는, 약하지만 선을 포기하지 않는 윌리와 동료들의 특권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그들의 꿈과 도전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를 확인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윌리와 누들은 초콜릿을 통해 엄마를 만납니다. 부재하거나 오래전 격리된 엄마는 이들에게 꿈과 사랑, 삶의 의미입니다. 그런데 판타지 혹은 현실을 통해 이루어지는 엄마와의 재회는 맨 마지막에 자리합니다. 다른 이들의 억압된 꿈과 자유, 행복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한 끝에 주어지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극적 효과와 주제의 부각을 위한 의도는 이해할 만하지만 이 같은 서사적 배치는 어린 소녀와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든 젊은이로 하여금 기성세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부담하고 극복하게 한다는 점에서 마냥 기쁘고 즐겁지 않습니다. 그것도 응당 누려야 할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관계의 상실과 회복이 목숨을 건 도전과 모험과 결부되는 상황이 대단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초콜릿이 사랑과 꿈, 자유의 상징인지 알 수 없지만, 세상이 그것들을 잃고 삶의 무게만을 다음 세대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하게 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4.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