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삼척동자도 다아는 사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삼척동자도 다아는 사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24-04-18 16:56
  • 신문게재 2024-04-1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IT_윤석주 부소장님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하면누구나 다 아는 사실에 대해 비유적으로 사용됐다. 삼척동자란 키가 1m 남짓한 작은 아이를 말하며, 작은 아이가 알 정도라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라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과학용어를 접하게 된다. 생명과학분야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실험실에서만 사용되는 용어가 삼척동자도 알만한 상황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어려운 과학용어가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쉽게 이해되고 생활 속에서 제대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쉽게 사용되는 용어인 만큼 정보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은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과학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시대를 지나면서 우리는 피씨알(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이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게 됐다. 필자가 대학에서 피씨알에 대해 배울 때만 해도 온국민 아니 전인류가 피씨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영어 약자나 단어를 읽어봐도 그렇고 우리말로 해석된 걸 봐도 통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듯하다. 피씨알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핵산의 조각을 증폭시킬 수 있는 기술인데, 생명과학분야에서는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오래전에 개봉된 쥬라기공원(1993)이라는 영화에서도 소개됐는데 화석의 일종인 호박(amber) 속에 갇힌 모기로부터 공룡 혈액속의 핵산을 추출하고 증폭시켜 공룡을 복제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이후로도 속편이 줄을 이어 공개됐다. 피씨알 기술을 통해 아주 작은 양의 핵산을 증폭시켜 실험에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전에 불가능했던 실험과 분석이 가능해졌고 피씨알은 생명공학, 질병 진단, 범죄수사분야에 적극 활용됐으며 지금도 여전히 실험실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캐리 멀리스는 1993년에 노벨상을 수상하며 생명과학분야에 큰 획을 긋게 된다. 핵산에서 필요한 부분을 증폭하기 위해 열을 가하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가 있다. 핵산의 이중가닥을 풀었다가 다시 붙이는 과정에 필요한 효소가 필요했는데 이 과정은 고온과 저온을 반복해 적용해야 했기에 온도변화에 견딜 수 있는 효소여야 했다. 다양한 연구 끝에 뜨거운 온천물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에서 효소를 확보하게 됐다. 이 효소의 발견을 통해 생명공학분야는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뜨거운 온천수 속에서 살던 미생물이 인류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 증식하게 되면, 입안 점막이나 콧속 점막 부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검사를 위해 긴 면봉을 코나 입안에 넣어 불쾌함을 견뎌야만 했다. 이후 피씨알 반응을 통해 바이러스를 특정 지을 수 있는 핵산의 일정 구간을 증폭해 바이러스 양성·음성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아주 작은 양의 핵산을 피씨알 반응을 통해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범죄현장의 증거물 속에서 아주 작은 양의 핵산을 증폭해서 범죄해결의 단서로 사용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우리도 과학을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과학자들의 공로를 격려하고자 한다. 또한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열린다. 엑스포 시민광장과 과학공원 일대에서 다양한 과학기술을 체험하고, 그 발전상황을 확인하며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삼척동자'들의 손을 잡고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를 누려보면 어떨까? 과학 용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담긴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