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29- 당진 장고향, 실치회와 뱅어포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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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29- 당진 장고향, 실치회와 뱅어포가 맛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4-15 17:12
  • 수정 2026-06-24 09:53
  • 신문게재 2024-04-16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당진 장고항의 명물인 실치는 4월부터 5월 중순까지가 제철로, 뼈가 연한 '초사리' 시기에 회무침이나 국 등으로 즐기면 특유의 감칠맛과 바다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 흔했던 뱅어를 대신해 오늘날 뱅어포의 주재료로 쓰이는 실치는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과 눈 건강 등 영양학적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성질이 급해 산지에서 주로 소비되는 실치는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장고항 일대에는 제철 별미를 맛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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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수산물 센터. (사진= 김영복 연구가)
당진 장고항하면 '실치'가 떠 올릴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맛있는 여행'은 장고항으로 정하고 집을 나섰다.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우산을 가지고 가라"는 소리에 못 이겨 우산을 가지고 나왔는데, 경기도를 벗어나니 비가 그친다. 이제 차 안의 우산은 이미 내 우산이 아니다. 장고항의 '실치'는 6~7년 전에 먹어 본 기억이 있다. '실치회'는 양념 맛인데, 당시 썩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

4월 27부터 28일까지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리 일원에서 실치축제를 열지만 실치는 5월 중순까지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4월에 잡히는 '실치'를 초사리라고 한다.

그러니 초사리라고 하는 요즘의'실치'가 맛있다. 5월 말쯤 되면 '실치'에 뼈가 생겨 맛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실치'는 이 시기를 놓치면 내년 이맘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진 석문면에 들어서니 어렴풋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1964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정이 있어 고등학교 입학을 1년간 미루고 집에서 쉬게 되었다. 마침 고모부가 동아건설에서 하는 삼봉리와 초락도 까지 제방을 쌓는 간척사업의 현장감독으로 계셔 고모와 함께 고종사촌 동생들을 데리고 초락도에 방을 얻어 약 3개월 정도 머무른 적이 있다.

당시 하루 일당 90원을 받고 현장 서무 겸 공구정리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어른 인부 일당이 120원, 함마질을 하는 분들이 250원에서 270원 정도 받은 것으로 기억이 난다.

장고항에 들어서니 횟집마다. '실치회'메뉴를 알리는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당진시 수산물 유통센터에 들어갔다. '실치'의 고장답게 활어횟집 마다 싱싱한 활어들이 수족관에 유영하듯 하며, 채반에는 하얀'실치'를 수북이 쌓아 놓고 판다.

수산물 유통센터를 나와 인근 뱅어포덕장을 갖추고 있는 서해수산 뱅어포덕장에는 하얀 도화지처럼 뱅어포 발을 널어 놨다.

필자가 어렸을 적 외할머니 집에 가면 뱅어포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채반위에 올린 후 볕이 잘 드는 장독대에서 말리던 정겨운 장면이 잠시 스친다. 이 양념한 뱅어포를 모내기철이나 김맬 때 농군들의 밥반찬으로 내놨다.

장고항 덕장에 널려 있는 뱅어포 재료는 뱅어가 아니라 베도라치 새끼인'실치'다.

뱅어'와 '실치'엄연히 다른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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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치. (사진= 김영복 연구가)
실치'는 농어목 황줄베도라치과인 흰베도라치의 어린새끼인데, 실 같이 생겼다하여 붙여 진 이름이고, 뱅어는 바다빙어목 뱅어과에 속하며 죽을 때 몸이 하얗게 변한다하여 한문으로 백어(白魚)라 쓴다.

즉 뱅어는 살이 투명한 생선으로 이 백어(白魚)를 뱅어로 발음하는 것이다.

백어(白魚)는 해안에 가까운 담수나 기수호(汽水湖)에 산다. 산란기는 3, 4월이며, 하천에 올라와 산란한다.

뱅어과에 속하는 어류로 뱅어 이외에 붕통뱅어·도화뱅어·젓뱅어·실뱅어·국수뱅어·벚꽃뱅어가 있다.

