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소비되는 이미지와 실체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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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소비되는 이미지와 실체의 모순

그녀가 죽었다

  • 승인 2024-05-30 16:33
  • 신문게재 2024-05-31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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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유태계 독일인 철학자이자 평론가 발터 벤야민은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1936)이라는 유명한 논문에서 아우라의 소멸을 말했습니다. 사진과 영화처럼 근대적 복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 이상 어느 한 장소에 존재하는 원본의 위상과 가치가 의미 없어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정한 부류만이 접근할 수 있는 유명 예술작품을 둘러싼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누구라도 쉽게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소위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예찬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미지는 복제되는 것을 넘어 판매되고 소비되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 누구라도 쉽게 전문가 수준의 이미지나 동영상을 제작, 유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경제적 이윤을 얻게 된 상황이 바로 이 영화의 모티프로 작용합니다. 발터 벤야민은 예술작품 향유자로서의 대중을 주목한 데 비해 이제 대중들은 이미지 복제를 넘어 창작자로서의 위상까지 갖게 된 것입니다.

촬영과 편집을 통해 유통되는 이미지는 응당 실체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체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가 하는 진실의 가치보다 소비자들의 구미와 취향, 트렌드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하는 상품적 가치가 중요하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실체는 관심사가 아닙니다. 얼마나 예쁘고, 고급스런 제품을 소유하며,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가가 중요합니다. 소비자는 제공되는 이미지를 향유하고, 댓글을 달며 기꺼이 후원금을 보냅니다. 그 후원금이 실제로 선한 일에 사용되었는지는 관심 요인이 아닙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후원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만족감이면 됩니다. 나아가 자신이 보내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통해 한 사람을 파괴하는 일도 즐거움의 하나가 됩니다.

영화는 이미지의 창작, 유통, 소비와 실체의 모순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주인공 소라는 조작되고 포장된 이미지만 유통하고 경제적 이윤을 얻으면 되지 실체가 드러나고 관계성에 얽히는 것을 철저히 회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마침내 실체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정태에 대해 잔혹한 마성을 발휘합니다.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을 활용하면서 범죄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번갈아 제시되던 영화는 그러나 말미에 이르러 오영주 형사의 냉철한 시선과 평가로 주제의식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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