고문헌에 주로 백어(白魚)로 기록되어 있는데,『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와『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그리고 조선 최고의 개혁사상가인 교산(蛟山) 허균(許筠, 1569~1618)의 『성소부부고(惺所覆藁)』에도 백어(白魚)로 실려 있다. 얼음이 얼 때 경강(京江)에서 나는 것이 매우 좋고 임한(林韓)과 임피(臨陂) 사이에서 정월과 2월에 잡은 것은 희고 국수처럼 가는데 이를 먹으면 매우 좋다고 하였다.

조선 초기 문신이며 학자인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은 칠휴(七休)손순효 (孫舜孝, 1427년 ~ 1497년)가 백어(白魚)를 부쳐 준 데 대하여 사례하는 시를 아래와 같이 썼다.

"白白江魚味自長(백백강어미자장)희고 흰 강물 고기 맛이 절로 뛰어나네. 知於鱗族是爲王(지어린족시위왕)비늘 달린 고기 중엔 이것이 왕이고말고 寄來偏感恩情重(기래편감은정중)부쳐 오매 심중한 은정이 너무나 고마워서 凍筆呵來和短章(동필가래화단장)꽁꽁 언 붓 불어 녹여 짧은 시로 화답하네 銅盤喜見玉 長(동반희견옥차장)구리 쟁반에 기다란 옥사가 보기도 좋아라 芹曝 誠欲獻王(근폭침성욕헌왕)근폭의 정성 우리 왕에게도 바치고 싶네 喚作羹兼作膾(환작심갱겸작회)국도 끓이고 겸하여 회도 치게 해놓으니 衰腸能補助文章(쇠장능보조문장)쇠한 창자 보하여 문장 지을 힘이 솟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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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어포. (사진= 김영복 연구가)
조선전기 문신 이승소(李承召 1422~1484)는 "백백강어미 개람희불금(白白江魚美 開藍喜不禁) 희디흰 강물 고기 아름다워, 보자마자 기쁨을 금할 수 없네." "만전공일식 영고역하심(万錢供一食 穎考亦何心) 일 만전(万錢)을 주고 뱅어 한 끼 먹고 싶은데, 어머님 생각에 고기를 먹지 못한 영고숙(穎考叔) 또한 어떤 마음이었을까?"라고 읊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정암(1541~1600)은 백어(白魚)를 맛보곤, "감지봉친금불득(甘旨奉親今不得) 이제는 좋은 맛으로 부모를 봉양할 수 없으나, '상신편각파첨거' 올해의 새로운 맛을 보니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라고 탄식했다.

조선 성종 때의 문신 허백당(虛白堂)성현(成俔, 1439~1504)은 『허백당보집(虛白堂補集)』제2권에서'白魚卽杜詩所謂白小今人謂之條魚(백어 즉두시소위백소금인위지면조어)백어 즉 두보(杜甫)의 시에서 말한 백소인데, 지금 사람들은'면조어(條魚)'라고 부른다.'라고 하였다. 국수가닥처럼 하얗고 가늘어 백어(白魚)를'면조어(條魚)'라고 부른 것이다.

조선후기 재야학자인 송남(松南) 조재삼(趙在三, 1808~1866)의『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뱅어〔白魚〕를 멸조어(멸魚)·회잔(殘)·왕여어(王餘魚) 종류라 하고 세상에서 전하기를 뱅어는 왕기(王氣)가 있는 곳에 나므로 한강·백마강에만 뱅어가 있다고 하였다.

1766년(영조 42) 당시 태의원의약(太醫院醫藥)을 지낸 유중림(柳重臨:1705~1771)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도 뱅어는 동월(冬月)에 맛이 좋다고 하고 그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조선 후기의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뱅어는 밤에 얼음 위에서 불을 밝히고 얼음에 구멍을 뚫어 견사망(繭絲網)을 던져 잡는다고 하였다. 일제시대에는 압록강에서 많이 잡혔던 벚꽃뱅어가 유명하였다.

1956년 1월 18일자 [동아일보]에 이런 기사가 올라 있다. "어름의 한강은 요즘 밤마다 어름을 뚫어놓고 고기를 낚는 태공망들의 어화로서 뒤덮여 철 아닌 풍교야박을 연상. 왕상의 빙리로 좋읍니다마는 그보다는 요즘 이곳 특산인 백어회가 구미를 당기고 있읍니다." 그런데, 이 흔하였던 뱅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1960년대 신문에 공해로 인해 뱅어가 전멸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산업화가 가져온 강의 오염이 뱅어를 다 죽였을 것이다.

길쭉한 뱅어들을 한꺼번에 짓눌러 판 형태의 포로 만든 것이었으나, 앞에서 상술했듯이 뱅어가 희귀해져 오늘날 뱅어포에 쓰이는 것은 거의 99.9%의 확률로 실치다.

4~5월이 제철로 잡히는 시기는 짧지만 어획량은 그럭저럭 되는데 뱅어가 잘 잡히지 않다보니 대체 어종으로 실치가 선택된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뱅어포는 사실 대부분 실치포라고 보면 된다. 실치는 뱅어와는 달리 바닷물에서 서식하고 뱅어보다 약간 길이가 짧다.

서해수산의 작업장에서는 양이 많은 뱅어포 15,000원 양념을 한 뱅어포 5매 10,000원씩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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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횟집. (사진= 김영복 연구가)
필자는 양념한 것과 안한 뱅어포를 구매하고 장고항에서 조금 벗어 난 삼남매횟집로 '실치회'맛을 보러 갔다.

'실치회'는 양념을 잘 못하면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삼남매횟집은 잘게 썬 양배추에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돌게 양념을 한다.

이 양념에 '실치'를 섞어 입에 넣으면 같이 간 일행 말마따나 맵싸하면서 바다향이 난다.

이 집에 50,000원짜리 '실치회'를 시키면 간재미 무침과 전복, 해삼, 멍개 등 해산물이 다양하게 나온다.

원래는 '실치회'를 먹고 해물칼국수를 시켜 먹으려 했지만'실치회'만으로 포만감이 느껴 칼국수는 생략했다.

베도라치, 그물베도라치나'실치'라 불리는 흰베도라치 치어는 식용하지만 가막베도라치 등은 식용하지 않는다.

'실치'는 지역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른다. 거제에서는'뻬드라치'라 하며 여수에서는 '뽀드락지' 일부지역에서는'꼬또라지'라고도 부른다.

실치는 성질이 급해서 잡은 지 1시간 안에 빨리 죽는다. 그래서 거제, 남해의 잉아리는 산채로 먹지만 '실치'는 죽은 것을 먹을 수밖에 없다. 다만 신선도를 위해 빠른 조업이 필요 하다.

옛날 실치잡이를 위해 어살(魚箭)을 놓았다고 한다. 이 어살(魚箭)은 큰살과 온둘살 두 가지가 있었다. 큰살은 '살자리'를 소유한 개인이 매는 살이었고, 온둘살은 몇 호가 연합하여 공동으로 살을 엮어 실치가 들어오는 길목에 설치하였다 잡는다.

그러나 요즘은 자루 모양의 그물 양쪽에 닻으로 고정해 놓고 조류에 밀려서 그물에 걸린 '실치'를 잡는 연안 안강망 식이다.

'실치'는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야 잘 잡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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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치 상차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실치'는 살이 투명하여 눈만 뚜렷하게 보이는데, 탱글거리는 느낌의 탄력이 있어야 신선한 것이다.

'실치'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맛을 즐길 수 있다.

대부분 회로 즐기기도 하는데, '실치회'는 씹으면 씹을수록 은은한 바다 향과 감칠맛이 입안에 돈다. '실치'는 아예 회무침을 해서 먹어도 좋고, 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다.

실치는 실치물회나 육수를 내어 미역국을 끓이기도 하고, 젓갈을 담아 먹기도 한다.

실치에 시금치와 아욱을 넣고 끓이면 시원하고 깔끔한 실치 국이 된다.

특히 '실치'가 자라면 베도라치가 되는데, 베도라치 회는 손질이 어려워 전문가가 아니면 회로 먹기 힘든 어종이다.

영양성분이 풍부한 '실치'는 칼슘의 함량이 풍부하여 어린이 뼈 성장 발육에 효과가 크며 골다공증과 뼈 건강에 효과가 있다.

비타민B6가 풍부하고 핵산의 합성을 촉진시키며 항산화 작용을 하여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A의 함량이 풍부하여 백내장의 예방에 도움을 주고 눈의 피로 해소 및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철분의 함유되어 있어 빈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핵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항산화 작용을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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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치혀. (사진= 김영복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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